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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념회] 판소리 ‘춘향가’, 새롭게 풀리다. 배연형 박사, 장재백 소리책 『춘향가』 출간 기념회 열려

 

판소리 ‘춘향가’, 새롭게 풀리다. 배연형 박사, 장재백 소리책 『춘향가』 출간 기념회 열려

 

판소리 연구자 배연형 박사가 방대한 주석과 연구 성과를 담은 장재백 소리책 『춘향가』를 출간하고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이번 책은 옛 소리꾼 장재백의 소리책을 토대로 삼아, 고어와 한자, 사투리까지 세심하게 해설을 붙인 첫 대규모 주석 작업으로 평가된다.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배 박사는 “판소리의 절반은 언어”라고 강조하며, 좋은 노랫말이야말로 판소리의 예술성을 떠받치는 근본이라고 밝혔다. 그는 단순히 단어 뜻만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소리의 맥락과 더늠의 구조, 옛 고사와 한시의 의미까지 짚어내며 판소리 본래의 생동감을 되살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배연형 박사

 

이번 책의 또 하나의 성과는 꼼꼼한 색인 작업이다. 독자들이 필요한 대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정리한 색인은 『춘향가』뿐 아니라 판소리 다섯 바탕에 쓰인 관용구와 고사를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하여 사실상 판소리 사전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배 박사는 “편린화된 단편 지식이 아니라 유기적인 독서를 가능하게 하려는 의도였다”며, 전통음악의 노랫말을 깊이 이해하는 데까지 확장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출판 기념회 현장에서는 판소리의 본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무대도 마련됐다. 대표적인 대목인 ‘천자뒤풀이’가 시연되었는데, 옛날 김세종제 ‘구조’와 오늘날 보성소리로 이어진 ‘신조’를 비교해 들려주자, 담백하고 평이한 옛 소리와 화려하고 촘촘한 현대 소리의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나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배연형 박사와 소리꾼 서정민, 소리북 박명언

 

배연형 박사와 소리꾼 김광현, 소리북 박명언

 

행사에 참석한 학자와 소리꾼들은 입을 모아 책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김종철 교수는 “무겁고 지루할 수 있는 주석 작업을 끝까지 해낸 집념이 후학들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출판사 여유당의 조영준 대표는 춘향가 장자백 소리책 출간이 “앞선 세대들이 남기지 못하고 흩어진 유산들을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비롯되었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한국 문화라는 큰 틀에서 보면 이번 작업은 판소리사에 반드시 남겨야 할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출판 기념회에서는 배연형 박사의 대학 동기이자 학문적 동반자의 이유기 박사의 회고도 이어졌다. 그는 “배 박사는 국어학과 한문학을 아우르며 결국 판소리 음반과 주석 작업으로 나아갔고, 문자와 소리를 함께 정리한 업적은 훗날 국어사 연구에도 큰 의미를 가질 것”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이어 “내가 수십 권의 역주를 했지만 그가 걸어온 길은 도저히 근접할 수 없는 절벽과 같다. 그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이미 공이 높으니 여유 있게 살되, 계속 연구하려면 건강을 지키시라”는 덕담으로 좌중을 웃게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사단법인 향사가야금병창보존회 부이사장이자 국가무형유산 가야금산조 및 병창 이수자인 이선 명창은 “이화중선이 부른 옛 ‘천자뒤풀이’가 박귀희제 가야금병창의 노래와 가사·선율이 매우 흡사하다”며, 가야금병창과 판소리의 관계를 밝히는 새로운 연구 가능성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의 코멘트는 판소리와 병창 사이의 접점을 밝히는 흥미로운 화두를 던졌다.

 

춘향가 주석서는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배연형 박사가 수십 년간의 연구를 집대성한 역주본이다. 한국음반아카이브연구소와 선영악회 대표로서, 또 판소리학회장을 역임하며 학계와 현장을 넘나든 그는 이미 『판소리 소리책 연구』, 『한국 유성기음반 문화사』 등 굵직한 저서를 통해 판소리와 음반사의 연구 토대를 닦아왔다.

 

이번 신간은 필사본 장재백 소리책을 현대 표기로 정리하고 고어와 한문, 사투리까지 세밀하게 풀어낸 점이 특징이다. 특히 판소리 다섯 바탕 전체를 아우르는 색인을 마련하여 사실상 ‘판소리 사전’의 역할까지 하도록 했으며, 판소리의 문학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배연형 박사는 책머리에서 “사라져가는 판소리 언어의 매력을 주석서 형식으로 일깨워보고 싶었다”고 밝히며, 이번 저술이 소리꾼과 연구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와 외국인 학습자에게도 판소리의 진면목을 전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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