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공연] 거짓으로 드러나는 진실… 중남미 걸작 희곡전 마지막 무대 《시늉하는 자》 8월 개막

극단 경험과상상, 멕시코 현대극 거장 로돌포 우시글리 대표작 국내 공연
정의와 진실, 권력과 위선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정치극

 

거짓으로 드러나는 진실… 중남미 걸작 희곡전 마지막 무대 《시늉하는 자》 8월 개막

 

극단 경험과상상이 오는 8월 21일부터 29일까지 창작플랫폼 경험과상상에서 멕시코 현대극의 대표작 《시늉하는 자(El Gesticulador)》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2026 중남미 걸작 희곡전'의 마지막 작품으로, 아르헨티나의 《광기의 빵》, 칠레의 《개들이 짖게 내버려 둬라》에 이어 멕시코를 대표하는 현대 희곡을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무대다.

 

《시늉하는 자》는 '멕시코 현대극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돌포 우시글리(Rodolfo Usigli)의 대표작이다. 극작가이자 수필가, 외교관으로 활동한 우시글리는 멕시코 현대 연극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로 평가받으며, 1972년 멕시코 국가예술과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대표작인 《시늉하는 자》는 오늘날까지 세계 각국에서 꾸준히 공연되는 라틴아메리카 현대극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거짓으로 시작된 영웅, 진실을 향한 비극

 

작품은 혁명사를 연구하던 역사학자 세자르 루비오가 생계를 위해 실종된 혁명 영웅을 사칭하면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돈을 벌기 위한 거짓말이었지만 언론과 정치권, 대중은 그를 진짜 영웅으로 받아들이고, 세자르는 점차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의 정신과 삶을 살아가게 된다. 결국 그는 주지사 후보로까지 추대되며, 한 개인의 거짓은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정치적 사건으로 확대된다.

 

 

작품은 단순한 정치 풍자에 머물지 않는다. 권력을 위해 혁명의 이름을 이용하는 정치인 나바로와, 거짓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려는 세자르를 대비시키며 관객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진실이 사라진 시대, 거짓을 통해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정의인가, 또 다른 위선인가."

 

이 질문은 1938년 작품이 쓰였던 시대를 넘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화두로 다가온다.

 

정부가 공연을 중단시킨 문제작

 

《시늉하는 자》는 1938년에 집필됐지만 당시 멕시코 혁명 이후 형성된 정치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는 이유로 출판까지 6년, 초연까지 10년을 기다려야 했다.

 

1947년 멕시코 국립극장 팔라시오 데 벨라스 아르테스에서 초연되자 관객들은 열광했지만 정부는 공연을 중단시키고 작품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에는 "혁명을 모독한 작품"이라는 비난과 "멕시코 현대극의 기초석"이라는 찬사가 동시에 쏟아졌으며, 이후 미국, 스페인, 폴란드, 쿠바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연되며 20세기 라틴아메리카 연극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거짓을 통해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 연극"

 

이번 공연은 유아람이 연출을 맡고, 한덕균이 윤색을 담당했다.

 

유아람 연출은 세자르를 단순한 사기꾼이나 영웅이 아닌 "시대가 만들어낸 비극적 인간"으로 해석한다.

 

그는 "세자르는 작은 거짓에도 괴로워하는 양심적인 인물이지만, 부패한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가장 거대한 거짓을 선택한다"며 "연극은 거짓을 통해 진실을 드러내는 예술이며, 이번 작품 역시 멕시코의 오래된 이야기를 넘어 오늘의 우리 사회를 향한 질문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배우들에게 단순히 인물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무대 위에 존재할 것을 주문하며 작품의 현실성을 더욱 강조했다.

 

정의와 진실을 묻는 마지막 질문

 

작품은 혁명 영웅을 사칭한 세자르를 단순한 위선자로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실이 사라진 시대에는 거짓을 통해서만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가'라는 역설적인 상황을 제시하며 관객 스스로 판단하도록 만든다.

 

극단 경험과상상은 이번 중남미 걸작 희곡전을 통해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남미 현대 희곡을 연속적으로 소개하며, 연극이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예술적 가치를 관객들과 공유해 왔다.

 

희곡전의 대미를 장식하는 《시늉하는 자》는 정의와 진실, 권력과 역사, 인간의 양심을 치열하게 탐구하는 철학적 드라마이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