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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의 문화산책] '국악의 날' 재지정 적극 검토해야 한다

 

'국악의 날' 재지정 적극 검토해야 한다

 

오늘은 ‘국악의 날’이자 법정 기념일인 ‘환경의 날’이다. 하지만 축제여야 할 오늘,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6월 5일 '국악의 날'을 두고 국악계와 문화 예술계의 깊은 우려와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문체부는 권역별 간담회와 공청회 등 법적 절차를 밟았다는 입장이지만, 현장 국악인들이 체감하는 소통의 밀도에는 명백한 괴리가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날짜 선정 방식의 일방통행이다. 당시 공청회는 다양한 후보군을 두고 전통성과 실효성을 치열하게 토론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정부가 이미 '6월 5일'을 정해둔 상태에서 제정안을 발표하는 지침 전달식에 가까웠다는 것이 현장의 지적이다.

 

이미 지난 1970년, 선배 국악인들이 뜻을 모아 '단오절'을 '국악의 날'로 선포하고 기념해 온 엄연한 역사적 맥락이 존재한다. 그런데도 문체부는 이를 외면한 채, 행정적 명분 쌓기에 불과한 요식 행위를 거쳐 날짜를 발표했다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날짜의 근거가 된 '여민락(與民樂)'의 역사적 한계와 고증 모순도 정확히 짚어야 한다. 정부는 세종실록 속 기록을 근거로 삼았으나 이는 음력 1447년 6월 5일의 기록으로, 이를 무리하게 양력으로 치환한 것부터 고증에 맞지 않는다.

 

게다가 여민락은 '백성과 함께 즐긴다'라는 이름과 달리, 실상 이씨 왕조의 건국과 정당성을 찬양하는 '용비어천가'를 노래하던 궁중 음악이다. 왕실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음악을 현대 대한민국 국악 전체를 대표하는 날의 근거로 삼은 것은 역사적 맥락에 대한 깊은 고민이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현실적인 개최 시기가 가져오는 제약도 크다. 6월 5일은 이미 전 세계가 기념하는 '세계 환경의 날'이다. 더구나 바로 다음 날인 6월 6일은 국가적 추모일인 '현충일'이다. 가무악을 바탕으로 온 국민이 신명 나게 축제를 즐겨야 하는 국악의 날이, 현충일 직전이라는 시기적 엄숙함에 갇혀 대중적인 축제로 확장되기 어려운 환경을 스스로 만든 셈이다.

 

정부의 행정적 절차 준수 노력이 의미가 있으려면 현장과의 실질적인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단순히 '공청회를 열었다'는 명분만으로는 현장 예술가들과 대중의 진심 어린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전통은 위에서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예술가들과 대중이 함께 공감할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6월 5일 지정을 재검토해야 한다. 과거 국악인들이 합의했던 단오절을 비롯해 현장의 지혜를 다시 모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진정한 '국악의 날'로 재지정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