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동인 정나누리, 가곡 눈대목으로 한국음악의 품격을 보여주다
지난 9월 3일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열린 풍류동인 정나누리의 무대 〈가곡 눈대목〉은 한국 정악의 아름다움을 압축해 보여준 공연이었다. 판소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장면을 뜻하는 ‘눈대목’이라는 제목처럼, 이번 무대는 남창과 여창 가곡 중에서 예술성과 대중성이 뛰어난 대목만을 엄선해 구성했다. 완창의 무거움을 덜고 관객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부분만을 골라 짧지만 깊은 울림을 전한 것이다.
이번 공연의 주역은 거문고의 정누리, 정가의 김나리, 대금의 정소희 세 연주자다. 이들은 각자 깊이 있는 전통음악 수련과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서로의 소리를 살려내며 조화로운 무대를 만들어냈다.
거문고 연주자 정누리는 서울대학교 국악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원을 역임하였으며 난계국악경연대회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현재 아시아금교류회 이사와 단국대학교 강사로 전통과 교육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깊은 울림과 고전적 품격이 담긴 그녀의 거문고 소리는 공연의 중심축을 이뤘다.
거문고 연주자 정누리
정가의 김나리는 서울대학교 국악과와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학업을 이어가며 전통 성악의 길을 걸어왔다. 국가무형유산 가곡 이수자로, KBS국악대상 가악상을 수상(2014)한 바 있으며, 정가앙상블 ‘Soul지기’의 대표로도 활동 중이다. 중앙대와 용인대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무대와 교육을 병행하는 그는 청아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지닌 목소리로 이번 무대의 서정을 이끌었다.
정가의 김나리
대금 연주자 정소희는 서울대학교 음악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수석을 역임하였다. 국가무형유산 종묘제례악과 대금정악 이수자로서 전통의 권위를 이어가며, 현재 용인대학교 국악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한다. 그녀의 대금 소리는 유려하면서도 절제된 선율로 공연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대금 연주자 정소희
세 연주자는 각자의 이름을 합쳐 ‘정나누리’라는 이름을 지었고, 동시에 ‘정가와 정악의 맑고 바른 소리를 세상과 나눈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 무대는 전통의 강을 건너 세계로 향하겠다는 이들의 포부처럼, 정가와 정악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려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었다.
정가와 정악을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친근한 입문 무대가 되었고, 전통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깊은 재발견의 시간이 되었다. 짧지만 진한 감동을 선사한 〈가곡 눈대목〉은 한국 전통음악의 품격과 아름다움을 다시금 각인시키는 무대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