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산업이 될 수 있을까?
서광일 대표의 특강 참여 후기와 국악 산업화 실천 전략
“국악, 산업이 가능할까요?”
이 단순한 질문은 이제 국악계가 본격적으로 마주해야 할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지난 6월 10일부터 13일까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주최한 제1회 국악의 날 ‘국악주간’의 일환으로 열린 <국악문화산업 초청 특강>은 국악을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실천 전략과 생태계 구상을 공유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4일간 모든 강연에 빠짐없이 참여한 서광일 잔치마당 대표(음악학 박사)는 “국악은 이미 산업의 길에 들어섰으며, 앞으로 더욱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소회를 밝히며, 강연에서 인상 깊었던 주요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첫날인 6월 10일에는 최철기 경주플라잉 대표가 <난타>와 <점프>를 영국 에든버러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성공적으로 유통시킨 사례를 소개하며, 국악 콘텐츠 역시 세계 시장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확신을 전했다.
이어 6월 11일에는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음악을 작업한 이동준 음악감독이 국악 고유의 정서와 리듬이 현대 대중음악과 영상미디어 속에서도 살아 숨 쉴 수 있는 방식을 설명하며, 국악이 지닌 감성적 다양성과 음악적 잠재력을 강조했다.
6월 12일에는 <묵향>, <산조>, <일무> 등을 연출한 정구호 디렉터가 “전통을 지킨다는 것은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방식으로 진화시키는 일”이라고 말하며, 국악을 현대 무대와 시공간 속에서 새롭게 재해석하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마지막 날인 6월 13일에는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가 팬덤 경제를 활용한 콘텐츠 유통 전략을 소개하며, AI 시대의 콘텐츠 소비가 브랜드 중심에서 팬 커뮤니티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국악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고정 관객이 아닌 팬덤 기반의 소통 구조로 접근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안했다.
산업으로서의 국악: 가능성을 넘어서 실천의 시대로
현행 「국악진흥법」 제2조는 ‘국악문화산업’을 “국악과 관련된 유·무형의 재화, 서비스 및 그 복합체를 기획, 제작, 유통, 소비하는 산업”으로 정의한다. 단순한 보존과 향유를 넘어 국악을 콘텐츠로 유통하고, 교육과 체험, 디지털 플랫폼과 팬덤 기반의 구조로 확장시켜 나가는 실천의 틀이 마련된 것이다.
서 대표는 “이번 특강은 공연과 음원, 영상, 교육 등 전통적인 영역뿐 아니라, 영화 · 게임 · AI · 팬덤 플랫폼까지 국악이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의 확장성을 체감하는 시간이었다”며, “예술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산업 생태계를 설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서광일 대표는 국악 기반 콘텐츠의 해외 진출도 충분히 현실적인 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해외 무대에서 ‘넌버벌 퍼포먼스’ 형식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한국적 정서와 언어 자체로도 세계와 통할 수 있습니다. 국악은 멜로디, 리듬, 악기 구성 등에서 독자적인 정체성을 갖추고 있으며, 창의적인 스토리텔링과 무대 연출이 더해진다면 강력한 글로벌 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는 2023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의 <금다래꿍> 공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나는 예술여행’ 3년 연속 선정, ‘대한민국 어워드 소비자 감동 브랜드 1위’ 수상 등 다양한 실천 사례를 통해 국악이 충분히 산업과 유통의 주체로 설 수 있음을 증명해왔다.
어린이 국악극으로 실현하는 산업화의 첫걸음
서광일 대표가 이끄는 사회적기업 잔치마당은 국악의 산업화 가능성을 구체적인 창작 활동을 통해 실현해가고 있다. 그는 “좋은 콘텐츠는 예술성만으로 지속될 수 없다. 기획과 유통, 관객과 시장의 시선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악도 이제 하나의 콘텐츠로서 브랜드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잔치마당은 국악을 기반으로 한 어린이 창작 국악극을 중심 콘텐츠로 개발해왔다. 특히 서도민요를 바탕으로 제작된 <금다래꿍>은 손녀를 찾아 나서는 ‘금다래 할머니’의 여정을 통해 공동체와 나눔의 가치를 전하는 창작 가족극으로, 전통연희, 사물놀이, 관객 참여형 무대 구성이 어우러지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2023년에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한국 이민 60주년 기념공연으로 초청되어 현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현재는 미주와 영국의 한국문화원을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대표작인 <동동마을을 구해주세요>는 환경과 생태 문제를 주제로 한 국악극으로, 기후위기라는 세계적 이슈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풀어낸 교육형 창작 공연이다. 전통 풍물과 연희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현대적 메시지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에코 콘텐츠에 관심 있는 국내외 교육기관과 NGO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여기에 <동그랑땡>은 동부민요의 선율을 활용해 공동체 속에서의 갈등과 화해, 협동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풍물놀이, 열두발상모, 대왕버나 등 전통 연희적 요소와 마술, 율동을 결합한 무대는 관객의 몰입도와 체험적 재미를 동시에 높이며, 어린이 관객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 관객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서광일 대표는 이들 공연이 단순한 무대 위 콘텐츠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북, 사운드북, 전통놀이 키트, 굿즈, 다국어 자막 영상 등으로 확장 가능한 IP 융복합 모델을 통해 산업화의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공연은 단지 시작일 뿐이고, 유통 가능한 형태로 확장되지 않으면 그 자체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체험 · 교육 · 상품 · 디지털 콘텐츠가 함께 순환하는 국악 산업 생태계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악은 이제 누군가에게 ‘가르치는 음악’이 아니라, 세계 어린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이며, 이를 위해 2026년 미주, 2027년 유럽 진출을 목표로 한 ‘K-Gugak 어린이 투어링 패키지’도 준비 중이다. 공연뿐 아니라 워크숍, 놀이 체험, 팬미팅형 부대 행사까지 포함한 입체적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국악이 세계무대에서 정서적 교감을 전하는 예술로 기능하길 바라고 있다.
“어린이 국악극은 국악의 감수성과 한국적 정서를 가장 자연스럽게 세계에 전할 수 있는 매개입니다. 그것이 국악 산업화의 첫걸음이자, 가장 따뜻한 출발선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국악타임즈는 서광일 대표의 이 같은 실천적 행보에 깊은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그의 작품과 기획은 단지 무대 위에서의 성과에 그치지 않고, 전통예술의 생존 가능성과 사회적 의미를 함께 제시한다는 점에서 더욱 빛난다.
‘국악은 산업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누구보다 먼저 현장에서 답을 찾고 있는 그의 길 위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는 새로운 시대의 대답을 만들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그 여정이 더욱 힘차게 이어지길 기대한다.
⎯ 서광일 대표 약력
서광일(徐光一)은 중앙대학교 국악교육대학원에서 국악교육학 석사, 단국대학교 대학원 국악학과에서 음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가무형유산 남사당놀이 이수자, 부평풍물대축제 기획단장, (사)한국국악협회 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한국예총 한국음악 명인 인증을 받았다. 현재는 사회적기업 ‘전통연희다 잔치마당’의 대표로서 전통과 산업, 예술과 교육을 잇는 창작 활동과 문화정책 실천에 매진하고 있다.
주요 창작작품으로는 <금다래꿍>, <동동마을을 구해주세요>, <동그랑땡>, <인천아리랑 연가>, <打&Rock콘서트>, <상생의 비나리>, <두남자의 길>, <풍물+연희=Good>, <신명의 소리여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