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기산국악대전, 산청의 가을을 울리다. 전통과 창작, 세대를 잇는 예술의 향연
산청군의 대표 문화축제인 제19회 기산국악대전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올해 축제는 전통과 창작,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며 국악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무대로 꾸려졌다.
축제의 시작은 산청초등학교 사물놀이팀의 식전 공연으로 힘차게 막을 올렸다. 작은 학교의 어린 학생들이 선보인 당찬 연주는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사회자는 “최종실 이사장이 사비를 들여 산청초등학교에 악기와 장비를 기부한 덕분에, 이렇게 소규모 학교 학생들이 뛰어난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며 “이는 산청군의 큰 자랑이며, 열정적으로 지도를 맡아주신 선생님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산청초등학교 사물놀이팀
제15회 박헌봉 국악상, 중앙대학교 종신 명예교수 채향순 교수 수상
이어 열린 제15회 박헌봉 국악상 시상식에서는 중앙대학교 종신명예교수 채향순 교수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채 교수는 35년간 대학 강단에서 후학 양성에 헌신하며 전통무용의 세계화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산청군 이승화 군수, 채향순 명인, 최종실 이사장
최상화 중앙대학교 연희예술학과 교수는 “채향순 교수님은 교육자일 뿐만 아니라, 사재를 들여 무용단을 창단하고 수백 명의 제자를 길러낸 헌신적인 예술인”이라며 “500여 회에 달하는 국내외 공연과 전통과 창작을 잇는 안무 세계는 한국 무용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라고 소개했다.
수상 소감에서 채 교수는 “학창 시절 교장이셨던 박헌봉 선생님의 예술정신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다”며 “무용가로, 안무가로, 교육자로서 평생을 예술혼 하나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산청에서 이렇게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감격스럽다”며 “앞으로도 전통과 창작이 공존하는 예술 세계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악과 재즈의 만남, ‘신모듬’에 열광
시상식 후 이어진 본 공연은 국적과 장르를 초월한 협연으로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특히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으로 일본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키타 나오키, 색소포니스트 코케츠 마사요, 피아니스트 쿠로다 쿄코가 한국의 타악그룹 고리, 그리고 거꾸로프로젝트와 함께 선보인 협연곡 ‘신모듬’은 객석을 꽉 메운 산청 주민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색소포니스트 코케츠 마사요
국적과 시간을 잊은 채 무아지경으로 하나가 된 무대는 그야말로 예술적 교감의 극치였다. ‘신모듬’을 작곡한 박범훈 선생의 창작정신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고, 국악이 가진 보편적 힘과 감동을 다시금 실감케 했다.
이 무대는 단순한 협연을 넘어, 오랜 시간 한국과 일본의 연주자들이 함께 호흡을 맞추기 위해 쌓아온 노력의 결정체였다. 바이올린, 색소폰, 피아노와 전통 장단이 빚어내는 조화는 국악의 세계화를 향한 가능성을 증명하며, 우리 전통문화가 세계적인 콘텐츠로 도약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기산의 정신을 잇는 예술인, 최종실 이사장
이렇듯 현대와 전통을 조화롭게 만들어가는 기산국악대전위원회 최종실 이사장은, 기산 박헌봉 선생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체계화 · 교육화 · 현대화’라는 방향으로 전통예술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예술철학은 박헌봉 선생의 ‘전통의 현대적 계승’ 정신을 실천으로 옮기며, 산청을 국악의 중심지로 만들어가고 있다. 사회자는 “오늘의 무대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최 이사장의 예술적 철학과 헌신 덕분”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오정해 명창
이어 명창 오정해가 무대에 올라 ‘너영나영’, ‘배 띄워라’, ‘군밤타령’ 등을 선보이며 감동을 더했다. 오정해는 “산청의 아름다움은 자연뿐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관객의 마음에도 있다”며 “희망의 노래로 다시 한 번 마음을 띄워보자”고 말했다.
마지막 무대에서는 한국과 일본 연주자들이 함께 부른 ‘산청아리랑’이 울려 퍼지며 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전통과 현대, 동서양의 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진 순간이었다.
제19회 기산국악제전 전국국악경연대회 개최
다음날 거행된 기산국악제전 전국국악경연대회는 국립전통예술중 · 고등학교의 전신인 국악예술학교를 설립하여 국악교육의 제도화에 큰 발자취를 남긴 기산 박헌봉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뜻깊은 대회였다.
그의 출생지인 산청에서 열리는 만큼, 공정하고 엄격한 심사 아래 전통의 맥을 잇는 진정한 ‘기산의 후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회에 앞서 열린 기산 박헌봉 선생 추모제는 지역 주요 인사와 관계자, 심사위원들의 참배로 시작되어 이영신 명인의 가야금 연주, 김승국 전통문화콘텐츠연구원장의 추모시 ‘기산모곡(岐山募曲)’ 낭송으로 이어지며 경연의 의미를 한층 더 깊게 했다.
이날 경연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180여 개 팀이 참가해 열띤 무대를 펼쳤다. 치열한 경쟁 끝에 종합대상인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은 김강유 씨가, 학생부 교육부장관상은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박세연 양이 차지하며 국악계의 밝은 미래를 예고했다.
종합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한 김강유
학생부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한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박세연 양
산청의 가을밤, 전통과 창작이 어우러진 축제의 결실
산청군 이승화 군수는 “기산국악대전은 우리 군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전통예술의 미래를 여는 축제”라며 “앞으로도 지역 예술인과 함께 국악의 뿌리를 더욱 단단히 다져가겠다”고 밝혔다.
올해로 19회를 맞은 기산국악대전은 ‘전통의 계승과 창조’를 주제로 국악경연대회, 박헌봉 국악상 시상식, 음악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전통과 현대, 동서양의 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진 이 축제는, 산청의 가을밤을 국악의 향기로 물들인 감동의 무대로 길이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