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양일노래, 학술로 다시 깨어나다. 전승과 발전 위한 첫 공론장… 지역 공동체 문화 복원의 가능성 제시
인천 계양지역의 농경문화와 공동체 정신을 담은 ‘계양일노래’가 학술적 논의를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계양산성박물관에서 열린 이번 학술회의는 계양일노래의 전승과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지역 문화계 인사와 연구자들이 대거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훈상 계양일노래보존회 부회장의 사회로 국가무형문화재 인천남사당놀이 보존회 이사장 지운하 선생을 비롯해 김승국 전 인천시 문화재위원, 서광일 박사, 우수홍 전 부평구축제위원장, 박명규 계양문화원 사무국장, 박승원 문화기획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계양문화원 신선호 원장과 김탄분 계양일노래보존회 회장 등 지역 관계자들도 함께하며 학술과 현장을 잇는 자리가 마련됐다.
행사의 시작에서 신선호 원장은 “우리 문화는 농사와 함께 형성된 공동체 문화이며, 관객과 연행자가 하나가 되는 것이 동양 문화의 특징”이라며 계양일노래의 본질을 짚었다. 이어 “계양은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지역 고유의 문화가 제대로 계승되지 못했다”며 “이번 논의가 지속적인 전승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신선호 계양문화원장
김탄분 회장은 “계양에는 내세울 전통문화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며 “현장 조사와 구술 채록을 통해 자료를 모았고, 오늘 학술회의가 그 결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양을 대표하는 문화예술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계양일노래보존회장 김탄분
김승국 좌장은 행사 진행에 앞서 “오늘 학술회의는 논문 한 줄 한 줄을 모두 검토하려면 며칠이 걸릴 만큼 방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며 “짧은 시간 안에 핵심을 압축해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발표와 토론, 질의응답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좌장을 맡은 김승국 전통문화컨텐츠 원장
이어 그는 “계양은 삼국시대부터 전략적 요충지였고 농경문화가 깊이 자리한 지역”이라며 “계양일노래는 단순한 향토 민요가 아니라 이 지역의 역사와 삶이 축적된 소중한 문화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문화유산은 지역에서 스스로 지키고 활용해야 지속될 수 있다”며 문화원과 지역사회의 역할을 당부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서광일 박사는 계양일노래를 단순한 향토 민요가 아닌 서북부 농경문화권 속 공동체 예술로 규정했다. 그는 “인천은 해양문화와 농경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이며, 계양은 그 중심에 있는 농경문화의 축”이라며 “논농사 과정에서 형성된 노동요가 바로 일노래”라고 설명했다.
특히 계양일노래는 제의, 노동, 놀이가 결합된 구조를 지니며, 모내기와 김매기, 백중놀이 등 농경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적 문화 체계로 분석됐다. 강화·서구·부평·김포 등 인근 지역의 두레놀이와 비교하며 동일한 생활문화권 속에서 형성된 전통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전승 방식에 대한 중요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우수홍 토론자는 부평 풍물대축제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평 두레놀이 역시 오랜 시간 연구와 지원을 통해 자리 잡았다”며 “계양일노래도 단기간 성과보다 장기적 축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승을 위한 재원과 조직 체계, 행정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지역 축제와 연계를 통한 지속적인 추진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구자호 박사는 “무형유산은 특정 시점의 원형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전형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기존 보존 중심의 관점을 재고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공동체 속 실천, 생활 맥락, 변형의 정당성 등을 전승의 핵심 요소로 제시하며 “전통은 무대 위 재현이 아니라 삶 속에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부평과 김포 사례를 통해 전통이 지역 주체와 정책, 축제 속에서 재구성되며 이어지고 있음을 설명했다.
박명규 계양문화원 사무국장은 “문화원은 지역 문화의 발굴·교육·확산을 담당하는 거점”이라며 “계양일노래 역시 학술에 그치지 않고 교육과 축제, 시민 참여로 이어질 때 지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화원과 지자체의 협력을 통한 장기적 전승 기반 마련의 필요성을 밝혔다.
박승원 토론자는 “전통은 현재의 삶과 연결될 때 살아 움직인다”며 계양일노래의 활용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역 축제와의 결합을 통해 대중성과 지속성을 확보하고, 시민 참여형 콘텐츠로 확장해야 한다”며 계양산 국악축제 등과의 연계를 제안했다.
한편 계양일노래의 지속을 위한 현실적 과제도 제시됐다. 전승 공간 확보와 교육 체계 구축, 지역 축제와의 연계 필요성이 강조됐으며, 특히 계양산 국악축제 등 지역 행사와의 접목이 중요한 전략으로 제안됐다.
토론자들은 문화원과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 그리고 장기적인 전승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무엇보다 문화재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꾸준한 전승 활동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번 학술회의는 계양일노래를 지역 공동체의 기억과 정체성을 되살리는 문화 자산으로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전통이 기록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 속에서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그 첫걸음이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