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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풍류가 왔구나! 왔소! ‘효 배뱅이굿 한마당’

 

용산풍류가 왔구나! 왔소!  ‘효 배뱅이굿 한마당’ 

 

2023년 11월 16일(목) 오후 4시 용산아트홀 대극장 미르 무대에 오른 “효 배뱅이굿 한마당”은 용산구청이 용산아트홀 개관 13주년을 기념하여 용산 구민을 모신 “효도” 잔치였다.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제5호 배뱅이굿 예능 보유자 박정욱 서도명창이 (사)한국서도소리연구보존회를 이끌고 최은호, 김점순, 김경배, 양진희 명인 명창과 박희순, 최금섭, 진숙경 서도민요 소리꾼이 개성 중심의 서도소리를 화려하고 우아하게 꽃피워 은은한 향기로 공연장을 꽉 채웠다.

 

몽환적으로 피어오르는 봄 아지랑이 사이를 너울너울 넘나들며 나는 한 마리 나비같이 관객의 눈을 몽롱하게 허우적거리게 만든 대통령상 수상 명무 ‘박경랑 명무의 영남교방무’, 이탈리아 베르디 국제콩쿨 테너 1위 수상 ‘강창련의 성악 독창’, 단국대 국악과 교수 ‘강은일의 해금 도피안사’, 대북과 와북을 두들겨 관객의 가슴에 뜨거운 열기를 채워준 ‘박상경 · 김효현 · 조해인 · 박종국 · 기정준’ 국악락밴드 노킹뮤직컴퍼니의 특별 출연이 더욱 더 격정적이고 아름다운 날개를 달아 이 잔치를 하늘 높이 띄워 관객들을 황홀하게 하였다. 

 

점점 희미해져 가는 날카롭고 높지만 청아한 이은관의 배뱅이 소리 맛을 박정욱과 김경배 두 배뱅이굿 예능보유자가 과거 속에서 끄집어내어 한편의 영상으로 그려 주었고, 가볍고 경쾌하게 노니는 음률은 조선시대 양반사회 지배구조를 비토(veto)하고 싶었던 서도지방 사람들의 여망이 담긴 춤사위가 훨훨 나는 것 같았다. 이은관의 전수자인 박정욱이 이어오며 각고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배뱅이굿은 배뱅이굿 예능보유자 이은관(李殷官)의 별세 이후 거의 사라져버려 그 흔적마저 찾기 어려운 고귀한 행복이다.  

 

손가락의 너울거림 따라 꺾어내는 손목놀음과 흥에 겨운 어깨놀림으로 춤추는 눈앞의 ‘박경랑 영남교방무’ 너무나 큰 선물이었다. 무대 위로 하얀 버선발이 나비가 날개 짓 하듯 너울너울 내 딛는다. 한 호흡 한 호흡 넘어가는 감동의 물결은 초점 잃어가는 눈망울보다 더 밀착하여 허공을 감질나게 뒤흔드는 팔의 노님에 허우적거린다. 겉치마를 살짝 걷어 올린 하얀 속치마가 눈앞에 스쳐가자 황홀한 아름다움에 빨려드는 풍류의 멋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배 띄워라’ 등의 서도민요와 신민요 ‘연평도뱃사공’에 어깨를 들썩이고 손뼉 치며 저절로 따라 부르면서 무대 위 소리꾼의 소리와 하나가 되었고, 그 시절 민중과 그 장소 뱃사공의 희로애락이 그대로 드러나 보여 내가 소리 속 주인공인 양 빨려들었던 서도민요 소리꾼들의 매력이었다.

 

성악 테너의 높은 음의 시원함과 깨끗함이 담긴 영화 대부의 음악 중 parla piu piano, cinema paradiso so, 신 뱃노래는 국악공연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선입감을 불식시키며 한여름 무더위에 부는 한줄기 시원한 바람처럼 청량감을 만끽하는 특별한 묘미의 기쁨이었다.

 

두 줄 명주실이 활대의 비벼댐에 토해내는 해금의 울음은 어릴 적 어머니의 가슴에 안겨 가을밤 둥근달을 바라보던 포근함이 가슴 깊이 밀려들고, 손가락으로 눌러 떨어내는 농현의 감미로움이 살갗에 와 닿으며 눈꺼풀마저 스르르 감기게 하는 신비로움이었다.   

 

관서지방인 평안도와 황해도의 전통소리를 한강 줄기 굽이치는 아름다운 용산에서 늦가을 풍류로 펼친 용산풍류가 왔군나! 왔소! <효 배뱅이굿 한마당> 평안도 대동강 능라도와 용산의 한강, 이 두지역이 우리네 삶 속에 공유되어 한강 물줄기 위에 두둥실 띄워져 흐르며 용산에 꽃바람, 흥바람, 신바람을 불어넣은 신명난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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