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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창판소리] 다섯 살 적 꿈 회갑에 만개한 녹명(鹿鳴) 곽상용의 판소리 강산제(江山制) 심청가 완창

 

다섯 살 적 꿈 회갑에 만개한 녹명(鹿鳴) 곽상용의 판소리 강산제(江山制) 심청가 완창

 

2024년 4월 20일(토) 오후 1시 천안 신부문화회관 소극장, 녹명(鹿鳴) 곽상용의 판소리 강산제(江山制) 심청가 완창 발표회가 두 번의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장장 5시간 동안 펼쳐졌다. 200석 소극장 객석의 뜨거운 열기는 관객의 마음을 녹여 희열로 채워졌고 쏟아지는 박수와 ‘얼씨구, 좋다, 잘한다.’ 추임새가 온종일 내리는 봄비가 시기라도 하듯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곽상용은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우리 고유 전통예술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다섯 살 때부터 국악 악(樂) · 가(歌) · 무(舞)를 접하며 성장했고 판소리를 알았다. 중학교 2학년 때 가출하여 전국 풍물패를 찾아다니며 풍물을 배우면서 18세가 되어 검정고시로 중 · 고 과정을 마쳤다. ​6년 전 중앙대 국악교육 석사 이후 서울국제예술원에서 전통연희과 교수로 2년간 재직했다.​

 

1998년 천안에 정착하여 우리 전통 북을 만드는 장인으로 풍물단체 ‘민족굿패 얼’을 탄생시켜 수장으로 천안의 대표적 풍물단체로 자리를 잡아 이끌며 ‘천안흥타령춤축제’ 대상 등 다수의 전국대회 상을 수상했다. 25세에 서울에서 강산제 심청가를 잠깐 배웠지만 본격적인 ‘강산제 심청가’ 공부는 8년 전(2016년)부터 목포에서 활동하는 박평민 스승을 찾아가 천안과 목포를 왕래하며 시작하였다. 스승 박평민으로 부터 ‘나 말고는 니가 최고다’ 큰 격려와 칭찬을 받으며 ‘판소리 강산제 심청가’ 생애 첫 완창 발표를 했다. 다섯 살 때의 꿈이 회갑을 맞아 만개한 것이다.

 

 

판소리는 소리꾼이 서사적인 이야기를 발림을 곁들여 소리와 아니리로 고수의 북 반주와 호흡하며 표현하는 우리고유의 민속악이다. 지역적 특성과 전승 계보에 따라 서울을 기준으로 전라도 동북지역의 운봉·구례·순창 등 판소리를 동편제(東便制), 전라도 서남지역의 보성·광주·나주 등 판소리를 서편제(西便制), 경기도·충청도 판소리를 중고제(中高制)라 한다.

 

동편제는 우조(羽調)를 많이 쓰고 발성을 무겁게 하고 소리의 꼬리를 짧게 끊고 굵고 웅장한 시김새로 짜여 있다. 서편제는 계면조(界面調)를 많이 쓰고 발성을 가볍게 하며, 소리의 꼬리를 길게 늘이고 정교한 시김새로 짜여 있다. 중고제는 동편제 소리에 가까우며 옛것과 같은 맛이나 멋이 있고 꾸밈없이 수수한 시김새로 짜여 있다.

 

강산제는 서편제의 한 유파로 조선 철종 때 서편제를 탄생시킨 박유전이 전남 보성군 강산리(岡山里)에서 노년여생을 보내며 서편제의 너무 애절한 것은 지양하며 삼강오륜에 어긋나는 대목은 삭제 또는 수정하여 점잖은 품격으로 동편제의 웅장한 맛과 중고제의 분명한 성조(聲調)를 창법에 가미하여 창시한 판소리 유파로 대표 판소리가 ‘심청가’이다.

 

‘강산’은 보성에서 박유전이 살던 마을이름이라고도 하고, 흥선대원군이 그의 소리를 두고 말한 ‘제일강산(第一江山)'을 따서 붙인 이름이라고도 한다.

 

박유전이 창시한 강산제는 이날치-정재근-정응민-정권진-조상현으로 전승되고, 조상현의 강산제 심청가 완창은 제자 박평민에게 이어지고 곽상용은 박평민의 제자로 생애 첫 강산제 심청가 완창 발표였다.

 

송나라 원년 말년에 황주 도화동에 사는 봉사 한사람이 있는디, 성은 심이요, 이름은 학규라 ~ “서울 송원조 판소리 고법 이수자 김남수” 고수의 북장단으로 시작하여 그렁저렁 심청이 나이 십오 세가 되어가니 대목부터는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고법 이수자 이치종” 고수의 북장단에 소리를 실어내고, 그때여 옥황상제께옵서 사해용왕을 불러 하교허시되 대목부터 마지막까지는 “판소리고법 국가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김청만” 고수의 북장단에서 소리 너울을 그려내며 그동안 갈고 닦은 최상의 공력으로 객석을 빈틈없이 메워버렸다.

 

탁하면서 거친 목소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가 마치 판소리에서 최고로 평가하는 ‘수리성’맛을 느끼는 것 같은 기쁨으로 빨려들게 하며 푸른 바다위에 넘실거리는 파도 같았다. 살짝 지르다 빠져나가는 아니리는 감칠맛에 여운을 남겼으며, 온몸으로 무대를 휘어잡는 궤적으로 힘차며 기상 넘치는 발림은 가슴을 파고들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였으며 각고의 세월을 견디어낸 인내심과 열정의 결과인지, 완창을 이어가는 5시간 내내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마에 맺히는 송글송글한 땀을 하얀 손수건으로 닦아내며 혼신의 힘을 다해 토해내는 치밀하고 우아하며 가지런하고 질서가 있는 소리는 심청가의 효심이 담긴 애절한 정서와 강산제의 급하지 않고 느릿느릿하게 길게 끌어내는 우조에 슬픈 계면조가 담긴 점잖은 품격의 웅장한 맛과 분명한 성조가 가미된 박유전 으로부터 스승 박평민으로 이어지는 강산제(江山制) 심청가의 맛과 색깔을 찬란하게 빛냈다.

 

고수의 두들김에 청아한 울음으로 곽상용의 소리에 활력소가 되어준 소리북도 본인의 손으로 만든 정성과 예술의 혼이 담겨서인지 둥둥거림 한소리, 딱 하는 북통소리도 그 어느 소리 북 보다 맑고 깨끗한 소리로 고수의 장단에 신명을 더해 ‘심청가’에 정성이 더욱 더 넘쳐흘렀다.

 

짧게는 세 시간, 길게는 여덟아홉 시간까지 오로지 고수의 북장단에 의지해 판소리를 완창 하는 것은 소리꾼에게 대단한 도전이며 스스로는 소리꾼으로 자긍심을 드높이며 완성된 소리꾼으로 인정받는 등용문이라 할 수 있다. 이 어렵고 힘든 길을 마다하지 않고 도전하여 커다란 기쁨을 누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물한 곽상용에게 한없는 박수를 보낸다. 이번이 끝이 아니라 쉼 없이 공부하고 정진하는 소리꾼으로 득음의 경지에 오르기를 축복 · 축원한다.

 

※ 아니리 : 판소리 사설에서 음률이나 장단에 의하지 않고 일상적 어조의 말로 하는 부분

※ 발림 : 소리꾼이 신체를 활용한 몸짓·표정이나 소도구인 부채로 극적인 상황을 실감나게 그려내는 동작

※ 성조: 단어를 이루는 각 음절에 배치되어 의미를 구별하여 주는 일정한 소리의 높이. 고저

※ 우조 : 장중하고 꿋꿋한 느낌을 주는 선율

※ 계면조 : 구성진 느낌이 드는 육자배기·남도무가(南道巫歌)·시나위와 비슷한 선율

※ 시김새 : 식음(飾꾸밀 식, 音소리 음)에서 유래했으며 음에 화려함과 멋을 더하기 위해 음을 꾸며내는 모양새

※ 수리성 : 판소리에서 쉰 목소리와 같이 껄껄한 음색의 성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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