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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북행(北行)”

허성관의 인문역사기행, 요동에서 삼강평원까지

 

책 “북행(北行)” 

 

<북행>은 우리의 역사 현장 한반도 북쪽 요동에서 삼강평원까지의 인문 역사기행이다. 고조선(古朝鮮)에서 삼국시대·고려·조선(朝鮮)으로 이어져 왔지만 지금은 그 흔적도 찾기 어려운 우리 선조들의 진실을 저자 허성관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1회 이상 눈과 발로 확인했다.

 

역사학은 창조의 학문이 아니다. 기록과 사실 찾아내기이다. 내가 역사를 전공하고 현재 역사학을 업으로 삼고 가르치고 있다하여도 나의 학문이 영원한 진리이고 절대 수정할 수 없는 정의가 될 수 없다. 이것이 역사학이다. 이 역사학의 한 모퉁이에서 우리 역사학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여기저기 기워져 누더기가 되었지만 실을 풀어 다시 짜 깨끗한 옷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마저 없는 현실에서 <북행>은 “실을 풀어 다시 짜 깨끗한 옷을 만듭시다.” 라고 소리치는 한 목소리라 할 수 있다.

 

저자 허성관은 1947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광주일고, 동아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은행 조사부 등에서 근무하다, 뉴욕주립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시립대와 동아대학교 교수, 광주과학기술원 총장, 해양수산부·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했다. 은퇴 후 정부 정책과 혁신에 관한 여러 논문을 발표하고 저서를 펴냈으며, 광복 이후 ‘일제 식민사관’에 빠져 청산되지 못한 잘못된 우리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에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 지역들을 답사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참고자료가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317쪽 분량의 책 저자가 이야기하듯이 ‘북행’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를 쉽게 가르쳐주는 지침서이다. 초등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한글을 깨우친 사람이라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흥미 넘치는 여행 일기이다. 시간과 장소와 환경을 떠나 읽고 싶을 때 몇 장 읽고, 짬나면 읽고, 덮어두었다 생각나면 읽고, 이렇게 책장을 넘겨도 벌써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을 것이다.  

 

1부 ⎾북만주, 호륜패이 초원을 가다⏌ 2부 ⎾동간도와 서간도를 가다⏌ 3부⎾산동성, 홍산, 요서를 가다⏌ 4부⎾우리 민족 문명의 시원, 삼강평원⏌으로 나누고, 각 부를 답사 지역별로 31개의 작은 주제를 달았다. 광개토태왕비, 백두산, 발해 상경용천부 등 우리에게 친숙한 유적지뿐만 아니라 상고시대 우리 조상들이 활약했던 송눈평원부터 부여족의 시원으로 추측되는 흑룡강성 북쪽의 아리하, 일제 강점기 애국지사들의 활동 무대 중 하나였던 내몽고자치구의 만주리 등 상고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수천 년의 역사를 아우르는 장대한 여정이 부담 없이 읽는 이의 기억 속에 스며든다. 

 

중국이 동북아에서 우리 역사를 지우기 위한 실체적 노력으로 매진하고 있는 “동북공정”의 안개를 뚫고 찾아본 한민족과 북방 민족의 역사 유적을 실증한 답사서이기에 나도 모르게 스며든 기억 속에서 “북방 민족들의 역사도 우리 역사다!” 라는 관념의 실마리를 풀고 있을 것이다. 과거 동북아를 무대로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일구어낸 우리 조상들의 흥망성쇠가 그려지고, 우리 선조들이 당차게 가슴에 품고 있었던 대륙의 혼이 무엇이었는지, 식민사학자(일제 총독부 사학자)들의 우리역사 왜곡을 깨우치면서 찬탄과 비탄이 교차한다.

 

일반적으로 교과서를 포함하여 ‘역사’에 관한 책은 딱딱하고 재미가 없다. 일반 교양서로도 인기가 없어 사람들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교과서를 통해 암기식으로 저장하여 잘못 고정된 우리역사 지식과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진짜 우리 역사의 발자취를 저자가 ‘답사’라는 경험으로 체득한 심상치 않은 의문들을 제기한 <북행>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기를 소망한다. 

 

책이란 저자가 있어야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책이라는 상품으로 탄생시키는 출판사의 역할이 없다면 좋은 글도 그 가치가 반감되고 사장된다. <북행>이 나의 손에 들리어 책장을 넘기며 행복에 빠지게 하여준 출판사 ‘인문서원’과 양진호 대표를 비롯한 수고한 모든 분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담아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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