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춤의 뿌리와 계보를 한 무대에… 전통춤의 원형과 시대의 흐름 담아낸 ‘한국예인열전 실록편’ 성료
전통춤의 뿌리와 시대의 흐름을 한 무대에 담아낸 ‘한국예인열전 실록편’ 공연이 관객들과 깊은 호흡 속에 펼쳐졌다. 이날 공연에서는 살풀이를 비롯해 교방춤, 무녀도, 구고무 등 우리 전통 작품들이 무대에 올랐으며, 춤의 역사성과 전승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 공연의 기획과 제작을 맡은 강신구 풀뿌리문화연구소 대표는 “전국 각지에서 이어져 온 춤의 흐름과 흥, 멋, 풍류를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자 이번 무대를 구성했다”며 “우리 춤꾼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춤을 이어왔는지, 또 우리의 소리와 춤이 어떻게 어우러져 발전해왔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강신구 풀뿌리문화연구소 대표
강대표는 부산과 영남권 춤의 계보를 비롯해 교방춤, 불교의식무용, 무속춤 등 다양한 전통춤의 흐름이 소개했으며, 영남 지역에는 탈춤 문화가 발달했고 호남 지역에는 소리 문화가 깊게 자리해 왔다는 해설도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또한 이날 무대에서는 전통과 현대 감각이 만나는 작품들도 눈길을 끌었다. 평양검무 이수자인 이은자 명무의 ‘나르리’를 소개하며 “김지립 선생이 오늘날 K-컬처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훨씬 이전부터 우리 전통춤과 의상, 갓과 도포의 미학을 무대 위에 올렸던 작업”이라며 “이미 한국적 미감의 세계화를 앞서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날 여덟 번째 순서로 선보인 ‘무녀도’는 양정화 명인이 정립해 딸인 박상희 명무에게 전승한 작품으로, 전통춤의 원형적 아름다움과 무속적 정서를 깊이 있게 담아냈다. 특히 애잔한 구음으로 춤의 정서를 이끌어낸 곽성호를 비롯해 아쟁의 대가 서영호 명인이 무대의 품격을 더했으며, 박근형, 김정림, 김일현, 김단우 등 명인급 연주자들이 함께 호흡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생음악으로 펼쳐진 반주는 춤사위의 섬세한 감정선과 호흡을 더욱 풍성하게 살려내며 관객들의 깊은 몰입을 이끌어냈다.
무대에 오른 출연진들 역시 각 지역과 계보를 대표하는 춤꾼들로 채워졌다. 박금희, 이봉주, 이현경, 박국자, 천명선, 오미자, 박상희, 서영림 등 원로 및 중견 춤꾼들은 오랜 세월 이어온 전승의 맥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춤사위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특히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서영님의 ‘구고무'는 서울예술고등학교 교장을 역임한 무용학 박사이자 은방초춤보존회 이사장인 서영님은 구고무의 원형적 아름다움과 예술적 깊이를 품격 있게 풀어냈다. 작품 도입부에 승무의 염불장단을 접목해 장중한 분위기를 이끌었으며, 아홉 개의 북이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울림과 바라 소리가 어우러지며 전통 의식무용의 장엄한 세계를 펼쳐냈다. 절제와 역동성이 공존하는 춤사위는 공연장의 분위기를 압도하며 깊은 여운 속에 무대의 대미를 장식했다.
공연 중에는 원로 예술인들에 대한 존경과 헌사도 이어졌다. 특히 91세의 원로 무용가 양정화 선생이 객석에 참석해 큰 박수를 받았으며, 강신구 대표는 “1969년 낙원동 무용학원 시절부터 뵈어온 분”이라며 “당시 방송과 무대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했던 존경스러운 예술인”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공연은 우리 전통춤이 지닌 역사성과 계보, 지역적 특색, 그리고 시대적 변화를 한 무대에서 조망할 수 있었던 뜻깊은 자리였다. 특히 시대의 어수선함과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의미를 담은 살풀이를 비롯해 불교·무속 계열의 작품들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전통춤이 품고 있는 치유와 성찰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 이날 무대는, 비움과 쉼의 미학을 통해 우리 전통예술의 깊이를 새롭게 체감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마무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