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서의 우리음악유산답사] 영등할망이 준 보름의 휴가, 칠머리당 영등굿

  • 등록 2025.04.01 14: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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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머리당 영등굿

 

영등할망이 준 보름의 휴가, 칠머리당 영등굿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을 보기 위해 두 번째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해는 비 때문에 실내에서 행사가 치러졌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아 야외의 제단에서 펼쳐지는 현장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걸음을 재촉하였다. 오호통재라! 어제 내린 비로 손님들이 앉을 자리가 젖은 상태라 올해 역시 실내에서 행사가 진행되었다. 두 번째 찾은 칠머리당! 문득 그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졌다.


칠머리당은 제주시 건입동에 위치한, 무속인이 굿을 올리는 당집이다. 이 당집은 원래 조선시대에는 제주성 밖, 사라봉이라는 오름과 건들개라는 포구 사이에 있었으며, 용의 머리 형상을 한 일곱 개의 바위가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있어 그리 이름 붙여졌다 한다. 도시 개발이 진행되며 아파트가 생기고, 제주항이 건설되면서 칠머리 바위의 자취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당집은 현재의 위치로 옮겨지게 되었다 한다.

 

바람의 신 영등신

 

우리는 예로부터 음력 각 달마다 고유한 전통 명절이 있었다. 정월에는 설날과 대보름, 2월에는 영등제와 한식, 3월에는 삼짇날, 4월에는 초파일, 5월에는 단오, 6월에는 유두일, 7월에는 칠석, 8월에는 대보름(추석), 9월에는 중양절이 있다. 10월은 하늘에 제사를 올리기에 길한 달이라 하여 ‘상달(上月)’이라 불렸으며, 11월에는 밤이 가장 길어 음이 극에 달하는 동짓날, 12월에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섣달그믐날이 있어 조상에게 제를 올리고 묵은 것을 털어내고 새해를 준비하며 액운을 막는 풍속이 이어졌다.

 

음력 2월의 대표적인 명절은 바람의 신, 영등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영등제’이다. 이 시기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의 경계로, 기후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때이기도 하다. 기단의 흐름도 이 시기에 바뀌는데,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시베리아 기단에서 점차 남쪽의 양쯔강 기단의 영향권으로 전환되며 계절풍의 변화가 특히 심하다.

 

이러한 기후 변화는 농사와 어업에 큰 영향을 주었다. 산간 지역에서는 보리와 잡곡 같은 작물들이 피해 보기 쉬웠고, 해안 지역의 어부들에게는 거센 바람이 고기잡이의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때문에 영등신앙은 동해안, 남해안이나 산간 지역에 주로 분포하고 대전 이북의 중부지방이나 서해안 지역 등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영등신앙 분포 및 호칭 (출처 : 영등할머니 호칭의 의미와 성격 참조)

 

영등신은 여성들이 널리 치성드리던 신으로, 음력 2월에만 강림하는 특별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 성격이 날씨만큼 변덕스럽고 괴팍한 할머니에 비유되어 지역에 따라 ‘영등할매’, ‘바람할매’, ‘이월할매’, ‘풍신’, ‘제석’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산간 지역에서의 영등할머니는 가정의 수호신으로 숭배되었으며, 음력 2월 한 달 동안은 조왕신을 대신하여 여성과 친숙한 공간인 부엌의 살강이나 장독대에 머무는 것으로 간주되어, 가정마다의 다양한 풍습으로 정성을 다해 모셨다.

이와 달리, 제주도에서는 영등신을 마을 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마을굿의 형식으로 성대하게 맞이하였다. 제주의 영등굿은 영등신이 강림하는 음력 2월 초하루부터 떠나는 2월 보름까지, 제주 전역에서 집단적인 제의와 공동체 축제로 펼쳐진다.

 

영등할망이 준 보름의 휴가

 

제주의 영등제를 고려시대 연등제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는 이도 있으나, 음력 4월 초파일 부처님 탄신을 기념하던 연등제와 음력 2월 바람의 신인 영등신을 모시는 행사를 연결 짓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영등제에 대한 가장 오랜 기록은 1530년 『신증동국여지승람』으로 이후에 기록된 인원진의 『탐라지』, 이증의 『남사일록』, 이형상의 『남환박물』, 홍석모의 『동국세시기』 등도 이를 인용하고 있다. 내용은 대략 2월 초하루 12개의 긴 장대를 높이 세워 장식하고 신을 즐겁게 하는 행사를 하는 것으로 기록한다. 풍랑에 배가 파선되어 시신이 분해된 채 표류하다 나타났다는 이야기, 죽은 이가 당나라 사람이라는 등의 설화가 더해지며 날씨가 거치니 바다에 들어가지 말고 배를 띄우지 않는다는 금기 등등이 각 자료에 더해져 전해진다.

 


한림읍 복덕개포구

 

민간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로 ‘영등할망’이라 불리는 영등신은 음력 2월 초하루에 강남 천자국(혹은 외눈배기섬)에서 출발하여, 제주 한림읍 복덕개포구(탐라국 귀덕 복덕개알)를 통해 제주로 들어와, 보름날에는 우도(소섬 진질깍)를 거쳐 다시 본국으로 떠나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에 따라 복덕개포구에서는 2월 초하루 ‘영등환영제’가, 우도에서는 15일에 ‘영등송별제’가 벌어지는 등 기간 동안 제주의 곳곳에서 영등굿이 행해진다.

 

영등굿의 분포도(출처 : 제주도의 무속과 그 주변 참조)


이 기간 동안 바람의 신인 영등할망께 빌며 치르는 제의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의 거센 계절풍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해상사고를 막기 위한 지혜가 담긴 신앙적 행위이자 공동체의 놀이였다. 제주에는 예로부터 ‘절 오백, 당 오백’이라고 하여 절과 당집이 많았음을 상징하는 말이 전해진다. 바람 많고 파도 거센 바다를 삶터로 삼아야 했던 제주 사람들의 치열한 생존의 역사를 대변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런 그들의 삶에서 영등신앙은 큰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등할망을 모시는 보름동안은 어선을 띄우고, 해녀들이 바다에 들어가는 것은 금기였다. 영등굿은 해상사고의 가능성이 큰 기간 동안 제주 민초 삶에 억지로 주어진 휴가나 다름없었다. 쉼이 있어야 목숨 건 일상의 치열함도 살아지는 것 아니었겠는가.

 

제주의 영등신인 영등할망과 관련해서는 재미있는 다양한 설화가 전해진다. 예컨대, 음력 2월 말이 되면 보말(작은 고둥)의 속이 비는 것은 영등할망이 그것을 까먹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 초하루 날씨가 추우면 ‘옷 좋은 영등’, 비가 오면 ‘우장 쓴 영등’이 왔다는 식의 풍속적 해석 등이 있다.  또, 영등할망이 데려오는 동반자 중에는 딸과 며느리가 있는데, 딸과 함께 올 경우 날씨가 온화하고 맑아 풍년의 징조로 여긴 반면, 며느리와 함께 올 경우 날씨가 변덕스럽고 궂어 농사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측하는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전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세계 유일의 '해녀들의 굿',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의 이야기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이 굿의 준비는 제주 해녀들이 ‘단골’이 되어 주체적으로 마련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단골’이라는 단어의 뜻부터 살펴보겠다.


해녀들이 단골인 칠머리당 영등굿

 

특정 가게를 자주 찾는 사람을 흔히 ‘단골’이라 하고, 가게 주인의 입장에서는 그를 ‘단골손님’이라 부른다. 반대로 손님의 입장에서는 자주 가는 가게를 ‘단골집’이라 일컫는다. 서로 이렇게 부를 정도 되면, 대개 사장과 손님의 관계가 친근하고 돈독하기 마련이다.

 

흥미롭게도 ‘단골’이라는 말이 원래는 제정일치(祭政一致) 사회에서 제사장을 일컫던 ‘단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이러한 어원적 배경 때문인지, ‘단골’이라는 단어는 무속에서도 널리 사용된다. 예를 들어 전라남도 진도 지역에서는 무당이 특정 지역의 굿에 대해 일종의 의례적 소유권을 갖게 되는데, 이때 그 지역 굿을 전담하는 무당을 ‘단골’ 혹은 ‘당골’이라 부른다. 즉, 무당이 단골인 셈이다.

 

반면, 제주도에서는 그 의미가 반대로 쓰인다. 이곳에서는 무당(제주에서는 심방이라 부름)을 불러 굿을 의뢰하는 사람들, 즉 무속 의례를 청하는 이들을 ‘단골’이라 부른다. 예컨대 칠머리당 영등굿의 경우, 해녀들과 어부 선주들이 심방을 청하여 굿을 주관하는데, 이들이 곧 ‘단골’인 셈이다.

 

칠머리당에서 거행되는 영등굿은 음력 2월 초하루의 ‘영등환영제’로부터 시작된다. 이는 바람의 신, 영등신이 제주에 강림하는 것을 맞이하는 제의로, 본래는 심방들과 단골들이 모여 조용히 치러지던 의례였다. 그러나 2004년부터는 제주수협이 주관하는 풍어제와 통합되어, 수협 위판장에서 공개적인 행사로 거행되고 있다.

 

음력 2월 14일에는 ‘영등송별제’라 불리는 영등신을 떠나보내는 제의가 거행된다. 이날 영등신은 칠머리당 본당에 마지막으로 머물고, 다음 날인 15일에는 우도를 거쳐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여겨진다.

 

칠머리당 영등송별제

 

이제 제주 영등굿의 하이라이트이자 가장 큰 행사인 ‘영등송별제’의 현장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의식의 제단에는 해녀들과 선주들이 정성껏 마련한 다수의 제상(祭床)앞에 신위를 상징하는 여섯 신의 위패(位牌)가 모셔져 있다.

 

위패의 중앙에는 칠머리당의 주인인 감찰지방관 도원수(都元帥)와 용왕해신부인(龍王海神夫人) 부부의 신위가 자리한다. 칠머리당 본향신의 내력을 서사적으로 담아낸 ‘본풀이’에 따르면, 도원수는 백만 대군을 거느리고 강남 천자국의 변란을 평정한 영웅으로, 천자(天子)의 모든 선물을 사양하고 용왕부인을 아내로 맞아, 제주 한라산 백록담에 들어가 진을 치고 세상을 살핀 뒤, 마침내 이곳 칠머리로 내려와 수호신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영등굿을 위해 모셔진 신은 도원수 위패 왼편(서쪽)에 자리한 2월에 잠시 오시는 바람의 신 영등대왕과 어업의 신인 해신선왕이다. 도원수의 오른편(동쪽)에는 남당하르바님과 남당할마님 부부의 위폐가 모셔져 있다. 이들은 본래 제주시 일도동 ‘막은골’에 있던 당의 수호신이었으나, 당이 헐리면서 이안(移安)되어 모셔지게 된 신이라 한다.

 

오전 9시부터 시작해 저녁나절에 이르러서야 끝나는 ‘영등송별제 굿’은, 크게 일곱 마당(혹은 15절차)으로 구성된다. 각 절차는 제의의 형식뿐 아니라 노래·춤·놀이가 어우러진 복합적 의례극으로 진행되며, 굿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공동체의 염원이 촘촘히 담겨 있다.

굿의 첫머리는 하늘에 굿의 시작을 고하는 첫 마당인 ‘초감제’로 시작된다. 이때 독특한 의례인 ‘열명(列名)’이 함께 이루어지는데, 참석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노래로 호명하는 이 의식은 굿이 참여한 모든 이들을 위한 의례임을 상징하는 듯하다. 이어 두 번째 마당으로 칠머리당의 본향신을 모시는 본향듦, 신들에게 술을 권하는 추물공연이 이어진다. 공연 도중에는 ‘나까시리’라는 놀이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는 ‘시루떡이 낙하(落下)한다’는 뜻에서 유래한 말로, 시루떡을 높이 집어 던지며 서로 주고받는 놀이이다.

 

열명

 

씨드림

 

영감놀이


이후에는 해상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세 번째 마당인 ‘요왕맞이’(제주무속에서는 바다의 여신을 요왕이라 하며, 이 의식을 ‘요왕질침’이라고도 부름), 그리고 네 번째 마당으로 바다에 미역, 전복, 소라 등 해산물의 씨’를 뿌리는 상징 행위인 ‘씨드림’이 진행된다. 이때 해녀들은 좁쌀을 뿌리며 “미역씨 뿌립니다, 전복씨 뿌립니다, 소라씨 뿌립니다. 많이 열리게 해주십시오~” 하며 외치는데 그 모습에서 그들의 소박한 소망이 느껴진다.

 

굿의 막바지로 접어들어 마을 전체의 액운을 막는 다섯 번째 마당 액막이와 팔도 명산을 차지하는 영감이라 불리는 일곱 도깨비 신이 나와 영감들이 짚배를 들고 노는 여섯 번째 마당 영감놀이로 이어진다. 영감들은 짚으로 만든 배를 바다로 나가 띄워 보내는 배방선을 하는데, 이러는 동안 마지막 일곱 번째 마당이 거행된다. 심방들은 제단 앞에서 신을 본래의 자리로 돌려보내는 ‘도진(禱盡)’ 의식을 치르며, 강림했던 신들을 본래의 자리로 돌려보낸다. 이로써 ‘영등송별제’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영등굿 송별제를 두 해째 지켜보면서, 몇몇 장면들이 유독 인상 깊게 기억 속에 자리 잡았다. 단골들이 둘러앉은 자리에서, 심방이 도란도란 한 해의 운세를 봐주며 따뜻하게 말을 건네는 모습, 그리고 해녀인지, 선주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지난 한 해 가정사에 깊은 아픔이 있었던 듯 눈물짓는 단골의 마음을 진심을 다해 함께 울며 위로해 주는 심방의 모습이었다. 그 장면들을 지켜보며 나는 새삼 깨닫게 되었다. 죽은 자의 영혼을 달래는 무속의 행위는 결국 살아남은 자를 위한 깊고 넓은 위로라는 사실을.


우리 민족의 창세신화가 담긴 영등굿의 무가 〈베포도업침〉, 〈천지왕본풀이〉

 

우리 민족의 탄생 신화 하면 그 처음으로 ‘단군신화’를 꼽는다. 단군왕검이 나라를 세운 과정을 곰, 호랑이, 쑥, 마늘이라는 상징물로 풀어낸다. 그 외에도 주몽신화, 박혁거세신화, 김수로신화 등 여러 신화들이 존재하는데 모두 나라를 세운 건국 신화로 왕의 권능이 신으로부터 부여되었음을 설명하는 신화이다.

 

이외에 천지가 분리가 되어 인간이 사는 공간이 만들어졌다는 등의 이야기를 담은 신화를 창세신화라고 하는데, 우리 민족의 창세신화는 문헌에서는 찾기 어렵고, 무속 신화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창세신화는 맹인이 앉아 읽는 경이나 남사당의 비나리 소리에 담긴 ‘천개어자(天開於子), 지벽어축(地闢於丑), 인생어인(人生於寅)’ 등의 내용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내용은 송나라 시대 철학자 소옹(邵雍)이 쓴 『황극경세편(皇極經世篇)』에서 유래한 것으로 우리 민족 고유의 창세신화로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역시나 신화의 섬으로 불리는 제주의 영등굿 《초감제》의 무가 〈베포도업침>과 <천지왕본풀이>에는 우리 고유의 창세신화가 담겨 있다. 구전되는 내용이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두 무가의 내용을 버무려 요약하면 그 흥미로운 이야기는 대략적으로 이렇다.

 

천지가 개벽하여 하늘과 땅이 생겨나고 거인인 청의동자의 눈으로 하늘에 해 둘과 달 둘을 만든다. 아직은 해와 달이 너무 강해 사람들이 타죽고 얼어 죽어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지상에는 수명장자라는 악인이 살고 있었는데 죽은 아버지가 제사를 받지 못하게 하고도 하늘은 자신을 벌할 수 없을 것이라 호언장담할 정도로 용렬한 자였다.
이에 하늘의 천지왕은 수명장자를 처단하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온다. 하지만 처단에는 실패하고 지상의 여성인 백주노파의 딸인 서수암이라는 여성과 결혼한다. 여인은 가난하여 수명장자의 집에서 쌀을 얻어와 밥을 하는데 악인이 준 쌀은 모래가 섞인 쌀이었다. 결국 화가 난 천지왕이 수명장자의 집을 불살라 버리고 하늘로 떠나버린다.


몇 달 뒤 여인은 천지왕의 아들 대별왕과 소별왕을 낳는다. 거인으로 성장한 이 두 아들은 활로 악인 수명장자를 없애고 태양과 달도 하나씩 없애니 사람이 살 수 있는 세상이 된다.
이후 형제는 이승을 누가 다스릴 것인가를 놓고 꽃피우기 내기로 경쟁하는데, 아우 소별왕이 형이 잠자는 사이에 형의 꽃을 자기 앞으로 몰래 가져와 이승을 차지한다. 그러나 속임수로 이승을 차지한 탓에, 이승에는 살인, 도둑, 사기, 간음 등 각종 악이 존재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서우젯소리로 어우러지는 대동의 마당

 

영등굿에서 연행되는 민속음악에서는 제주만의 멋을 한껏 느낄 수 있다. 특히 타악기의 구성과 연주 형태가 독특하다. 사진의 왼쪽부터 연물북, 설쉐, 대영이다.
연물북은 바구니 위에 놓고 연주하는데 양손으로 북의 한쪽 면을 치는 것이 독특하다. 불안정한 모습에 강하게 치면 쓰러질 듯하지만 매우 안정적으로 연주되며 양손으로 연주하는 만큼 장구만큼이나 다양하고 빠른 가락이 나온다. 설쉐(혹은 설쇠)는 그릇 모양의 악기로 쌀을 씻고 거를 때 쓰는 채 위에 엎어놓고 양손으로 두드리는데 음색은 꽹과리와 유사하다. 대영(혹은 대양)은 놋으로 만든 징으로 사물놀이 징에 비해 소리가 얇고 여음이 짧다.

 


영등굿 보존회 심석울림 (https://www.youtube.com/watch?v=Wut2ISthngY)


오늘 칼럼의 추천 음악으로는, 영등굿보존회가 타악 공연 작품으로 재구성한 ‘심석울림’ 영상과, ‘제주의 아리랑’이라 불릴 만큼 도민들의 큰 사랑을 받는 ‘서우젯소리’가 어우러진 대동마당의 장면을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제주만의 독특한 타악의 울림, 그리고 영등굿 속에서 서우젯소리에 맞춰 사람들이 어깨춤을 추며 함께 어우러지는 대동의 풍경이 생생히 펼쳐진다. 신명과 공동체가 어우러지는 그 순간의 울림을 마음껏 즐겨 주시길 바란다.

 

 
서우젯소리로 어우러지는 대동마당 (https://www.youtube.com/watch?v=KxP5jPx22bw)

 

 

<참고자료>
이명진·문무병, 『제주칠머리당영등굿』, 민속원, 2008.
현용준, 『제주도 무속과 그 주변』, 집문당, 2002.
강성복, 「산간지역 영등신앙의 제의구조와 농신의 성격」, 『민속연구』 제23집, 2011, 127~166쪽.
강문종, 「제주 영등굿의 기원에 대한 재고찰」, 『청계사학』, 22집, 2020, 155~172쪽.
한금순, 「제주도 영등굿의 유래 - 연등회에서 영등굿으로의 변천 -」, 『정토학연구』 11집, 2008, 463~502쪽.
남 향, 「영등할머니 호칭의 의미와 성격」, 『역사민속학』 33집, 2010, 293~326쪽.
신연우. 「<베포도업침>ㆍ<천지왕본풀이>의 구조를 통해 본 창세신화와 영웅신화의 관계」, 『열상고전연구』 40집, 2014, 357~408쪽.

최은서 bionav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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