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설공연] 채정례를 기억하다. 채정례본 진도씻김굿

  • 등록 2025.10.18 19: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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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국립남도국악원 대극장 ‘진악당

 

채정례를 기억하다. 채정례본 진도씻김굿

 

“채정례를 기억하다”, 채정례본 진도씻김굿은 국립남도국악원이 7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국립남도국악원 대극장 ‘진악당’에서 펼치는 2025년 토요 상설 공연 “국악이좋다” 중 기획공연 진도 삼례 시리즈 마지막 3번째 공연이다.

 

진도 삼례 시리즈란 유명 국악인으로 진도에서 한평생을 생활하다 생을 마감한 이름 끝자가 “례”인 국가 무형유산 예능 보유자(인간문화재) 등 세 명의 여성 진도인(珍島人), 조공례, 김대례, 채정례의 탄생을 기념하고 기리는 기념공연이다.

 

첫 번째는 남도들노래 예능 보유자 조공례(1925~1997)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 “조공례를 부르다”가 8월 2일, 두 번째는 진도씻김굿 첫 번째 예능 보유자 김대례(1935~2011) 탄생 90주년 기념공연 “김대례를 잇다”를 펼쳤다.

 

채정례(1925~2013)는 전남 신안군 하의도 세습무 집안의 넷째딸로 태어나 10살 때 집안이 진도로 이주해 왔다. 진도 무계(巫系) 집안의 “함인천”과 결혼하여 비교적 늦은 나이인 서른셋에 아픈 언니를 대신하여 처음 굿을 연행하였다.(세습무계의 전통은 결혼 전에는 굿을 연행하지 않는다) 하지만 채정례 이후 진도씻김굿 본연(本然)을 온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단골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채정례 명인

 

진도씻김굿 예능 보유자로 지정되지는 않았으나 화려함보다는 진정성을 우선시하며 남도 문화의 은근한 매력과 감동을 주는 진도씻김굿 본연의 전통을 지키며 지역민들의 위로와 안녕을 기원하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대단한 단골이었다. 2003년 KBS 창립 30주년 HD TV 특별 기획 시리즈 <소리> 제1편 “죽은 자를 위한 산 자의 어머니”와 다큐멘터리 영화 “영매-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로 이름을 알렸고, 무속음악 연구자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씻김굿은 서남해안 지역에서 행해지던 넋 굿으로 추상적인 의식이 이루어지는 다른 지역의 굿과 달리, 망자(亡者) 생전의 맺힌 원한과 좋지 못했던 것을 깨끗이 씻어 주어 편하게 저승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굿이다. 굿의 목적이나 상황에 따라 조금씩 그 형태와 절차가 달라지기도 하며, 진도 등 남도(南島) 씻김굿은 씻김에서 실제 세 가지 향물‧쑥물‧맑은물로 망자의 혼과 넋을 씻어 주는 것이 색다르다.

 

시대 변천에 따른 사회 문화적 변화로 그 원형이 와해하여 사라지고 있지만 진도씻김굿은 섬이라는 특성과 채정례같은 단골이 있어 굿이 가지는 의미와 진도인들의 생활 속 해학과 잔치를 담아 지금까지 전통 씻김굿이 보존될 수 있었다. 또한 망자를 위로하고 산자를 축원하며 죽음에 대한 의례를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본래 진도씻김굿은 가장 먼저 무녀 혼자 징을 치며 무가(巫歌)를 하는 부엌신 모시기 “조앙”, 집안의 최고신 성주신 모시기 “안당”을 시작 거리(절차)로 집안에서 하고 마당에 만들어 놓은 굿 청(廳)으로 옮겨 “초가망석”부터 “액 막음”까지 차례대로 아홉 거리 굿을 끝낸 다음, 무당 혼자 굿 청을 떠나 대문간이나 골목길에서 씻김굿에 초대받지 못하고 구경 온 잡신(雜神)들을 대접하여 배송하는 “종천”으로 마무리한다.

 

채정례를 기억하다. 채정례본 진도씻김굿은 망자의 영혼을 천도(天道)하는 곽머리(출상 전날 관 옆에서 한다 하여) 굿으로 가창(歌唱)과 장단, 사설(辭說), 덕담으로 이어지며 길게는 날밤을 새우며 하는 씻김굿이다. 이를 축약 정리하여 무대에 올려 굿청에서 행하던 “초가망석-손굿 쳐올리기-제석굿-넋올리기-희실-씻김-고풀이-길닦음-액 막음” 아홉 거리만을 약 100분 동안 펼쳐 보이는 채정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고 기리는 예술작품 공연이다.

 

초가망석 – 부정을 물리고, 집안의 우환을 제거하고, 가족의 재수를 비는 내용의 무가를 부르며 망자와 굿을 위한 신(神)들을 청배(불러 모시고)하여 굿을 하게 된 내력을 알리는 거리이다.

 

손굿 쳐올리기 – 한 손에는 손대와 지전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넋 당석(넋을 담아두는 용기)을 들고 무가를 부르며 손님 신을 청해 해를 끼치지 말고 좋게 해주고 가시라는 축원을 하는 거리이다. 진도 단골들은 먼 조상신이나 친구 신을 말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천연두 신을 의미한다.

 

제석굿 – 무녀가 한복 위에 장삼을, 목에는 염주를 걸치고, 머리에는 고깔을 쓰고, 가정의 번창과 자손의 수복(壽福) 및 재수를 관장하는 제석신을 청배하여 복덕을 축원하는 가정과 자손에 대한 구복적(求福的) 성격이 강조되는 거리이다. 아홉 거리 중 가장 시간이 길며 비중이 있는 거리이다.

 

넋올리기 – 망자의 넋을 올리는 거리로 본격적인 천도 의례의 시작이다. 망자의 영혼을 굿 청에 모셔서 위로하고 달래기 위한 과정으로 망자를 이승에서 저승으로 보내는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돗자리를 깐 후 그 위에 사람이 입은 모양으로 망자의 옷을 펼쳐두고 돗자리를 둘둘 말아 세 매듭으로 묶어 망자의 육신으로 간주 되는 영돈(망자의 모습 상징)을 만들고 한지를 사람 모양의 형상으로 오려 만든 20cm 정도 크기의 무구(巫具) 넋을 망자의 옷가지 위에 놓고 지전(紙錢)이나 신 칼의 꽃술로 들어 올리면서 무가(巫歌)를 부르며 본격적으로 망자를 위한 굿이 시작된다. 종이 넋이 지전을 따라 올라가면 한을 풀었다고 생각한다.

 

희설 – 무녀 혼자 망자 상 앞에 앉아 무가를 부르며 망자가 극락에 갈 때까지의 각종 어려운 관문을 무사히 넘기고 가라 축원하는 거리이다. 무가에는 불교적 저승세계가 자세히 묘사되고, 망자의 60갑자에 따라 통과하는 시왕문이나 불교적 신 이름 등 어려운 문자(文字)가 많아 큰무당이 주로 무가를 부른다.

 

씻김 – 씻김굿 절차 중 가장 절정인 중요한 거리이다. 영돈을 세워 넋을 담은 밥그릇을 얹고, 그 위에 누룩을 놓고, 마지막으로 솥뚜껑으로 덮어두고 무녀가 영돈의 솥뚜껑을 숟가락으로 두드리거나 물로 씻으면서 망자의 천도를 비는 무가를 부르며 망자의 넋을 불순하고 더러운 것으로부터 깨끗하게 씻어 정화하는 절차이다. 씻김에서 사용되는 물은 향물, 쑥물, 맑은물이다. 이 물을 차례로 빗자루에 적셔 위로부터 아래까지 골고루 씻어 내린다.

 

고(시신을 묶은 매듭)풀이 – 하얀 긴 무명베에 묶인 일곱 또는 열두 개의 매듭을 풀면서 무가를 부르며 망자가 생전에 맺힌 한(恨)을 풀어주는 거리이다.

 

길닦음 – 망자의 넋이 극락으로 가는 길을 닦아주는 거리이다. 하얀 긴 천을 길게 펼쳐 놓은 무명베가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길 또는 다리를 상징한다. 이 길을 지나 망자가 저승에 들어가게 된다고 여긴다. 무녀는 대로 엮어 지전(紙錢)을 매단 30㎝ 크기의 망자 넋이 담긴 용선(龍船=넋당석)을 베 위로 왔다 갔다 움직이면서 무가를 부르며 길을 닦는 거리이다.

 

액 막음 – 유족들의 안녕과 복을 축원하는 거리이다. 굿을 관람하는 모든 사람의 액(厄)을 막아 주는 거리이다.

 

이 공연은 국가 무형유산 진도씻김굿을 보존하고 전승하는 진도 세습무가 사람들 중심으로 이루어진 진도 씻김굿보존회가 무대에서 펼친 김대례 탄생 90주년 기념공연 진도씻김굿 “김대례를 잇다”와는 차이가 있다.

 

채수정이 이끔이로, 진도씻김굿을 학습으로 배운 국립남도국악원 국악연주단 성악단 여성 성악 단원들은 조무(助巫)로, 여성무용단원들은 무용을, 피리‧대금‧해금‧아쟁‧가야금‧거문고‧장구‧징‧북으로 이루어진 남성 기악 단원들이 음악을 맡아 무대에 올린 진도씻김굿 예술작품이다. 여기에 채수정소리단 함수연, 정상희 소리꾼이 제석굿에 함께하며 진도씻김굿이 보여주는 종합예술의 아름다운 극치를 만끽할 수 있는 공연이다.

 

채수정 교수

 

공연 사회자와 출연자인 채수정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세계 판소리협회 이사장, 판소리 1호 박사, 제19회 임방울국악제 대통령상 수상, 2009년 KBS 국악 대상 판소리상 수상 등 화려한 경력과 수상자로 “적벽가, 흥보가, 심청가”를 완창 발표한 판소리 명창이다.

 

판소리 공부를 하던 젊은 시절에 진도씻김굿을 배우기 위해 1년에 수십 회씩 10여 년 동안 교통 등 여러 가지 불편함을 마다하지 않고 서울에서 진도까지 1,000리길을 다니면서 ‘채정례‧함인천’에게 사사하여 “채정례본 진도씻김굿”을 예술작품으로 완성시킨 제자이다. 채정례 씻김굿을 온전하게 시연할 수 있는 유일한 제자이다 할 수 있기에 스승의 기념공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판소리꾼들이 씻김굿을 배우는 이유는 판소리가 굿에서 연유되었다고 하고, 남도잡가와 육자배기의 근원이 씻김굿이기에 판소리를 깊이 찾아들수록 배워야 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굿 중에서도 가‧무‧악이 완벽하게 집대성되어 있고 화려하면서도 아름다운 종합예술로 가치가 최상인 진도씻김굿의 표상을 만끽할 수 있는 귀한 기회인 “채정례를 기억하다.” 채정례본 진도씻김굿공연을 즐기기 위해 많은 관객이 진도에 자리 잡은 국립남도국악원 진악당을 찾아 주기를 소망한다.

 

 
 

정영진 칼럼니스트 mss13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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