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령 초대전 ‘고요의 시간’, 여백과 침묵이 빚어낸 감정의 장단
한국화의 여백을 닮은 화면, 민요의 서정처럼 잔잔하게 스며드는 감정. 이윤령 작가의 초대전 ‘고요의 시간’은 회화이면서도 소리를 머금은 듯한 정서를 품고 있다. 구구갤러리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아이의 뒷모습과 자연의 이미지들을 통해, 말없는 장단과 같은 감정의 흐름을 조용히 들려준다.
작품 속 아이는 관람자를 향해 등을 돌리고 선다. 이 뒷모습은 마치 소리꾼이 숨을 고르는 짧은 쉬임 같고, 긴 사설을 잇기 전 마음을 가다듬는 여백 같다. 한국 정서의 깊이를 담은 ‘침묵의 울림’이 장단처럼 흐른다.
새와 토끼, 꽃과 풀은 정서의 악기처럼 화면 곳곳에 자리한다. 작은 새 한 마리가 깃드는 순간은 소리의 농담처럼 감정의 결을 바꾸고, 꽃잎의 색은 장단의 색채를 이루는 음색처럼 다가온다. 화면은 조용하지만, 내부에는 정서의 파동이 있다.
아이들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장면은 소리 없는 풍경이지만, 그 침묵 속에서 관객은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마주한다. 이윤령의 회화는 한국적 서정, 여백의 미학, 마음의 소리를 담아낸 감정의 정원이다. 이번 전시는 눈으로 듣고, 마음으로 읽는 조용한 가락의 풍경을 선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