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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전통명장 박해양, 평생 모은 '멋과 맛'을 꺼내다

울산 잇츠룸갤러리카페서 8월 14일까지 특별전… 전통 장문화와 발효 인생 한눈에
장독·특허·예술품까지… "전통은 생활 속에서 이어져야 한다"

 

전통명장 박해양, 평생 모은 '멋과 맛'을 꺼내다

 

대한민국 전통명장이자 백상산업㈜ 대표이사인 박해양 명장이 평생 연구하고 모아온 전통 장문화와 발효의 기록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전 <멋·맛 : 지산의 멋, 어머니의 맛, 인류의 건강이 되다>가 울산 잇츠룸갤러리카페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지난 6월 8일 개막해 오는 8월 14일까지 이어지며, 6월 26일 열린 오프닝 행사에는 문화예술인과 지역 인사들이 참석해 전시의 의미를 함께 나눴다.

 

이번 전시는 잇츠룸이 진행하는 '한 사람의 인생이 작품이 되는 공간'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특정 분야에서 오랜 시간 자신의 길을 걸어온 인물을 기록하는 이 프로젝트는 사람의 삶 자체를 하나의 문화자산으로 바라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전시는 박해양 명장의 전통 장(醬) 이야기만을 담은 자리가 아니다. 서울대학교 역사교육학과 출신으로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청년 시절, 4,300여 명의 직원을 둔 주택관리기업을 일군 기업인으로서의 시간, 그리고 집안 대대로 내려온 12가지 약초를 넣어 특허를 내어 고유의 장 비법을 재현해 대한민국 전통명장에 오른 현재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삶의 궤적을 한자리에서 조명한다.

 

특히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집안의 장 비법을 이어갈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직접 전통 장을 '소장(所藏)'하기로 결심한 이야기는 이번 전시의 중심을 이룬다. 이후 박 명장은 전통 장맛을 과학적으로 연구해 FDA 승인받은 친환경물로, 우리 전통 발효문화를 산업과 건강, 문화 콘텐츠로 확장해 왔다.

 

전시장에는 그 발자취를 보여주는 자료들이 시대별로 정리돼 있다. 직접 사용했던 장독과 발효 관련 자료, 특허 발명품, 저서, 기록물은 물론 오랜 세월 수집한 소장품과 예술품까지 함께 전시돼 한 사람의 연구 과정과 삶의 흔적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도록 구성했다.

 

 

 

특히 장을 단순한 음식이 아닌 생활문화이자 전통기술로 바라본 그의 시선이 전시 곳곳에 담겨 있다. 전통이 과거의 유산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산업과 문화 속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26일 열린 오프닝 행사에서는 화개무용단의 진도북춤과 김금숙무용단의 궁중무를 시작으로 가수 홍순학·김원진, 색소폰 연주자 임현순의 축하공연이 이어졌으며, 박 명장은 직접 전시를 소개하고 자신의 삶을 담은 시를 낭송하며 관람객들과 소통했다.

 

화개무용단의 진도북춤

 

김금숙무용단의 궁중무

 

윤혜진 잇츠룸 관장은 "물건보다 사람의 이야기를 남기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박해양 명장의 삶 자체가 기록할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명장은 "어머니에게 배운 장맛은 음식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삶의 태도였다"며 "전통은 생활 속에서 이어질 때 비로소 생명력을 갖는다"고 말했다.

 

박해양 명장

 

이번 전시는 화려한 연출보다 한 사람의 삶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는 데 무게를 둔다. 전통 장을 연구해 온 한 장인의 시간이 어떻게 특허와 산업, 기록과 문화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주며, 전통이 오늘날 어떤 방식으로 계승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전시다.

 

국악계에서는 무형유산을 공연예술 중심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장을 담그는 기술과 발효문화 역시 오랜 세월 전승되어 온 생활문화이며 중요한 전통유산이다.

 

박해양 명장의 전시는 장독 하나, 발효 기록 하나에도 문화가 축적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연장이 아닌 갤러리에서 전통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전통을 계승하는 방식은 하나가 아니다. 생활 속에서 이어지고 기록으로 남겨질 때 전통은 더욱 오래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