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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벨기에 울티마 베스 ‘보이드’, 서울세계무용축제 개막 장식

세계적 안무가 빔 반데케이부스 이끄는 울티마 베스, 7년 만에 시댄스 무대
9월 2일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넘어 공존의 가능성 질문
한국-벨기에 수교 125주년 맞아 더욱 뜻깊은 무대…댄스필름 ‘블러시’도 상영

 

벨기에 울티마 베스 ‘보이드’, 서울세계무용축제 개막 장식

 

벨기에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현대무용단 울티마 베스(Ultima Vez)가 〈보이드(Void)〉로 제29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2026)의 문을 연다.

 

울티마 베스는 오는 9월 2일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 열리는 서울세계무용축제 개막공연에 올라 한국 관객과 만난다. 2019년 시댄스에서 〈덫의 도시〉를 선보인 이후 7년 만의 축제 무대다.

 

특히 올해는 한국과 벨기에 수교 125주년을 맞는 해로, 이번 초청은 양국 문화예술 교류의 의미를 더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거칠고 본능적인 몸의 언어…세계 현대무용 이끈 울티마 베스

 

울티마 베스는 세계 현대무용계에서 독보적인 신체 언어를 구축해온 안무가이자 영화감독 빔 반데케이부스(Wim Vandekeybus)가 1986년 창단한 무용단이다.

 

단체명 ‘Ultima Vez’는 스페인어로 ‘마지막 순간’을 뜻한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정제된 동작과 형식적인 아름다움보다는 거칠고 본능적인 신체성,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 육체의 에너지와 충동을 무대 위에 펼쳐내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왔다.

 

영화감독 빔 반데케이부스

 

벨기에 출신인 반데케이부스는 혁신적인 데뷔작 〈What the Body Does Not Remember〉(1987)로 뉴욕 베시 어워드를 수상하며 세계 무용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무용과 연극, 영화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왔고, 동시대 현대무용을 대표하는 영향력 있는 창작자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몸은 단순히 아름다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수단이 아니다. 위험과 충돌, 본능과 불안,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에너지를 직접 드러내는 언어에 가깝다.

 

‘정상’과 ‘비정상’을 누가 규정하는가

 

이번에 선보이는 〈보이드〉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적 경계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다.

 

작품의 중심에는 사회가 규정한 정상성의 바깥으로 밀려난 인물들이 자리한다.

 

이들은 획일화된 현대무용의 테크닉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무용수 각자의 개인적 경험과 가족사에 얽힌 기억에서 출발해 저마다의 삶에서 형성된 독특한 신체 언어를 무대 위에 펼쳐낸다.

 

서로 다른 몸은 충돌하고 흔들리며 관계를 만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작품은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 그 경계를 누가 만들어왔는지를 관객에게 되묻는다.

 

‘Void’는 우리말로 ‘공허’ 또는 ‘빈 공간’을 의미하지만 작품 속 빈 공간은 단순한 결핍을 뜻하지 않는다.

 

사회가 만들어놓은 규범과 정상성의 기준이 사라진 자리에는 오히려 기존 질서로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계와 삶의 가능성이 나타난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상대를 자신과 같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함께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무대 공간 역시 이러한 작품의 메시지와 맞물린다. 고정된 배경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끊임없이 변형되는 살아 있는 구조처럼 작동하며 새로운 관계와 가능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TRANS×TRANCE’ 여는 상징적인 개막작

 

〈보이드〉는 올해 서울세계무용축제가 내건 주제 ‘TRANS×TRANCE’를 가장 먼저 관객에게 제시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제29회 서울세계무용축제는 ‘몸은 우리를 다시 연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국가와 문화, 장르와 세대, 인간과 자연 등 우리를 구분해온 경계를 넘어서는 움직임을 ‘TRANS’로, 그 움직임을 통해 서로 다른 존재가 연결되고 집단적 몰입에 도달하는 상태를 ‘TRANCE’로 바라본다.

 

사회가 설정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 다른 신체와 삶의 방식을 무대 위에 공존시키는 〈보이드〉는 이러한 축제의 문제의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작품은 ‘다름’을 극복하거나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서로 다른 몸과 기억, 경험이 그대로 존재하면서 어떻게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춤으로 질문한다.

 

세계 8개국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올해 서울세계무용축제가 첫 무대로 〈보이드〉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춤에서 영화로…빔 반데케이부스 ‘블러시’도 만난다

 

빔 반데케이부스의 예술세계를 무대 밖에서도 만날 수 있다.

 

안무가뿐 아니라 영화감독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해온 그의 댄스필름 〈블러시(Blush)〉가 서울영화센터와의 공동기획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무대에서 펼쳐지는 울티마 베스 특유의 강렬한 신체성과 함께 카메라와 영화적 언어를 통해 확장된 반데케이부스의 작품세계도 살펴볼 수 있다.

 

올해로 29회를 맞은 서울세계무용축제는 9월 2일부터 19일까지 서울 곳곳에서 열린다. 한국을 비롯해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캐나다, 일본 등 8개국의 예술가들이 참여해 해외초청과 국제합작, 국내초청, 기획제작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 첫 문을 여는 울티마 베스의 〈보이드〉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밖에서 우리는 어떻게 함께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강렬한 몸의 언어로 던지며 제29회 서울세계무용축제의 시작을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