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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세미나] 국악의 날 2주년, 국악은 어디로 가야 하나… 공공재 가치와 지속가능한 교육 생태계 모색

“국악은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공공재”
“공공재 논의와 함께 산업·AI 전략도 병행해야”
“국악의 공공성은 국민을 위한 가치여야”
공교육 국악교육 활성화 연구 본격 착수
“교원양성체계 바뀌지 않으면 국악교육 활성화도 어렵다”

 

국악의 날 2주년, 국악은 어디로 가야 하나… 공공재 가치와 지속가능한 교육 생태계 모색

 

제2회 국악의 날과 국악주간을 맞아 국립국악원이 마련한 정책세미나에서 국악의 공공재적 가치와 공교육 활성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이번 세미나는 국악을 단순한 전통문화유산의 범주를 넘어 국민 모두가 향유하는 공공재로 재정립하고, 미래 세대와 연결될 교육 정책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개회식에서 황성운 국립국악원장 직무대리는 환영사를 통해 “이번 정책세미나가 국악이 국민의 삶 속에 더욱 깊이 자리 잡고 세계로 확장되는 데 작은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며 “세미나를 위해 연구진과 발표자, 좌장, 토론자 등 많은 분들이 함께 준비해 준 데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국악의 날과 국악주간은 ‘국악, 일상의 울림이 되다’를 슬로건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국악이 모든 국민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문화가 되고, 나아가 세계인과 함께 향유하는 문화자산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립국악원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악은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공공재”

 

1부 좌장을 맡은 김규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사말에서 “국악의 날은 국악진흥법 제정 과정에서 많은 이들의 노력과 헌신이 모여 탄생한 뜻깊은 날”이라며 “국악을 사랑하고 국악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힘써온 모든 국악인과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세미나는 국악을 단순한 예술 장르로 바라보는 시각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공재로서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앞으로 국악이 나아가야 할 미래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라며 “국악의 날을 계기로 국악의 공공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유사원 K-Arts Creative 대표가 ‘국악의 공공재적 위상 정립과 정책 활용 방안’을 주제로 발제했다.

 

김규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유사원 K-Arts Creative 대표

 

유 대표는 “그동안 국악은 국가유산, 무형문화재, 민족정신의 실체라는 박물관적 시선 속에서 이해돼 왔다”며 “이제는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실천적 자산이자 국민 모두의 공통 자산으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학의 공공재 개념인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을 국악에 적용하며, 국악이 누구나 향유할 수 있고 누구도 배제되어서는 안 되는 문화자산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문화기본법과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 문화민주주의 이론을 근거로 국악의 공공재적 정당성을 제시했다. 특히 “문화는 국가가 베푸는 혜택이 아니라 시민이 누려야 할 권리”라며 국악의 향유와 참여가 문화기본권의 실현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국악이 현대 사회의 정서적 위기와 지역소멸, 인공지능 시대의 문화전환에 대응할 수 있는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장애인·청소년·가족 대상 국악 체험 프로그램과 지역 무형유산 기반 문화사업, AI 데이터 구축 사업 등을 사례로 들며 “국악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미래의 자산이며, 민족의 음악을 넘어 모두의 공공재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재 논의와 함께 산업·AI 전략도 병행해야”

 

토론자로 나선 권도희 교수는 국악이 이미 오랜 기간 공공의 지원 속에서 유지돼 온 사실상의 공공재였다고 평가하면서도 “공공재라는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보다 현실적인 정책 설계를 주문했다. 특히 국악진흥법이 처음으로 ‘국악산업’을 제도적으로 수용한 점에 주목하며 산업 정책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AI 기술이 국악계에 거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현재 진행 중인 국악 데이터 구축 사업을 국가 차원의 전략사업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책 수립을 위한 통계와 데이터 축적의 중요성도 함께 제기했다.

 

권도희 경북대교수, 임학순 가톨릭대 교수, 임미혜 서울문화재단 본부장, 천재현 정가악회 대표

 

“국악의 공공성은 국민을 위한 가치여야”

 

정가악회 천재현 대표는 민간 예술가를 대표해 토론에 나서서 국악 공공성 논의가 국악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악이 정말 아름다운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공공재라는 주장은 강요가 될 수 있다”며 “우리 것이라는 당위에 머무르지 말고 새로운 시대와 만날 수 있는 가치와 철학을 발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공립 단체의 예술적 성과 확대, 민간 예술인과의 자원 공유, 아마추어 국악 인구 확대를 제안하며 “국악의 낡은 울타리를 풀고 민간의 수많은 예술가들과 함께 숨 쉬는 생태계를 복원할 때 비로소 국악은 진정한 공공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교육 국악교육 활성화 연구 본격 착수

 

2부에서는 ‘공교육 분야 국악교육 활성화 전략’을 주제로 논의가 이어졌다.

 

2부 좌장을 맡은 정은경 부산교육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는 국악의 날 제정 2주년을 맞아 아직 현장 교사들 사이에서도 국악의 날에 대한 인지도가 충분하지 않은 현실을 언급하며 지속적인 홍보와 사회적 관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은경 부산교육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

 

또한 “26년간 교원 양성과 국악교육 현장을 지켜보며 공교육에서의 국악교육 활성화는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국악교육 비중 축소 움직임이 나타나자 전국의 국악교육계와 함께 문제를 제기하며 대응 활동을 주도했던 인물로, 이날 역시 공교육 속 국악교육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이동희 경인교육대학교 교수는 한국국악교육학회와 헤리티지커넥션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연구를 소개하며 공교육 국악교육의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 구축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전통예술 생태계가 산업화·글로벌화·디지털화·AI 확산이라는 변화 속에 놓여 있는 반면 학령인구 감소와 전공자 감소, 교육환경 변화라는 위기에도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동희 경인교대교수, 김경태 춘천교대교수, 유선미 국립공주대 교수

 

이 교수는 “공교육 국악교육 활성화는 단순히 전통예술 보호 차원을 넘어 미래 세대의 문화감수성과 문화다양성을 확장하는 일”이라며 국립국악원과 학교, 예술단체,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거버넌스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춘천교육대학교 음악교육과 김경태 교수는 토론에서 공교육 국악교육의 핵심은 지식 전달이 아니라 실제적인 음악 경험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악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이 국악을 글과 이론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며 음악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체험하는 데 있다”며 “특히 초등학교 3~4학년 시기는 국악을 지식으로 이해하기보다 다양한 음악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또한 서울문화재단의 국악교육 프로그램에서 학생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난 사례를 언급하며 “국악은 직접 경험했을 때 그 가치와 매력을 체감할 수 있는 예술”이라며 “공교육은 학생들이 실제 음악 활동을 통해 국악이 지닌 정서적 안정감과 심미적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악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교육과정, 교육콘텐츠, 교사 연수 등 전반적인 체계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원양성체계 바뀌지 않으면 국악교육 활성화도 어렵다”

 

토론에서는 교원양성 체계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공주대학교 유선미 교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국악 비중이 확대됐음에도 교사 양성 과정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접 교육부에 교원양성 교육과정에서 국악교육이 균형 있게 반영될 필요성에 대한 질의를 제기한 결과, 교육부로부터 “2022 개정 교육과정 등을 고려해 교육과정을 균형 있게 편성·운영해 달라”는 공식 답변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는 국가 교육과정의 방향과 교원양성 교육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교원양성기관의 교육과정 편성이 대학 내부의 자율적 판단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국악 관련 교육 확대 역시 학과 내 구성원 간 합의 여부에 좌우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국가 교육과정이 국악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이를 실행할 교사를 양성하는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학교 현장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교육부 차원의 제도적 점검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과서 집필 과정에서 국악 전문성의 균형 있는 반영, 교사 임용시험의 국악 평가 강화 등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구슬 교육부 교육연구관, 이경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임연구위원, 이장원 충남예고 교사

 

교육부 교육콘텐츠정책과 전구슬 교육연구관은 토론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16년, 교육부에서 8년간 근무하며 경험한 교육 현장의 사례를 바탕으로 국악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 연구관은 “1992년 초등학교 6학년 시절 학교에서 처음 단소를 배우고 사물놀이를 접했던 경험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며  “오늘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컬처 역시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진 문화예술교육의 토대 위에서 성장한 측면이 있다”며 공교육 속 국악교육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교과서 속 국악 비중에 비해 교사 양성과정에서의 국악교육은 여전히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교육과정과 교원양성 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교육계와 문화예술계, 정책 담당자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한 청중은 국악교육에서 직접적인 체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유치원에서 처음 장구를 배우고 초등학교에서 가야금을 접한 경험이 너무 좋아 지금까지도 국악을 즐기고 가야금을 연주하고 있다”며 “만약 교과서 속 이론으로만 장단과 악기, 국악사를 배웠다면 지금처럼 국악을 좋아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학생들이 학교 현장에서 실제 국악기를 직접 연주하고 체험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이날 세미나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체험 중심 국악교육’의 중요성을 현장의 목소리로 보여주며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국악의 날이 던진 과제

 

토론을 마무리하며 좌장을 맡은 정은경 부산교육대학교 교수는 “과거 국악교육계가 교과서와 교육과정에서 국악 비중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실제 교육 현장에서 국악교육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국악교육의 양적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를 뒷받침할 정책과 제도, 교사 양성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며 “국회 토론회와 정책 제안 등을 통해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제도적 실현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오늘 논의의 핵심은 결국 ‘지속 가능한 국악교육 생태계 구축’에 있으며, 이것이 앞으로 공교육 국악교육 정책이 나아가야 할 가장 중요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국립국악원이 마련한 이번 정책세미나는 제2회 국악의 날과 국악주간을 맞아 국악의 사회적 역할과 미래 비전을 정책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조망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특히 국악을 국민 모두가 향유하는 공공재로 재해석하고, 공교육·문화복지·지역발전·산업·AI 기술 등 다양한 영역과의 연계 가능성을 논의함으로써 국악 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국립국악원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국악의 날이 국악의 공공적 가치와 사회적 역할을 확장하는 정책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앞으로도 국악이 국민의 일상과 미래 세대를 잇는 문화자산으로 성장하기 위한 논의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