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전하는 ‘안부’… 故 수당 정명숙 명무 서거 1주기 추모공연 개최
한국 무용사에 빛나는 족적을 남긴 名舞 수당(秀堂) 정명숙 선생의 서거 1주기를 맞아, 제자들이 스승을 기리는 추모공연 ‘안부’가 오는 5월 2일(금) 오후 7시 30분, 서울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수당 정명숙 추모공연 추진위원회’(위원장 권경애)의 주관으로 마련되었으며, 전통춤을 향한 한평생의 열정과 사랑, 그리고 스승과 제자 간의 깊은 정을 담은 무대가 될 예정이다. 공연 제목 ‘안부’는 먼 길을 떠난 스승에게 “그곳은 어떠신지요, 평안하신지요”라고 묻는 제자들의 절절한 그리움을 표현한 말이자, 삶과 예술로 맺은 인연에 바치는 헌사다.
정명숙 명무는 故 이매방, 故 강선영, 故 최현, 故 배명균 등 전통예술의 거장들로부터 춤을 사사하며, 한국 전통춤의 정수를 계승·발전시킨 인물이다. 1962년 국립무용단 1기생으로 입단한 이후, 수많은 공연과 제자 양성을 통해 한국무용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2019년에는 국가무형유산 제97호 ‘살풀이춤’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이번 추모공연에서는 수당 명무의 애작이자 삶 그 자체였던 춤, 입춤·교방무·살풀이춤이 무대에 오른다. 입춤은 전통춤의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즉흥적이고 부드러운 흐름의 춤이며, 교방무는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전해진 관기 무용으로 한국 춤의 정수인 ‘한·흥·멋·태’를 집약한 춤이다. 마지막으로 살풀이춤은 故 이매방 명무의 정신을 이은 수당 명무가 계승·발전시킨 대표작으로, 개인의 ‘멋’과 ‘한’의 정서를 담아낸 품격 있는 춤으로 평가받는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추도사에서 “실연하고 연구하고 알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추모이며, 고인의 예술정신을 전통춤사의 한 축으로 더욱 공고히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조남규 대한무용협회 이사장 역시 “평안하신지요, 선생님. 바람처럼, 꿈처럼 살아가신 스승께 안부를 여쭙고 싶다”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유족대표 정경자는 선생님의 유언처럼 남긴 메모를 대신 전하며 “그 열정이 우리를 숨 쉬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추모공연은 단순한 회상이 아닌, 스승과 제자가 ‘춤’이라는 인연 안에서 나눈 깊은 정을 되새기는 진혼의 무대이기도 하다.
공연 팜플렛 마지막 장에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편지처럼, 故 정명숙 명무의 목소리가 실려 있다. “나는 춤이 있어 행복했다”는 고백에서 시작해, 제자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약속은 담담하지만 울림이 깊다.
“하늘의 급한 부름으로 사랑한다는 말도 못 해준 게 미안하다.
사는 동안은 그게 서로를 지키는 일인 줄 알았으니…
행복하게 춤추다가, 내 새끼들로 다시 만나자잉.
그리워했던 마음으로 꼬옥 보듬어 주마. 사랑한다.”
스승의 마지막 인사는, 제자들에게 남긴 따뜻한 포옹이자 삶의 유언이었다.
이에 대한 응답처럼, 출연자 안정욱 전수자는 짧은 편지를 통해 스승과의 시간을 되새겼다.
“2003년 12월, 선생님을 처음 뵌 이후 제 삶의 모든 시간엔 늘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그는 ‘몸을 주신 어머니’와 ‘춤을 주신 어머니’라는 표현으로 생모와 스승을 나란히 부르며, 두 은인께 조심스레 안부를 묻는다.
“다가오는 모든 시간, 두 어머니의 깊고 짙은 은혜를 잊지 않고
진실되고 바르게 살아가겠습니다. 선생님, 보고 싶습니다.”
춤으로 나눈 사랑과 헌신, 그리고 말없이 전해지는 안부, 이번 추모공연은 무대를 넘어 삶을 관통한 예술과 사람의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긴 여운을 남길 것이다.
공연에는 권경애, 김정희, 박진희, 송효진, 안정욱, 허설혜, 이규정, 장윤기, 노명륜, 노기현, 배정운, 김순정, 정현정 등 국가무형유산 살풀이춤 전수자들이 무대에 오르며, 유현진, 김신아, 서민정 등이 우정 출연한다. 해설은 양종승 한국전통춤협회 부이사장이 맡으며, 음악감독 이성준을 비롯해 이관웅(아쟁), 이진우(거문고), 장수호(피리), 김연수·박종훈(장단), 어수민(소리) 등 전통음악 연주자들이 함께한다.
연출은 국립무용단의 이세범, 예술감독은 박진희가 맡았으며, 무대영상은 허설혜, 기획은 송효진이 맡아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전석은 5만 원이며, 예매 및 문의는 박진희(010-8868-0332)에게 하면 된다.
정명숙 명무의 제자들은 “스승님께서 그리워하시던 분들을 모셔 안부를 묻는 자리”라며, “춤으로 스승의 숨결을 다시 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 춤과 숨결이 관객의 마음까지 닿을 이번 공연은, 우리 전통춤이 가진 깊이와 따스함을 다시금 깨닫게 할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