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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패도지(一敗塗地)

© RVarney, 출처 Pixabay

 

시조로 새겨 읽는 고사성어(故事成語)

일패도지(一敗塗地)


장수를 잘못 써서
전쟁에 패했구나

 

전사자의 으깨진 간(肝)
흙바닥에 범벅되니

 

그 참상
어찌 보리오
어느 뉘가 수습할까

 
* 출전은 <사기(史記)> 고조본기(高祖本紀), 싸움에 한 번 패하여 진흙탕에 빠지다. 여지없이 패하여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지경

 

 

중국 漢(한)나라 高祖(고조), 즉 劉邦(유방)은 젊었을 때에, 태어난 고장인 沛縣(패현)에서 말단 관원으로 있었다. 그는 말단 관원 시절부터 여러 가지로 큰 인물이 될 징조가 보였다. 당시는 秦(진)의 천하였다. 秦始皇帝(진시황제)는 항시 동남쪽에 또 다른 天子(천자)의 기운이 서려 있다며 불안해하고 있었다. 시황제가 그 천자의 기운을 제거하러 온다는 소문을 들은 유방은 자기를 두고 하는 말인지도 모른다며, 산 속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그런데 아내 呂氏(여씨)는 그 비밀 장소를 아주 쉽게 찾아냈다. 유방이 그 이유를 물으니, 유방이 있는 곳에는 항시 구름기가 감돌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얘기가 퍼져 패현에서는 그의 부하가 되고 싶어하는 자가 부쩍 늘어났다.

 

이즈음에 陳勝(진승, ? ~ B.C.209. 진나라 말기 반란군 지도자)이 기현에서 봉기를 하고 진현에 이르러, 왕위에 올라 국호를 ‘張楚(장초)’라 하였다. 여러 군현에서도 모두 진승에 호응하였다. 沛縣(패현)의 지사도 백성을 이끌고 진승에 호응할 생각으로 蕭何(소하, ? ~ B.C.193. 패현의 하급 관리, 전한 건국의 일등공신)와 曹參(조참, ? ~ B.C.190. 패현 출신으로 진나라 옥리였으나, 후에 전한의 명장이 됨)을 불러 상의하였다. 그러나 소하와 조참은 지사가 반란에 가세한다면 자칫 백성들이 믿지 않을 수 있다면서, 진나라의 가혹한 정치와 부역을 피해 유방을 따라 도망간 백성들을 불러들여, 그들의 힘을 합치면 모두 복종할 것이라고 간하였다.

 

그리하여 지사는 樊噲(번쾌, ? ~ B.C.189. 중국의 전한 초기의 무장. 유방과 같은 패현 사람)에게 유방을 불러오게 하였다. 그런데 유방이 100명 정도의 무리를 거느리고 오자, 현령은 그들이 모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성문을 걸어 잠그고 소화와 조참을 죽이려 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성벽을 넘어 유방에게 투항한 뒤였다. 유방은 비단 조각에 천하의 정세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한 다음, 화살에 매달아 성 안으로 쏘아 보냈다. 이에 성 안의 父老(부노)들은 백성들과 함께 지사를 죽이고, 유방을 맞아들여 패현의 지사가 되어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 때 劉邦(유방)이 이렇게 말했다.
“천하가 사방으로 어지러워서, 각지의 제후들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 그럴만한 인물을 장수로 삼지 않는다면, 한 번 패하여 진흙땅에 묻힐 것이다. 나는 나의 안전을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능력이 부족하여 그대들의 부형이나 자제들의 생명을 온전하게 할 수 없음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는 중대한 일이니, 원컨대 다시 사람을 추천하여 고르는 것이 옳은 것이다.” 하고 사양하였다. 그러나 장로들은 재차 극구 추대하였다.

 

“평소부터 당신에게는 불가사의한 일만 일어나고 있소. 貴人(귀인)이 될 운명인 것이오. 점을 쳐 보아도 당신이 제일 적당하다고 나와 있소.”

 

이리하여 결국 유방은 沛縣(패현)의 지사가 되었다. 그를 두고 沛公(패공)이라 함은 여기서 유래하며, 이것으로 그는 漢(한)나라 건국의 기초를 닦았다   

 

‘一敗塗地(일패도지)’라는 말은 보통 전쟁에서 쓰던 성어로, ‘장수를 잘못 써 패해, 전사자의 으깨진 간과 뇌가 흙과 범벅이 되어 땅을 도배하다’로 해석된다. 원래는 ‘장차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나중에는 ‘여지없이 패하다. 철저히 패하여 돌이킬 수 없다.’ 더 나아가 ‘사람을 한번 잘못 쓰면 일이 잘못되어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다.’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후세 사람들은 ‘앞으로 그런 인물이 나와서는 안 되며, 사람을 쓸 때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는 뜻으로 새겨듣고 있다. 유방은 조심성이 많은 인물이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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