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산 풍속화, 무대에서 다시 살아나다. 창작판놀음 〈기산, 시간을 그리다〉, 10월 부평아트센터서 공연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이 오는 10월 24일(금)과 25일(토),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신작 창작판놀음 〈1883 인천 그리고 기산 김준근〉(부제: 기산, 시간을 그리다)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인천 개항장의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풍속화가 기산 김준근의 작품 세계를 무대 위에 되살린 융합형 예술작품이다. 이를 알리기 위해 지난 9월 14일 오후 2시, 국악전용극장 잔치마당에서 제작 발표회가 열려 작품의 방향성과 제작 과정을 공개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윤중강 평론가가 제안한 새로운 창작판놀음의 길
창작판놀음 〈1883 인천 그리고 기산 김준근〉(부제: 기산, 시간을 그리다)는 개항기라는 거대한 전환기를 전통과 현대의 예술 언어로 재창조한 융합형 공연이다. 인천 개항장의 역사와 문화를 토대로 기산 김준근의 풍속화를 무대 위에 되살리며, 격변기의 삶과 문화가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관객 앞에 선명히 드러낸다. 풍물, 탈춤, 줄타기 등 전통연희와 창작음악, 무용, 영상미술을 결합한 종합예술은 관객의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사로잡으며, 단순한 공연을 넘어선 문화적 체험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의 출발점은 인천 출신 국악평론가이자 연출자인 윤중강 선생의 제안이었다. 그는 잔치마당 특강에서 “1883년 제물포 개항과 함께 유입된 서양 문물과 그 속에서 형성된 무형유산을 창작 공연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제안을 던졌고, 이 발언이 본격적인 제작으로 이어졌다. 이는 개항장을 문화 교류와 충돌이 맞부딪히며 새로운 유산을 형성한 현장으로 바라보게 하는 계기였다.
따라서 이번 공연은 인천이라는 지역성과 한국 근대사의 출발점을 예술적으로 해석한 시도이자,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창작판놀음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기산 김준근의 붓끝에 담긴 기록을 무대 언어로 확장하여, 오늘의 관객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함께 성찰하도록 이끄는 것이 기획 의도의 핵심이다.
인천 개항장과 기산 풍속화의 재탄생
연출진은 이번 작품을 기획한 가장 큰 이유로, 인천 개항장을 한국 근대사의 출발점이자 세계와 만나는 문화의 현장으로 바라본 문제의식을 꼽는다. 기산 김준근의 풍속화를 통해 당시 생활상과 연희문화를 오늘날 관객에게 전하고, 단순한 재현이 아닌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새로운 무대를 목표로 한다.
작품의 중심에 선 기산은 19세기 후반 개항장의 변화를 1,500여 점의 그림으로 기록한 화가다. 연출진은 그를 “시대의 기록자”라 부르며, 그의 그림을 조선 민속과 일상을 담은 귀중한 사료로 평가한다. 특히 그의 그림은 독일 무역상 칼 에두아르드 마이어를 통해 유럽에 전해졌고, 이는 조선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통로가 되었다.
이번 작품에는 세창양행과 마이어가 실제 무대에 등장한다. 세창양행은 기산 그림을 적극적으로 수집·유통하며 서양 사회에 조선의 문화를 알렸던 기관으로, 공연은 이들의 활동을 통해 개항기의 국제적 맥락을 관객이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구성했다. 또한 서양인들이 탈춤을 드라큘라나 퇴마 의식으로 오해하는 장면은, 문화 교류 속의 충돌과 오해를 드러내며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작진과 주요 출연진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좌 김호석 예술감독, 신희숙 기획, 서광일 총괄제작, 한지영 풍물연희, 유인석 기산역, 최민우 탈춤연희, 전승우 연출, 김지원 음악감독, 강지덕 무대감독
본 작품의 전승우 연출이 작품에 대한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기산 김준근의 역을 맡은 유인석 배우가 작품 참여의 소감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전통연희와 MZ세대, 시대를 잇는 무대
무대에는 남사당풍물놀이, 탈춤, 줄타기, 검무, 죽방울놀이 등 전통연희가 총망라된다. 그러나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음악과 현대무용, 밴드 연주와 결합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무대로 재탄생한다. 여기에 MZ세대 캐릭터들이 더해져, 단순한 관람객이 아니라 공연의 동반자로서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시선을 연결한다. 연출진은 이를 통해 세대 간 공감과 소통을 강화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의 또 다른 핵심은 사실성이다. 기산 김준근의 그림 속 생활상과 연희 장면을 단순 복원하지 않고, 현대 무대 언어로 풀어내는 예술적 재해석에 집중했다. 기산 풍속화의 해외 소장 문제 역시 고려되어, 원작 이미지를 단순 복제하지 않고 모사 작품과 변형 이미지를 제작해 공연 영상과 미술 요소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법적 문제를 피하면서도 원작의 역사성과 예술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창작적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인천에서 세계로, 확장 가능한 콘텐츠가 되다
이번 작품이 기대하는 효과는 명확하다. 첫째, 인천의 역사문화 콘텐츠를 브랜드화한다. 둘째, 전통과 현대가 융합된 공연예술 모델을 제시한다. 셋째, 시민들에게 문화적 자긍심과 공동체 의식을 고양시킨다. 나아가 국내 주요 도시 순회공연과 해외 박물관·문화원 투어를 통해 한국 전통연희의 국제적 확산을 도모한다는 계획도 밝혀졌다.
서광일 대표는 공연의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비전을 밝혔다. “이번 인천 공연을 시작으로 국내 주요 도시 순회공연을 계획하고 있으며, 해외 박물관·문화원과 연계한 투어도 준비 중이다. 더 나아가 공연을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아카이빙과 교육 자료로도 활용할 예정”이라며, 이번 공연이 단순한 지역 공연을 넘어 한국 전통연희의 국제적 확산을 이끌 수 있음을 강조했다.
총괄제작자 서광일 대표가 작품의 제작 배경과 기대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창작판놀음 〈기산 시간을 그리다〉는 전통과 현대, 세대와 세대를 잇는 무대로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조명한 시도다. 기산 김준근의 붓끝에 담긴 기록이 오늘날 무대 위에서 다시 호흡을 얻으며, 관객에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함께 성찰하게 한다.
이번 공연이 인천을 넘어 전국과 세계로 확장되며 새로운 문화 콘텐츠의 탄생을 알리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전통예술의 계승과 창조적 재해석을 통해 한국 공연예술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 이번 무대에 뜨거운 응원과 축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