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공연] 김홍신의 시가 노래와 춤이 되다… 기산국악당 대숲극장서 특별기획 ‘대바람소리’

  • 등록 2026.09.11 09:5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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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산국악제전 20주년·기산 박헌봉 탄신 120주년 기념 가을 기획공연
김홍신 작시·박범훈 작곡 ‘대바람소리’ 중심으로 시·노래·춤·그림 어우러진 융합무대
최종실 총연출 “김홍신 작가와 대숲극장의 특별한 인연에서 시작된 공연”

 

 

 

김홍신의 시가 노래와 춤이 되다… 기산국악당 대숲극장서 특별기획 ‘대바람소리’

 

소설가 김홍신이 쓴 시가 노래가 되고, 노래가 다시 춤과 그림으로 공연이 된다. 기산국악제전 20주년과 기산 박헌봉 선생 탄신 120주년을 맞아 문학과 국악, 춤, 미술을 한 무대에서 만나는 특별한 공연이 마련된다.

 

오는 10월 3일(토) 기산국악당 대숲극장에서 열리는 ‘기산이 남긴 문화유산 同樂(동락)–김홍신의 대바람소리’는 소설가 김홍신의 시 ‘대바람소리’를 중심으로 노래와 춤, 그림이 어우러지는 공연이다.

 

9년 전 대숲에서 맺은 인연, ‘대바람소리’가 되다

 

이번 공연의 총연출을 맡은 최종실은 기산국악제전 20주년을 맞은 올해 봄과 가을 시즌에 각각 특별기획공연을 마련했다. 봄 시즌에 이어 가을 시즌의 기획무대로 선택한 작품이 바로 ‘김홍신의 대바람소리’다.

 

특히 이번 공연은 김홍신 작가와 기산국악당, 그리고 대숲극장이 맺어온 오랜 인연이 공연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최종실 총연출에 따르면 그 인연은 약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산국악당 뒤편 대나무숲을 살펴보던 최종실은 이곳을 자연과 공연이 어우러지는 야외공연장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직접 대나무를 정리하고 있었다. 마침 산청지역 공무원 특강을 마친 뒤 기산국악당을 찾은 김홍신 작가가 이 모습을 보게 됐다.

 

최종실 이사장

 

두 사람은 대나무숲을 함께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눴고, 최종실은 김 작가에게 대나무와 관련해 써놓은 글이 있는지를 물었다. 김홍신은 과거 성철 스님과 차를 마시며 들었던 대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메모해 둔 것이 있다고 답했다.

 

최종실은 “대나무에 관한 시가 있다면 곡을 붙여 이곳 공연장의 상징적인 노래로 만들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자 불과 이틀 뒤 김홍신은 직접 쓴 ‘대바람소리’를 최종실에게 보내왔다.

 

‘대바람소리’에는 김홍신이 삶을 살아오며 마주한 번민과 성찰, 그리고 대나무를 통해 깨달은 삶의 자세가 녹아 있다. 정치 활동을 하며 겪었던 여러 경험과 고민 속에서 성철 스님으로부터 들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대나무처럼 살아가라’는 가르침이 시의 바탕이 됐다는 것이 최 총연출의 설명이다.

 

시를 받아든 최종실은 중앙대학교 총장을 지낸 작곡가 박범훈 선생에게 작곡을 부탁했다. 이때 특별히 주문한 것은 ‘대중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곡’이었다. 국악의 색채를 간직하면서도 누구나 따라 부르고 공감할 수 있도록 친근한 음악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대바람소리’는 이후 기산국악제전 무대에서 국악관현악으로 처음 울려 퍼졌다. 박범훈이 직접 지휘하고, 독보적인 소리 세계를 구축해온 장사익이 노래했다. 자신의 글이 국악관현악단과 장사익의 목소리를 통해 음악으로 되살아나는 현장을 김홍신 작가 역시 직접 지켜봤다.

 

김홍신이 이름 붙인 ‘대숲극장’

 

김홍신과 기산국악당의 인연은 ‘대바람소리’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공연이 열리는 대숲극장의 이름에도 김홍신 작가와 얽힌 사연이 있다.

 

최종실은 당초 이 야외공연장의 이름을 다른 명칭으로 정하고 현판까지 제작해 둔 상태였다. 그런데 얼마 뒤 김홍신 작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김 작가는 글을 쓰던 중 장소의 정확한 명칭을 확인하기 위해 “뒤에 있는 공연장이 ‘대숲공연장’이지요?”라고 물었다.

 

통화를 마친 최종실은 오히려 김홍신이 무심코 불렀던 ‘대숲’이라는 이름에 주목했다. 대나무숲이라는 공간의 정체성을 그대로 담으면서도 공연장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해 이미 만들어 놓은 현판까지 교체하고 ‘대숲극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최종실은 “김홍신 작가가 ‘대숲공연장이지요?’라고 하는 순간 ‘역시 작가는 작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결국 대숲극장이라는 이름도 김홍신 작가가 지어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번 ‘김홍신의 대바람소리’는 김홍신의 시 한 편을 공연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작가의 글에서 탄생한 노래가 대나무숲의 공간성과 만나고 다시 춤과 그림으로 확장되는 과정 전체를 무대에 담아내는 공연이라 할 수 있다.

 

공연은 김홍신의 해설과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삼는다. 김홍신이 ‘대바람소리’가 탄생한 배경과 대나무에 담긴 삶의 의미, 대숲극장과의 인연 등을 직접 관객에게 들려주고, 그 이야기 사이사이에 음악과 춤이 펼쳐진다.

 

프로그램은 기산찬가(작사 박목월), 대금 연주(박준오), 대바람소리(작사 김홍신), 가야금 연주(허선영), 대원사 연가(작사 이호신), 춤 ‘나이테’(이은솔), 신청 아리랑(작사 홍윤식) 등으로 구성된다.

 

작가 김홍신

 

그림 이호신

 

시낭송 김태근

 

노래 박정미

 

가야금 허선영

 

대금 박준오

 

춤 이은솔

 

무대에는 작가 김홍신을 비롯해 그림 이호신, 시낭송 김태근, 노래 박정미, 가야금 허선영, 대금 박준오, 춤 이은솔 등이 참여한다. 최종실이 총연출을 맡아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다.

 

기산의 정신을 오늘의 예술로… 대숲극장에서 펼치는 ‘동락’

 

최종실 총연출은 이번 공연에 대해 “시가 있고 노래가 있고 춤이 있고, 여기에 작가의 그림과 시낭송까지 함께하는 공연”이라며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형식의 공연이 아닌 만큼 기산국악제전 20주년을 맞은 올해 가을 시즌을 대표하는 기획공연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기산국악제전 20주년이자 기산 박헌봉 선생 탄신 120주년을 맞는 해다. 전통예술의 보존과 전승에 평생을 바친 기산의 뜻을 오늘의 예술로 이어가는 자리에서 문학과 국악, 무용, 미술이 ‘동락(同樂)’한다는 점도 이번 공연의 의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김홍신이 시를 쓰고, 박범훈이 곡을 붙여 탄생한 ‘대바람소리’가 자신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대숲극장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이번 무대는 특별하다. 한 편의 시에서 시작된 인연이 노래를 낳고, 공연장의 이름을 낳았으며, 9년의 시간을 지나 다시 하나의 종합예술 무대로 피어나는 셈이다.

 

대나무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며 만들어내는 소리처럼, 문학과 음악, 춤과 그림이 서로의 경계를 넘나드는 ‘김홍신의 대바람소리’. 기산이 남긴 문화유산을 오늘의 예술가들이 함께 즐기고 나누는 ‘동락’의 의미를 보여주는 특별한 가을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송혜근 기자 mulsori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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