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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스승의 숨결은 아직 무대 위에”… 채수정, 박송희 명창 탄생 100주년 향한 다짐

“제자가 스승을 높인다”… 박송희 명창 100주년 향한 약속의 무대
직계제자들이 풀어낸 ‘놀보 박타는 대목’, 웃음과 그리움으로 살아난 동편의 소리
“판소리는 함께 어울리던 음악”… 정병헌 회장이 전한 전통의 본래 풍경

 

“스승의 숨결은 아직 무대 위에”… 채수정, 박송희 명창 탄생 100주년 향한 다짐

 

고(故) 박송희 명창을 기리는 추모 공연이 판소리의 본질과 전통예술의 미래를 되짚는 무대로 펼쳐졌다. 이날 공연은 중고제판소리 문화진흥회 회장인 정병헌이 사회와 해설을 맡아, 박송희 명창과의 인연, 판소리의 역사와 미학, 그리고 전통예술의 대중성 회복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함께 풀어내며 공연의 의미를 더했다.

 

정병헌 회장은 공연의 시작에서 “이렇게 좋은 날, 다른 일 다 제쳐두고 박송희 선생 추모 공연에 와주신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선생님을 따라다니며 소리를 배운다기보다, 맛있는 것을 찾아다니며 함께 놀았지만 그 속에서 듣는 귀와 안목을 배웠다”고 회상했다.

 

중고제판소리 문화진흥회 회장 정병헌

 

그는 또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어느덧 10년에 가까워지고, 내년이면 탄생 100주년이 된다”며 “제자들이 더 성대하고 의미 있는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소개했다. 특히 “선생님이 잘 되고 못되고는 결국 제자에게 달려 있다”며 “자식, 손주, 증손주처럼 이어지는 제자들의 계보 속에서 박송희 선생의 소리는 앞으로도 계속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공연에는 채수정 소리단의 단가 ‘사철가’를 시작으로 흥보가, 적벽가의 주요 대목과 가야금 산조, 신민요 무대까지 이어지며 박송희 명창의 예술세계를 폭넓게 조명했다. 양은희, 박성우, 함수연, 민혜성, 채수정 등 제자들이 무대에 올라 스승에게서 이어받은 소리를 풀어냈고, 이화정은 최옥삼류 가야금산조를 연주하며 판소리와 산조의 깊은 연관성을 들려주었다.

 

특히 특별출연한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 양은희와 민혜성, 박성우가 채수정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와 함께 꾸민 흥보가 중 ‘놀보 박타는 대목’은 이날 공연의 흥겨움을 한껏 끌어올린 무대였다. 이 대목은 본래 박록주계 흥보가에서는 제외되어 전승되던 부분이지만, 박송희 명창이 동편계 계열의 소리를 더해 새롭게 완성한 소리로 알려져 있다. 직계제자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오랜 호흡과 친밀함, 그리고 스승을 향한 애틋한 정서가 익살스러운 전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객석의 웃음과 박수를 이끌어냈다.

 

 

정병헌 회장은 해설을 통해 판소리의 본래 성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판소리는 양반예술이 아니라 서민들과 함께 어울리며 즐기던 대중예술이었다”며 “예전에는 명창 한 번 오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밤새 떼창하며 함께 놀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날 판소리가 일부 애호가들만 향유하는 고급음악처럼 된 측면이 있지만, 결국 다시 함께 어울리는 음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박송희 명창의 소리 세계에 대해서는 “박록주 명창에게 흥보가를 배우고, 박봉술 명창에게 적벽가를 익히며 자신의 소리로 환골탈태시켰다”며 “박봉술의 적벽가가 결국 박송희 적벽가가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편제 특유의 곧고 힘찬 우조 성음, 그리고 서민적 정서를 담아낸 군사설움·군사점고 대목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이날 무대에 오른 채수정 명창은 “저는 이 공연을 늘 ‘박송희 선생님을 만나는 날’이라고 적는다”며 스승을 향한 깊은 그리움과 책임감을 전했다. 그는 “올해는 선생님께서 작고하신 지 9주기이고, 내년은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라며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선생님께 배운 모든 제자들과 후학들을 한 무대에 세우는 꿈을 품고 있다”고 밝혔다.

 

채수정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특히 BTS가 해외 대형 공연장에서 수만 명의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장면을 언급하며 “K-컬처의 뿌리는 결국 국악과 전통”이라고 강조한 그는, “박송희 선생님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음악과 문화를 지켜주신 모든 스승님들을 위한 자리가 되어야 한다”며 박송희 명창 탄생 100주년 공연을 단순한 추모를 넘어 전통예술 전체를 위한 무대로 확장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연 말미에는 금강산타령과 신사철가 등 신민요 무대가 이어졌다. 정병헌 회장은 “전통공연은 마지막에 모두가 함께 즐기고 부담 없이 헤어질 수 있는 민요로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관객들과 함께 박수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