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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다시 웃는 얼굴로 마주하다 - 극단 미소의 ‘대찬이발소’ 대한민국연극제 무대 올라

경남연극제 대상 수상작, 병마를 이기고 무대에 선 천영훈 배우
한국 사회에 던지는 유쾌한 고백과 진지한 사과

 

다시 웃는 얼굴로 마주하다 - 극단 미소의 ‘대찬이발소’ 대한민국연극제 무대 올라

 

대한민국연극제 본선 무대에 오른 극단 미소의 창작극 ‘대찬이발소'는 삶과 예술, 기억과 회한, 그리고 깊은 인간애가 맞닿은 무대였다.
이 작품은 2025년 제43회 경남연극제에서 ▲대상을 비롯해 ▲연출상(장종도), ▲ 연기대상 천영훈 ▲연기상 박시우 등 주요 부문을 휩쓸며 4관왕을 기록했고, 경남 대표로 대한민국연극제에 진출했다.

 

한국 사회에 던지는 유쾌한 고백과 진지한 사과

 

작품 ‘대찬이발소’는 2018년 미투 운동 당시 장종도 연출가가 처음 집필한 희곡으로,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당연시되던 남성 중심의 권력 관계와 부조리를 해학적으로 풀어낸다. 이발소라는 공간을 무대로, 한때의 무용담을 자랑하는 ‘대찬’이라는 인물을 통해 반성과 사과의 메시지를 던진다.

 

천영훈 배우와 장종도 연출가이자 배우, 작가

 

장 연출가는 연출, 대본, 연기까지 맡았으며, “떳떳하지 못한 과거를 자랑처럼 내세우는 이들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가 마주한 과제를 묻고 싶었다”고 연출의도를 피력했다.

 

병마를 이기고 선 무대, 울컥한 재회

 

이번 공연은 특별한 감정이 겹친 자리이기도 했다. 극단 미소는 필자가 30년 전 활동했던 극단이다. 당시 극단 대표였던 배우 천영훈은 이번 ‘대찬이발소’에서 주연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천영훈 배우는 작품 연습 중 병을 진단받고 투병을 이어가면서도 이번 무대를 준비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무대 위에서 ‘천상 배우’라는 말을 떠올리게 할 만큼 특유의 따뜻하고 깊은 에너지를 뿜어내며 관객의 큰 박수를 받았다. 공연을 지켜보는 내내, 필자는 병마를 안고 묵묵히 연습을 이어갔을 선배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가슴 깊이 아려옴을 느꼈다.

 

무대가 끝난 뒤, 대한민국연극제 홍보대사인 배우 송옥숙이 천영훈 배우에게 다가가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공연을 지켜본 송옥숙 배우는 “투병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정말 대단하세요”라며 깊은 존경과 격려의 마음을 전했고, 천 배우의 손을 오래도록 잡으며 진심 어린 위로를 전했다.

 

천영훈 배우와 송옥숙 대한민국연극제 홍보대사

 

또한 이번 공연에서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유일한 인물로 고대호 배우가 돋보였다. 그는 2021년 경남연극제에서 연기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베테랑 배우로, 이번 공연에서도 ‘약방의 감초’처럼 웃음을 유도하며 전체적으로 어두울 수 있는 무대에 균형감을 부여했다. 관객들과의 자연스러운 교감을 이끌어낸 그의 연기는 작품의 무게감을 한층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오른쪽 고대호 극단 미소 배우

 

지역을 넘어선 창작극의 힘, 다시 시작된 성내지 아니한 그러한 얼굴 ‘미소’

 

‘대찬이발소’는 해학적이면서도 뼈 있는 대사, 치밀한 연출, 살아 있는 캐릭터가 조화를 이루며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큰 울림을 안겼다.

 

무대에서 직접 연기한 장종도 연출가는 “배우로서 무대 위에서 커튼콜을 받는 감동은 언제나 특별하다”며 “이 작품은 지금 이 시대가 반드시 되돌아봐야 할 이야기이기에 더욱 절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전통예술과의 접목, 뮤지컬 형식 등 다양한 창작적 시도를 통해 한국적인 정서를 더욱 깊게 담아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연기중인 천영훈 배우와 윤연경 배우


장종도 연출가에게 극단 미소는 “연극을 시작하게 해준 곳이자, 지금은 가족과 같은 존재”다. 그는 “이름처럼 웃는 얼굴로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며 “지역에서 예술을 한다는 건 쉽지 않지만, 함께 걷는 이들이 있기에 포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제 ‘대찬이발소’는 대한민국연극제의 본선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마지막 호흡을 나누었다. 병마를 이겨내고 무대에 선 천영훈 배우, 삶을 담아낸 연출의 진심, 그리고 웃음을 잃지 않기 위해 땀 흘려온 극단미소의 모든 노력이 결실을 맺길 바란다.

 

‘성내지 아니한 그러한 얼굴’, 그 이름처럼 언제나 온기 있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진심 어린 무대를 지어온 극단 미소가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깊은 울림을 전하길, 그리고 좋은 성과로 이어지길 간절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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