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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회화가 춤추고 몸짓이 색을 입다…선아예술단 ‘춤추는 캔버스’

장르 간 융복합으로 펼쳐낸 회화와 한국춤의 새로운 만남
네 명의 화가와 무용수들이 그려낸 ‘인간 회복과 공명’의 여정
최혜경 총예술감독, 전통에 현대적 감각 더해 한국춤의 확장 가능성 제시

 

회화가 춤추고 몸짓이 색을 입다…선아예술단 ‘춤추는 캔버스’

 

강신구

풀뿌리문화연구소·전통예술평론가

 

회화의 색과 선이 무용수의 몸짓을 만나 살아 움직이는 무대가 됐다. 평면의 캔버스에 머물던 미술은 춤과 만나 공간으로 확장됐고, 무용수의 움직임은 색과 빛을 입으며 또 하나의 회화가 됐다.

 

한국무용가 최혜경이 이끄는 전문예술법인 (사)선아예술단의 기획공연·전시 ‘춤추는 캔버스’​가 지난 8월 29일 송해아트홀 대극장에서 펼쳐졌다.

 

‘춤추는 캔버스’는 도시의 빠른 속도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인간이 내면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회복한 뒤 다시 세계와 연결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융복합 퍼포먼스다. 한국무용과 회화라는 서로 다른 장르를 하나의 무대 언어로 결합해 인간의 삶과 감정을 시각적·신체적으로 풀어냈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화가 김영화·박진우·이익렬·정은미가 참여해 무용수들과 함께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모색했다. 붓으로 만들어진 흔적과 무용수의 호흡, 회화의 색채와 신체의 움직임이 교차하면서 관객에게 단순히 ‘보는 공연’을 넘어 다양한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무대를 선사했다.

 

평면의 회화가 무대 위 ‘살아 있는 그림’으로

 

이번 작품의 중요한 특징은 회화를 단순한 무대 배경이나 장식적 요소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회화와 춤이 각각 독립된 예술로 존재하면서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

 

공연은 크게 ‘평면에서 생명으로’, ‘비움에서 상생으로’, ‘붓의 흔적과 춤의 호흡’​이라는 흐름으로 읽혔다. 평면에 머물던 그림은 무용수의 몸을 만나 생명력을 얻었고, 인간의 내면은 비움과 성찰을 거쳐 타인과 세계를 향한 상생으로 나아갔다. 여기에 붓의 흔적과 춤의 호흡이 겹치면서 시각과 청각, 신체적 감각을 아우르는 공감각적 무대를 만들어냈다.

 

예술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장 아름다운 언어일 수 있다. 서로 다른 삶과 마음을 연결하고, 한 사람의 감동을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힘 역시 예술이 가진 본질적인 에너지다. ‘춤추는 캔버스’는 이러한 예술의 힘을 무대 위에서 확인하게 한 공연이었다.

 

소외에서 공명까지…5막으로 풀어낸 인간의 여정

 

작품은 모두 5막으로 구성됐다. 1막 ‘소외와 혼돈’, 2막 ‘비움과 조율’, 3막 ‘투쟁과 대지의 기운’, 4막 ‘생동과 환희’, 5막 ‘공명’​으로 이어지며 현대인이 겪는 내면의 혼란과 자기 성찰, 회복과 관계의 복원을 단계적으로 그려냈다.

 

‘소외와 혼돈’에서 출발한 인간은 자신을 비우고 내면을 조율하는 시간을 거친다. 이어 삶과 맞서는 투쟁 속에서 대지의 원초적인 에너지를 발견하고 생동과 환희에 이른 뒤, 마침내 자신과 타인, 세계가 서로 울림을 주고받는 ‘공명’으로 나아간다.

 

이러한 구성은 각각의 춤을 나열하기보다 공연 전체를 하나의 서사적 여정으로 바라보게 했다. 무용수의 신체는 그 과정에서 감정을 전달하는 매개가 됐고, 회화는 인간 내면의 변화를 색과 이미지로 확장했다.

 

 

최혜경, 전통에 현대적 재창조 더한 작품세계

 

총예술감독과 연출을 맡은 최혜경은 전통춤을 기반으로 학술적 연구와 창작 작업을 꾸준히 병행해온 무용가다.

 

서울예술대학교 무용학과를 졸업하고 세종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에서 예술학 석사, 단국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문화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가무형유산 ‘승무’ 이수자로 한국춤협회, 한영숙춤보존회, 대한체육회 문화위원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사)선아예술단 이사장, 서울교대 K-Culture Convergence 과정 총괄교수, 성신여대 인문융합예술대학 무용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특별시장 표창과 대한민국문화교육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국내외 50여 회 공연에 안무가와 무용수로 참여했다.

 

최혜경 예술감독과 필자

 

이번 무대에서도 전통춤의 신체성과 호흡을 토대로 현대적 감각과 타 장르의 예술언어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동시대의 미적 언어로 재창조함으로써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향후 한국춤의 영역을 더욱 넓혀갈 컨템포러리 춤꾼으로서의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춤추는 캔버스’는 법인 창단 이후 선아예술단이 전통의 가치를 바탕으로 시대와 호흡하며 문화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처음 시도한 융복합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공연장 밖까지 이어진 ‘캔버스’…전시와 공연의 결합

 

무대 밖에서 이어진 전시도 눈길을 끌었다. 송해아트홀 대극장 로비에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공연을 관람하기 전후 관객들이 회화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작품 해설도 더해졌으며, 관객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선정해 구매할 수 있는 기회까지 마련했다. 공연과 전시를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예술 경험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참신한 기획이었다.

 

이날 공연에는 임오경 국회의원, 조강훈 한국예총 회장, 조남규 대한무용협회 이사장, 장신호 서울교육대학교 총장, 김성호 송해아트홀 대표 등이 축사를 통해 공연의 의미를 더했다.

 

제작진과 출연진도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최혜경이 총예술감독 및 연출을 맡고 김희진이 안무, 진상석이 조안무를 맡았다. 무대에는 김도율·성아라·정다영·장나연·김은재·김지수·박선영·백수지·손지우·진시아가 출연했다.

 

시놉시스 유희경, 무대감독 강노을, 조명 탁형선, 음악·영상 장상준, 음향 김균, 촬영 곽재필 등이 제작에 참여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번 공연은 전문예술법인 (사)선아예술단이 주최하고 (주)에이치케이선아가 주관했으며 송해아트홀, ㈜에스에스케이, ㈜디아이앤티, 대원유니온(주), ㈜세영엠엔티, ㈜대창, ㈜이벤트티브이, ㈜에스제이아이엔씨, ㈜가비트리가 후원했다.

 

한국무용과 회화의 만남은 자칫 서로 다른 장르를 한 무대에 병치하는 데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춤추는 캔버스’는 회화를 춤의 배경으로, 춤을 회화의 부속물로 두지 않고 두 장르가 서로의 언어를 확장하도록 했다.

 

붓이 지나간 자리에는 춤이 이어지고, 춤이 멈춘 자리에는 색과 이미지가 남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무대는 하나의 ‘살아 있는 캔버스’였다.

 

장르의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감각과 공감을 만들어낸 이번 공연은 전통예술이 동시대 예술과 어떤 방식으로 만나고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의미 있는 시도였다. 선아예술단이 이번 첫걸음을 토대로 앞으로 어떤 새로운 ‘캔버스’를 펼쳐 보일지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