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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정명숙의 절제와 최승희의 신명, 황미영, 이화미 '現, 마음자리'로 되살아나다

전통과 신무용, 하나의 무대에서 만나다
춤으로 이어진 스승의 숨결과 제자의 현재
오래도록 기록될 '現, 마음자리'

 

정명숙의 절제와 최승희의 신명, 황미영, 이화미 '現, 마음자리'로 되살아나다
 

한국 전통춤의 깊은 호흡과 신무용의 자유로운 몸짓이 한 무대에서 만났다. 황미영전통무용예술원이 마련한 공연 ‘現, 마음자리’는 국가무형유산 살풀이춤 보유자 정명숙 명무와 한국 신무용의 선구자 최승희의 춤을 오늘의 무대 위에 다시 불러낸 뜻깊은 자리였다.

 

이번 공연은 정명숙류 춤에 담긴 절제와 품격, 최승희류 춤이 지닌 역동성과 신명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 한국춤의 전통과 변화, 계승의 의미를 입체적으로 보여줬다. 공연 제목에 담긴 ‘현재 현(現)’처럼 선현들의 춤은 황미영과 제자들의 몸을 통해 현재형의 예술로 되살아났다.

 

공연의 사회와 해설은 풀뿌리문화연구소 대표인 강신구 선생이 맡았다. 강 선생은 각 작품의 역사적 배경과 춤의 특징, 정명숙류와 최승희류 춤이 갖는 예술적 의미를 풀어내며 관객들이 무대의 흐름을 더욱 깊이 이해하도록 이끌었다. 

 

강신구 선생은 “선현들에게 물려받은 뿌리와 예술미를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비움과 참, 채움의 자세로 현재를 재조명하는 무대”라고 평가했다. 또한 황미영 대표가 오랜 세월 정명숙 명무의 춤을 익히고 계승해 온 춤꾼인 동시에 제자 양성과 한국무용 교육에 힘써 온 교육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황미영 대표는 “춤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가장 솔직한 몸짓”이라며 “우리 춤의 깊이와 예술에 대한 열정을 춤으로 엮어 이화미 무용가와 함께 하나의 몸짓으로 준비했다”고 밝히며 “정명숙 선생은 여성의 지적 섬세함과 품위, 강인한 자존심이 깃든 춤사위로 전통춤의 백미를 표현해 온 명무이며, 최승희 선생은 전통무용을 바탕으로 현대적 무용기법과 이론을 완성해 수많은 작품세계를 알린 신무용의 창시자”라고 소개했다.

 

무대는 최승희류 장고춤으로 힘차게 문을 열었다. 오화나가 선보인 장고춤은 가락에 맞춘 역동적인 움직임과 여성미가 조화를 이루며 음악을 몸으로 시각화했다. 경쾌하면서도 힘 있는 춤사위는 공연 초반부터 객석의 집중을 이끌어냈다.

 

정명숙류 입춤에는 황미영과 이재섭이 출연했다. 입춤은 모든 춤의 기본이면서도 춤꾼의 내공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두 무용수는 절제된 호흡과 단아하고 정갈한 춤사위로 정명숙류 입춤의 본질을 풀어냈다. 과도한 기교보다는 섬세한 발디딤과 손끝의 흐름, 몸 안에서 우러나는 깊은 호흡이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정명숙류 입춤에 황미영과 이재섭

 

이화미가 선보인 최승희류 무당춤은 섬세하면서도 끈끈한 움직임과 신비로운 분위기로 무대를 채웠다. 다양한 의상과 역동적인 동작을 통해 신이 내리는 강신무의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하며 최승희 춤의 독창성과 대담한 예술세계를 보여줬다.

 

이화미의 최승희류 무당춤

 

십이체 장고춤에는 유미자, 이승숙, 김선미, 배효진, 김부영, 조다슬이 출연했다. 장고를 비스듬히 어깨에 둘러메고 펼친 다채로운 춤사위는 꽃이 피어나는 듯한 화사함을 자아냈다. 상체의 선과 발동작의 움직임이 장단과 조화를 이루면서 흥과 멋을 한껏 돋웠다.

 

정명숙류 한양교방무는 황미영, 황윤지, 오화나가 함께했다. 교방예술 특유의 화려함에 절제와 섬세함을 더한 이 작품은 여성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강한 의지와 단단한 내면까지 담아냈다. 깔끔한 선과 정교한 손놀림, 표정에 깃든 정서가 어우러지며 정명숙 춤의 품격을 또렷하게 드러냈다.

 

정명숙류 한양교방무에 황미영, 황윤지, 오화나

 

다음으로 최승희류 소고춤이 무대의 분위기를 한층 밝고 생동감 있게 이끌었다. 조부사자, 현유희, 이화미, 윤진희, 정천향, 현미순이 함께한 소고춤은 농악의 소고놀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전통 민속춤의 흥과 신무용의 조형미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최승희류 소고춤에 조부사자, 현유희, 이화미, 윤진희, 정천향, 현미순

 

서한우류 버꾸춤은 이번 공연에서 전통과 기교가 어우러진 또 하나의 백미였다. 이재섭, 김민지, 유혜지가 선보인 버꾸춤은 전라남도 보도무형유산 명무 서한우 선생에게서 전해 내려오는 춤으로, 일반 북보다 작은 중간 크기의 버꾸를 이용해 박진감 넘치는 장단과 힘찬 춤사위를 펼쳐 보였다.

 

이어 황미영 대표가 선보인 국가무형유산 정명숙류 살풀이춤은 공연의 정점을 이루었다. 이매방제 살풀이춤의 원형을 바탕으로 정명숙 명무가 다듬어온 춤사위는 여성적인 섬세함과 절제된 기품, 그리고 깊은 내면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살풀이춤은 이번 무대를 스승의 예술혼을 오늘의 감각으로 이어가는 계승의 무대였음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순간이었다.

 

황미영 대표의 정명숙류 살풀이춤

 

이번 공연에서 특히 주목된 것은 일본 오사카에서 활동하는 최승희 무용 전수자 이화미와 황미영의 예술적 만남이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춤맥을 이어온 두 무용가가 정명숙류와 최승희류 춤을 한 무대에 올리면서 공연은 단순한 헌정을 넘어 춤의 교류와 확장 가능성까지 보여줬다.

 

공연을 관람한 관계자들은 정명숙 춤과 최승희 춤을 연결한 기획과 작품 구성에 높은 평가를 보냈다. 전통춤의 절제된 미학과 신무용의 대담하고 역동적인 표현을 한 무대에 배치한 발상이 신선했으며, 서로 다른 춤의 특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조화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공연을 두고 “오래도록 기록될 선현들의 숨결이 묻어나는 ‘現, 마음자리’였다”, “헌정의 의미에 현대적인 조화로움이 더해졌으며 춤꾼들의 열정과 신명, 신선함이 깃든 무대였다”는 총평이 이어졌다.

 

공연장에는 광진구의회 고양석 의원을 비롯해 수당 정명숙전통춤보존회 관계자, 무용가 오미자·임관규, 이동안류 진쇠춤 저자인 김상경 교수 등이 참석해 공연의 의미를 함께 나눴다.

 

이번 무대는 서울시립대학교 평생교육원, 블루코리아, 현대한복, 김영주내과의원이 후원했으며, 남호주한인회 정광수 회장과 코리아토탈 뷰티웨딩 YONA가 협찬했다. 여러 문화예술계 인사와 단체의 관심과 지원은 전통춤의 보존과 계승이 무용가 개인의 노력만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문화적 과제임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現, 마음자리’는 정명숙과 최승희라는 한국춤의 두 거장을 현재의 무대에서 만나게 한 예술적 기록이었다. 전통은 옛 춤사위를 그대로 반복하는 데서 완성되지 않는다. 선현의 정신을 존중하면서도 오늘의 춤꾼이 자신의 호흡과 감각을 더해 새롭게 살아 움직이게 할 때 비로소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

 

황미영과 출연진이 펼친 이날의 무대는 몸이 기억한 춤이 사람과 사람을 잇고, 시대와 시대를 건너 다시 피어나는 과정을 보여줬다. 선현들의 숨결과 오늘의 열정이 함께 머문 그 자리는 공연의 제목처럼 한국춤의 ‘현재’를 확인하게 한 깊고도 따뜻한 마음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