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방법원, 한국국악협회 우종양 이사장 직무정지 결정… 선관위 후보 검증 부실도 도마 위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사단법인 한국국악협회 우종양 이사장의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주영희 씨를 직무대행자로 선임하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 3월 5일 실시된 제27대 한국국악협회 이사장 선거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법원이 처음으로 판단을 내린 것으로, 향후 본안소송과 협회 운영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지난 10일 '2026카합20596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사건에서 남정태 회원(전 사단법인 한국판소리보존회 이사장)이 제기한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본안인 '2026년 3월 5일 총회결의 무효확인 사건'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우종양 이사장의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그 기간 동안 주영희 씨를 한국국악협회 이사장 직무대행자로 선임한다고 결정했다. 소송비용도 한국국악협회가 부담하도록 했다.

법원 "정회원 자격 상실… 이사장 피선거권 없어"
이번 결정의 핵심은 우종양 이사장이 이사장 후보로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협회 정관과 회원규정을 근거로 "1년 이상 회비를 체납한 회원은 자동으로 회원 자격을 상실한다"고 해석했다. 이어 우 이사장이 2021년도와 2022년도 회비를 납부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되는 만큼 적어도 2022년부터는 정회원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며, 정회원만이 이사장 피선거권을 갖는 만큼 그를 이사장으로 선출한 2026년 3월 5일 총회 결의는 무효일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우 이사장 측은 선거를 앞둔 올해 2월 미납 회비를 모두 납부해 정회원 자격을 회복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발송한 공문은 대의원 자격 부여를 위한 회비 완납 안내일 뿐 정회원 자격 회복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단순히 회비를 납부했다는 사정만으로 회원 자격이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설령 정회원 자격이 회복됐다고 하더라도 선거규정에서 요구하는 '정회원으로 5년 이상 활동한 자'라는 후보 자격 역시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회비 체납으로 회원 자격이 단절됐기 때문에 2026년 2월부터 다시 정회원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3월 5일 선거 당시에는 5년 이상 활동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협회 운영 혼란 우려… 직무대행자는 주영희
법원은 우 이사장의 임기가 2030년까지 상당 기간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계속 직무를 수행할 경우 협회 운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직무대행자로 주영희 씨를 선임했다. 재판부는 회원 구성과 이해관계, 직무대행자의 중립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선거관리위원회, 자격 검증 부실 논란 불가피
이번 결정은 선거관리위원회의 후보 자격 검증 시스템 자체에 허점을 드러낸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특히 당시 선거관리위원회는 9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고 법률 자문까지 받으며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관리'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 후보자의 회원 자격과 회비 납부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고, 결국 법원이 후보 자격 자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협회는 이사장 직무정지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후보 등록 단계에서 회비 납부 여부와 정회원 자격을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선거관리 절차가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음을 보여준다.
당시 선거를 관리했던 선거관리위원회는 위원장 원장현을 비롯한 박정곤, 서장식 등의 위원들로 구성돼 선거를 진행했다. 다만 이번 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우종양 이사장의 후보 자격과 총회 결의의 효력에 관한 판단일 뿐, 선거관리위원장이나 개별 위원의 법적 책임 여부를 판단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거관리위원회의 후보 자격 심사 절차와 검증 시스템에 대한 제도적 개선 요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국악협회, 이제는 '혁신'으로 답해야
이번 직무집행정지 결정은 한 차례의 선거를 둘러싼 법적 분쟁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6년 동안 이어져 온 한국국악협회의 끝없는 소송과 내부 갈등이 아직도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사건이다.
그동안 협회는 오랜 법적 분쟁으로 정상적인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어렵게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며 조직을 재정비하고 재도약을 준비하던 시점에서 다시 법원의 직무정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협회는 또다시 불확실성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이는 협회 구성원은 물론 한국 국악계 전체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창립 65년을 맞은 한국국악협회는 대한민국 국악계를 대표하는 단체다. 원로 국악인들은 과거 협회의 위상을 회복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중견 국악인과 젊은 예술인들 역시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협회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이제 한국국악협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 공방이 아니라 근본적인 혁신이다. 선거제도와 회원관리, 정관 및 규정 정비를 비롯한 조직 전반을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뼈를 깎는 각오로 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결정이 또 하나의 소송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65년 역사를 이어온 협회가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전환점이 될 것인지는 이제 협회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