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의 진정한 마지막 광대, 이동안이 남긴 이야기’ 국악타임즈 연재 스무번째 이야기

제20회
연재자 (註)
해방 공간에서 좌익 활동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가야금산조의 명인 정남이를 이동안 선생이 장택상 총감에게 간청하여 구해 놓았으나, 그 후 소리꾼 조상선 등과 월북하였다고 회고하였음. 6.25 전쟁 후 친공 단체인 국악동맹에 가입하지 않았던 이동안 선생과 임방울 선생은 체포 대상이었고 이동안 선생은 체포되어 위기에 처했으나 서울에 나타난 정남이에 의하여 목숨을 건지게 되었고, 다행히 임방울 선생은 피신에 성공하여 고향인 광주로 피난하러 가다가 인민군 검문소에서 걸리면 쑥대머리 소리하는 임방울이라는 것을 밝히고 쑥대머리 소리를 마흔아홉 번 하고 갈 수 있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를 회고한다.
이후 심우성 선생과 이동안 선생 간의 대담이 중단되어 더 이상의 회고담을 실을 수는 없으나 가장 중요한 일제강점기 초부터 말까지의 국악의 역사는 모두 진술이 되어 있으므로 아쉽기는 하나 이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해방 공간에서 좌우익 국악인의 대립과 6.25 전쟁 시 임방울을 구한 쑥대머리
6.25가 난 전에는 대한국악원이고 그 후는 빨갱이 단체가 돼서 국악동맹이 된거여. 정남이라고 가야금을 한사람인데 온통 국악원을 뒤집어 논거여. 국악인들을 죄다 빨갱이로 만들어논거여. 해방되고 난후에 장택상씨가 총감이 된 시절인데 정남이가 빨갱이를 했다고 사형을 받았어. 그래 죽을날만 기다리고 있었거든.
장택상씨가 총감적에 그 사람이 생일이거든. 부인 넷이서 짠거여. 장택상씨 서울시장, 신익희씨 부인하고 그때 신숙이라고 장택상씨 애인이 있었는데 넷이서 정남이를 살려자고 짠거여.
장택상 씨 생일 날 악사들이며 국악인들이 아주 많이 갔거든. 오늘 어떻게서든 살려내자고 단단히 짠거여. 그래 잔치가 물익어서 춤들을 추고 흥들이 났단 말이여. 나더러 춤을 추래서 가운데서 춤을 추다가 장택상씨 앞에 앉았어. 총감님. 왜그랴. 오늘 참 좋은 날입니다. 그러네. 정남이를 데려다가 가야금이나 좀 시킵시다. 사람이 열 번 잘못을 했어도 한번 잘하는 수가 있지 않습니까.
그랬더니 신숙이가 옆에 있다가 선생님 말씀이 옳다고 막 매달렸지. 그러니 거기 묀 사람들도 정남이를 살렸으면 좋겠다고 한마디씩 다 거들더구만. 해방된후의 일이여. 해방이 되고서 장택상씨가 총감이 됐었거든. 사형을 받은 사람을 어떻게 꺼내오냐고. 아 사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총감님 말고 또 누가 있겠습니까? 이런날 살리는 것이 복을 받는겁니다.
신숙이가 영감 한번 살립시다. 이렇게 좋은날 가야금이나 한번 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신익희씨 부인도 정말 정남이 가야금 소리나 들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러는거여. 또 옆에서 그랬으면 정말 좋겄다고. 그래서 결국 꺼내온거여.
헌데 나중에 국악동맹장이 돼가지고 조상선이하고 같이 이북으로 올라간거여. 정남이는 단체활동은 잘 안다녔어. 그 정남이가 6.25가 나고 빨갱이 세상이 되니께 나를 잡으러 다녔어. 잡아죽인다고. 지한테 안가고 도망다닌다고.
그때 임방울이하고 나하고 망우리고개에서 참외장사를 한거여. 하루는 서도소리하는 여자 셋이 지나가다가 참회 좀 주세요. 그러더먼. 참외를 한바탕 먹고는 돌아갔어. 내가 밀짚모자를 뒤짚어쓰고 있었거든. 헌데 어떻게 나를 살짝 봤나봐.
돌아가서는 정남이한테 이동안씨가 들이닥쳐서 한떼거리가 내리더먼 참외좀 팔우 하고 떠보더니 여러놈이 이리 치고 저리 치고 그러더먼 한참 그러더가 어느놈이 주머니에서 내 사진을 꺼내는거여. 이동안씨죠?하고 묻는거여.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동안씨죠하고 묻는데 아니라고 대답을 할 수가 있나? 헐 수 없이 그렇다고 대답을 했지뭐. 대담하지마자 나쁜자식이라고 반역자라구 데려다죽인다고 차를 타라는거여. 다행히 임방울이는 그때 산꼭대기 동가서 용케 피했지. 끌려갔더니 다동에 있는 어느 건물이여. 지금 시청 뒤여.
동맹에 든 사람들이 모여서는 저놈 반역자라구 총살을 시키라구 야단이 났어. 총살을 시키는건 좋은데 이유를 대구서 죽이더라도 해야할거 아니냐. 왜 동맹안다냐고. 여기들면 밥먹여주니? 식구들 먹여살릴 일이 갑갑해서 참회장사라도 한건데 무슨 죄가 있느냐구.
그때 우리 큰 아들이 선발대로 나가서 저놈들하고 싸우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동맹에 들 수 있나. 정남이가 나오더먼. 죽이려면 죽여라 내가 너 살려준 생각못하고 나를 죽인다고 이 나쁜 자식아. 그랬더니 동맹 국악인들이 저놈 때려죽이자고 야단이 났아. 정남이가 여러분 진정하시라고 식구들 먹여살린다는걸 어떡허겄느냐고 이동안씨 낼부터 나오셔서 위문을 나가시라고그러더먼.
아 식구는 굶겨죽이구 위문을 다녀? 그랬더니 배급을 드리지요. 그래. 배급이 식구를 먹여살릴만하면 그럭합시다 그랬어. 보리쌀, 쌀 한가마니를 군인들한테 실어다 드리라고 명령을 내려서 그걸 실구서 집으로 돌아왔어.
헌데 집에서 암만 생각을 해도 위문을 갈 수가 없어. 아들생각을 해도 그렇고 여러 가지가 마땅치가 않아. 결심을 했어. 동네사람을 몇 불러다가 배급받은 곡식을 팔았어. 그때는 쌀이라면 환장해서 덤빌정도로 귀한때거든. 팔구서 리어카에 짐을 싸가지고 그 길로 식구들하고 수원으로 내려갔어. 수언에서 해먹을게 있어? 북문밖에다 다시 참외장사를 차렸지.
몇일있는데 임방울이가 안채봉이를 자전거 뒤에다 싣구서 지나가더먼. 임방울이가 모른척 참외장수 있수? 참외좀 주시오! 허길래 나도 실컷 쳐먹어라 했더니 어느놈아 실컷 쳐먹으라는거여이 망할 자식같으니라구 도망갔다는 자식이 기껏 여기와 있는거여? 너는 어떻게 된거니? 물어봤지.
동안이 니가 잡혀가길래 바로 내려와서는 참외팔던거 처분하고 종로 3가 뒤에 어느 여관 벽장속에 숨어있다가 안채봉이한테 연락해서는 도망내려가는 길이라는거여. 둘이 친척인가 원가가 되어. 안채봉이도 원래 동맹에 들었다가 싫으니께 도망갈 참이었거든. 둘이 만낫는데 어떻게 도망을 가야하나 고민을 하던 차에 길거리에 새자전거 하나가 버려져 있더라는거여. 가까이가서 봤더니 뒷바퀴가 빵구가 나가지고. 그걸 고쳐가지고 타고 내려온 길이래는거여. 자초지종을 듣고는 집으로 데려가서 점심을 먹이구 보냈지.
나중에 만나서 들었는데 광주까지 내려갔는데 검문소에서 걸려가지구 쑥대머리를 마흔아홉번하구 갔다는거여. 군인이 서라! 너 누구냐? 임방울이올시다. 임방울이가 누누냐? 안채봉이가 뒤에 있다가 소리하는 임방울씨도 몰라요? 오 쑥대머리하는 임방울이? 한번해봐. 안채봉이가 자전거 안장을 북인양 치고. 다듣고나더니 인민군이 녹작지근 귀가 녹아서는 아유 임방울이가 맞구먼. 참 수고하셨소. 잘가시오. 이러더라는거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