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의 진정한 마지막 광대, 이동안이 남긴 이야기’ 국악타임즈 연재 열 아홉번째 이야기

제19회
연재자 (註)
일제강점기 말쯤에 이동안 선생은 아편 중독에 빠지게 되었다. 아편 중독에서 헤어나오기 위해서 모진 노력을 한 결과 아편 중독에서 헤어나와 광무대로 복귀하게 된 과정을 회고한다.
박팔괘도 그때 죽었거든. 임상문, 장판개, 김정문, 박중근 다 죽었는데 이번엔 내가 죽을 차례여. 하여간 한가지 밖에는 도리가 없다. 내가 여기서 뗄 수는 없으니께
아편이 시방돈으로 한병에 삼백만원갔거든. 열하나가 나 아편 하나씩만 사다오. 사주면 어떡헐거요? 사주면 난 가지고 떠날테야. 산방엘 가서 살면 살고 죽으면 거기서 죽을테니께 생각들이 어떠냐고 그러니께 사주지요.
돈있는 사람이 그러더구만. 너희들은 내가 열하나를 사줄테니 월급에서 삼분에 일씩만 내라고. 다들 그럭허겠대. 그때 돈에 천원씩인가 얼만가를 걷워달라고 했지. 그때 돈이 천원이면 큰돈이여. 순사월급이 삼십원 했으니께. 쌀한말에 2전인가 그랬지. 돈을 몇시까지 가져오면 내일 몇시에 떠나겠다고. 그 다음날 열한명이 다들 돈이랑 가지고 왔어.
근데 일본서 가지고 나온 좋은 가방 밑에다 넣고 각대기로 덮어서 싹 발르고서 다시 천으로 발랐지. 가방처럼. 이렇게 딱 해가 지고 옷을 넣고 떠나는거여. 떠나서 산방(이북 평양쪽 유원지)가서 떡 내렸는데 형사들이 어쨌든지 이리 오라고 아편쟁이가 벌써 표가 나잖아. 어디 살어? 서울서 왔습니다. 가방에 뭐가 들었어? 옷이요. 딴거 나오면 안되여. 그 가방을 뒤지더구만. 뒤지니께 저기 앉은 형사 하나가 나이가 먹었어.
근데 형사부장이여. 여보게 그 사람 내보내. 옷을 꺼내라고. 됐어 담아. 자네 지금 어디 가나? 산방으로 구경왔습니다. 인력거 한 대를 부르더니 이분 태워다가 주구 이분 있는 집을 잘 알고 오너라 그러더니 그이가 이튿날 왔어. 자네 가방 속에 아편이 몇 개 들어있는걸 알아.
그 약병 한병만 꺼내면 자네는 그냥 죽어. 왜 죽냐면 아편 못하니까 죽지 않느냐. 나 뱉고. 널 살리기 위해서 보낸거여. 그때 돈 일원이면 큰돈이여. 그 돈을 줬더니 자네 이 돈 주면 용돈은 있나? 예 있습니다.
그때부터 결심을 허구서 아편을 줄여간거여. 하루에 열다섯대 맞던 것을 열네대 맞고 열석대 맞고 이럭해서 줄였는데 석달 이상을 줄였어... 아편나무를 곱게 빠서 양귀비를 가지고 왔어. 자네가 이걸 많이 먹지 말고 하루에 두 번 반숟갈씩만 먹게. 아 그놈을 먹고나니께 약하는거나 마찬가지야. 그래 몇 숟갈 먹었으면 좋겠는데 이놈을 델라니 먹을 수가 있어야지.
그걸 얼추 먹으니께 애 돈 있나? 돈 있으면 대추 한말하고 밤 한말하고 사게. 사지요. 돈 주면 내가 사줌세. 어쨌든지 이걸 한되씩 고아라. 고아서는 그 놈을 짜. 밤도 폭 삶으니께 짜지드만. 이걸 먹어. 이물 안먹으면 자네 죽어. 그물을 먹는데 밤은 떫고 대추는 달고 그러잖아.
그놈을 한탕기씩 먹고 그 놈을 다 먹으니께 다시 올라와서는 자네 돈 있나? 좀 있습니다. 개한마리 값만 내놓게. 내놨지. 가서 개를 끌고왔어요. 큰거를. 잡는 사람을 불러와서는 잘라서 몽땅 집어넣고 고아. 그때가 구월달 됐단 말여. 그놈을 한 20일 먹었어. 그랬더니 정신도 나고 걸음도 걸을 수 있고 아편도 안먹고 그러더먼. 이제 자네 집에 가서 몸보신을 잘하게.
광무대에다가 편지를 했지. 아편을 데고 이동안이가 돼서 올라가니 그런줄 아쇼. 아무날 올라갑니다. 아무날 몇시에 남대문에 도착합니다. 남대문에 내리니께 남대문 정류장이 빨개. 남대문 정류장에 오권번 기생이 다 나왔어. 수백명이.(*한성, *조선, 한남, *종로, ?-*는 중요권번) 그래 나왔는데 기맥히드만.
그래 인력거가 와 박승필이라고 광무대 총무가 있었는데 나와서 아유 니가 살아돌아왔다니 참 좋다. 인력거를 타고서 광무대를 갔지. 그랬더니 기생들이 죄 좋아오는거여. 그땐 권번마다 인력거가 다 있었거든. 수십대가 죽 서서 들어가니 무대가 빡빡하게 찼지. 앉아서 얘기하고 내가 나가서 이 이동안이가 여러분의 덕택으로 이동안이가 됐으니 여러분의 덕으로 됐습니다.
요릿집으로 데려가서는 한밥먹고 그 이탇날 줄위에 떡 올라갔는데 올라갈려면 숨이차서 비틀거리고 하던 놈이 거길 올라것 튀는데 벼룩 튀는 듯 하거든. 그냥 박수드을 치며 이동안이가 다시 왔다. 집에다도 아편을 끊었다고 기별을 했더니 어쨌든지 할머니 할아버지 어버니 아버지할 것 없이 사돈에 팔촌까지 다 왔어. 와서는 잔치를 참 지겹게 했어. 아편이란게 여간한 사람은 못떼...
다음 연재일은 2026년 4월 20일 오전 9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