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춤 동인전 운파교방지무(雲坡敎坊之舞)

 

춤 동인전 운파교방지무(雲坡敎坊之舞)

 

무대의 어둠이 지고 안쪽에 승무법고 한 대가 놓여 있다. 아무런 장식도 조각상도 없는 대에 매달린 커다란 법고의 가운데는 얼마나 두들겼는지 닳고 닳아 곧 터질 것만 같았다. 법고를 두들긴 사람의 인고의 세월이 묻어난다.

 

그 앞에 일반 승무의 무채색 복장과 달리 분홍빛 담채색 장삼에 태평무 무복과 같은 화려한 복식의 춤꾼이 머리에 연꽃 장식을 한 채 두 손을 합장하고 엄숙하게 서 있다. 춤이 업인 전문가가 아닌,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우리 전통 춤이 좋아 춤을 사랑하며 춤과 함께 30년 생활을 살아온 박경랑류 영남교방청춤 보존협회 춤 동인 최은숙이다.

 

웅장한 법고소리가 들리고 최은숙의 교방승화무(법고가락 꽃잎 되어 흩날리고)는 무대 위를 훨훨 날며 법고가락을 따라 노닐다 양손에 북채를 들고 법고를 두들겼다. 현란한 손놀림에 법고 변을 두들기는 따닥 소리는 북면을 울리는 두둥 소리와 어우러져 향이 되어 피어올라 불법의 심오함에 취해 들게 하는 것 같았다.

 

춤 동인전 운파교방지무는 2023년 4월 28일(금) 오후 7시 30분 부산 금정문화회관 은빛샘홀에서 최은숙과 같이 춤을 사랑하는 일반인 춤 동인 여섯 명이 짧게는 1년부터 길게는 30여년까지 자신들이 배우고 익힌 모습을 공개무대에서 관람객을 모시고 펼쳐 보인 춤의 향연이었다. 여기에 스승인 박경랑 명무가 마지막 무대로 마무리 하여 관람객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선물한 아름답고 기쁨이 넘치는 무대였다.

 

 

무대가 열리며 연꽃을 들고 바라를 울려 왕실의 번영과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태평무로 첫 무대를 장식한 최복순의 태평청원무(만복이 깃드소서) / 무당이 굿판에서 즉흥적으로 나쁜 기운을 풀어 주기위해 수건을 들고 추는 살풀이춤에 궁중 춤이 어우러진 흥 춤, 류영자의 교방수건춤(바람아 부지마라) / 여럿이 함께 추는 떼춤인 농악의 소고 놀이와 달리 혼자서 한정된 공간에서 아기자기하면서도 다양한 소고놀이의 매력을 보여주는 허튼교방 소고놀음춤(신명이 솟는구나)의 한금숙 / 아주 느린 장단 진양조에서 점차 빠르게 중머리 자진모리 휘모리 단모리로 이어가는 기악 즉흥 독주, 산조 가락 따라 너울거리며 춤 속으로 관객을 점점 빨아들이는 허튼 산조춤(봄날의 여정)의 백연화 / 틀어 올려 붉은 대나무 비녀를 꽂은 머리 위에 작은 소반을 얹고 춤을 추다, 소반과 비녀를 양손에 들고 소고 놀이하듯 신명을 다해 흥을 돋우는 독특한 춤인 교방소반춤(소반에 흥을 담아)의 이정실

 

장단을 쫒다 한 춤사위를 놓칠까 긴장한 채 디딤 발 하나에도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본인의 노력을 깔끔하게 보여준 춤 동인부터 전문가에 버금가는 우아함을 보여주며 흥이 넘쳐나던 춤 동인, 이 한 동작의 춤사위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추고 또 추었을 모습이 보이는 춤 동인, 춤추는 시간이 나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며 나의 익어가는 모습을 잊는 시간이라고 외치는 듯 한 모습의 춤 동인까지 무대를 꽉 채우며 관객을 집중하게 하고 ‘잘한다’ 추임새가 쉼 없이 터지며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가 끝이지 않는 무대를 완성시킨 영남교방청춤 보존협회 춤 동인의 무대 열정은 더할 나위 없이 뜨거웠고 어느 무대와 비교해도 부끄럽지 않은 훌륭한 공연이었다.

 

교방은 고려 시대에는 기생학교, 기생학교가 있는 지역을 지칭하였으나 조선시대에는 궁중음악을 맡아보던 장악원의 아악(雅樂) 담당 좌방과 속악(俗樂) 담당 우방을 아우른 관아이다. 이 무대에서 보여준 태평청원무 · 교방수건춤 · 허튼교방소고놀음춤 · 허튼산조춤 · 교방승화무 · 교방소반춤 · 영남교방청춤은 박경랑 명무가 어린 시절부터 영남교방청 춤의 맥을 이어받아 평생 동안 집대성하며 재정립한 교방청춤이다.

 

 

시대가 흘러 우리 눈에 익숙한 일반 무대 춤이 되어버린 우리 춤이 아닌 예절과 법도가 담긴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교방 본연 전통춤을 전승 보급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은 영남교방청춤보존협회의 춤 동인 6명 춤꾼과 박경랑명무를 통해 감상한 귀한 무대였다. 오늘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춤 꽃으로 만개한 출연진과 이들을 도와 수고하신 모든 임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담아 고마움을 올린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