[특별취재] “부산 청년은 왜 시립예술단에 설 자리가 없었는가”, 지역인재 채용 외면, 정책 개선 시급하다

  • 등록 2025.08.21 18: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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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중심 구조가 낳은 불평등
지역인재를 배제하는 문화도시는 모래성

 

“부산 청년은 왜 시립예술단에 설 자리가 없었는가”, 지역인재 채용 외면, 정책 개선 시급하다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의 최근 단원 채용 결과는 지역 문화예술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발표된 합격자 명단에 지역 출신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역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예술단체에서 정작 지역 청년은 철저히 배제되는 현실, 이는 단순한 채용 결과가 아니라 지역 문화의 기반이 무너지는 심각한 신호다.

 

부산 소재 모 교수는 “지역 청년들이 왜 부산의 공공예술단체에서조차 설 자리를 찾지 못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는 “시립예술단체는 단순한 공연 조직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기관”이라며 “지역에서 성장한 청년들이 무대 위에 설 수 있어야 부산의 문화가 지속가능하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현재 문화예술 구조는 서울 중심으로 고착되어 있다. 지방 대학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실력 이전에 차별의 조건이 되고, 이력서에 적힌 학교명이 합격과 탈락을 가른다. 지역 청년들은 시작선부터 불리한 경쟁에 내몰리며, 자존감마저 흔들리고 있다. 결국 부산은 청년 예술인을 길러내지만, 이들이 설 무대는 서울에만 존재한다. 지역은 수도권의 인재 공급지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립국악관현악단 한상일 단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지자체 예술단이니 지역에서 활동한 이들이 무대에 오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역 인재 채용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는 다만 “가산점이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도, “지역 정서를 담은 곡을 도입해 지역 출신 연주자들이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은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승국 전통문화컨텐츠 원장 역시 “지역 가산점 제도는 지역 문화 발전과 균형 발전이라는 긍정적인 취지를 가지고 있다”며, 실력 중심 선발 원칙과 균형을 맞추는 제도적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가산점 비중을 최소화해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지역 인재를 배려하거나, 간접지원을 통해 부산 소재 국악과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세 전문가 모두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지역 문화 균형 발전을 위해 제도적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는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 셈이다.

 

부산은 스스로를 문화예술도시로 규정하며 미래 비전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문화를 책임져야 할 지역 청년이 무대에 오르지 못한다면, 그것은 모래 위에 지은 성에 불과하다. 지역 인재가 지역을 떠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지 않는 한, 부산의 문화예술은 공허한 수사에 머물 수밖에 없다.

 

부산의 공공예술단체 채용 문제는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다. 이는 부산이 앞으로 어떤 문화도시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본질적 질문과 직결된다. 현장의 전문가들이 강조하듯, 지역 청년이 주체가 되는 구조를 만들지 않는다면 부산 문화의 미래는 없다.

 

지금 이 순간, 부산시는 결단해야 한다. 정책을 바꿔 지역 인재가 무대에 서는 길을 열 것인가, 아니면 수도권의 그늘에 지역 문화를 종속시킬 것인가. 그 선택이 부산 문화예술의 운명을 가른다.

 

 

송혜근 기자 mulsori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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