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방탄소년단.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박제된 아리랑, 날개를 달다
글 김세철(한국전립선-배뇨관리협회장)
군 복무를 마친 BTS 멤버 7인이 4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월드투어 ‘아리랑’의 예매 창에는 ‘50만 명 대기 중’이란 메시지에 좌절하고, 멕시코에서는 암표 가격이 치솟고 민심이 험악해지자 대통령까지 나서 공연 확대를 요청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무엇이 전 세계 젊은이들을 이토록 열광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 중심에는 ‘아리랑’이 있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담긴 노래다. 굴곡진 역사를 헤쳐 온 강인한 생명력과 정서가 깃든 이 노래를, 그동안 수많은 국악인이 불렀고 올림픽 같은 국가적 행사에서도 빠짐없이 울려 퍼졌다. 아리랑은 남과 북을 하나로 묶는 힘도 지녔다. 2004년 조용필의 평양 공연 당시, 경직되어 있던 북한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끝내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던 곡 역시 ‘홀로아리랑’이었다.
하지만 지금 BTS가 보여주는 파급력은 그 궤를 달리한다. 우리 민요를 전승한다는 명창들과 문화재들이 채우지 못한 갈증을 그들은 어떻게 해소한 것일까. 나는 그 답을 ‘전통의 박제화’에서 찾는다. 본래 우리 민요와 춤은 마당놀이를 통해 대중과 희로애락을 나누는 소통의 도구였다. 그러나 서구식 무대 예술을 흉내 내며 대중과 거리가 생겼고, ‘전통’이라는 틀에 갇혀 변주를 금기시하는 사이 대중의 의식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
나 또한 소리를 배운 지 어느덧 10년이 되었다. 스승의 소리를 한 치의 오차 없이 따라 하는 것이 미덕인 환경에서, 나는 때때로 숨이 막혔다. 기량이 쌓여 다른 명창의 기법을 살짝이라도 가미할라치면, 마치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양 꾸짖음이 돌아왔다. 전통 한복이 시대에 따라 그 형태를 바꾸면서도 여전히 ‘한복’이라 불리듯, 민요 역시 시대의 흐름에 맞춰 재미와 즐거움을 담아내야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 법인데 말이다.
뉴욕 메츠 홈구장을 가득 메운 5만 관중이 BTS의 랩에 맞춘 ‘아리랑’에 열광하는 장면은 경이로웠다. 그들은 삿갓을 쓰고 한복을 입었으되, 현대적 감각으로 날렵하게 재해석한 차림이었다. 전통 선율을 요즘 세대가 열광할 리듬으로 변곡하고, 그 위에 현란한 율동을 얹어 우리 ‘흥’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외국인들이 열광한 것은 박제된 골동품으로서의 한국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살아 숨 쉬는 한국의 에너지였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전통 속에 파묻혀 옛것만 고수하는 것은 학자의 몫일뿐, 예술은 흐르는 강물처럼 변해야 한다. 전통의 맥을 잇되 시대의 옷을 갈아입을 줄 아는 용기, BTS의 공연이 우리 전통 예술계에 던지는 묵직한 화두를 깊이 새겨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