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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교(巫敎)

 

무교(巫敎)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다. 새해를 맞이하며 신년 운세를 알아보는 세시풍속이 있다. 운세를 알아보기 위해서 점집을 찾는 이들도 있는데, 점집에는 무당이 있다. 무당은 점을 치고 굿을 한다, 이런 행위를 종교적·과학적으로 망령되다고 생각되는 믿음으로 미신(迷信)이라 하며 무시하고 천대한다. 하지만 결코 미신이 아니며 폄하되어 무속신앙(巫俗信仰)이라 불리는 우리의 시원적(始原的) 종교, 무교 의례 중 하나일 뿐이다.

 

신(神)이란? 내가 믿는 절대자이며 나의 구원을 위탁(委託)하는 자이다. 기독교의 신은 나를 구원해주는 절대자 여호아(하느님)이며, 무교는 나와 가족들의 구복을 주는 ‘신령’(神靈:무당이 몸 주로 받아들인 신)이다. 하지만 불교는 나 스스로 부처(불도를 깨달은 성인)가 되기 위한 닦음이기에 종교라기보다는 철학적 실천의 도(道)이며, 불교의 ‘신’ 부처는 표상(表象)이며 표본(標本)의 ‘신’이다.

 

종교란? 부족하고 불안한 인간이 무한∙절대의 초인간적인 신을 숭배하고 신성하게 여겨 착한 일은 권장하고 악한 일은 제재하여 행복을 얻고자 하는 일을 말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여기에 가장 합당하며 우월적인 전통종교라 말하는 대표적인 것에 기독교와 불교가 있으며, 우리 전통종교 무교는 미신(迷信)이라 불리며 종교가 아닌 저급 신앙으로 무시와 천대를 받으며 무속으로 폄하되어 있다.

 

종교는 가르침이 사랑∙자비∙지혜∙정의∙초월∙자유∙불멸 등과 같이 핵심 교리에 보편적인 덕목이 포함되어 있으면 세계적인 종교로 성공할 수 있으며, 보편성이 떨어지는 종교는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다. 또한 세를 만들 조직과 형성된 교리, 권력과 결탁한 힘이 있어야 세계적인 종교로 발전할 수 있다. 

 

무교는 무당들이 모시는 신령이 무당마다 다르며, 신령들의 위계질서도 없고 선악체계도 불분명해 일원화된 큰 구도를 만들 수 없다. 일반 신도들도 각기 다른 신령을 갖고 있어 처음부터 조직을 만들 수 없기에, 구성원이 아무리 많아도 힘을 만들 수 없다. 교리도 무당마다 달라 어떤 교리를 믿는다와 같은 중심 교리가 없으니 무당과 신도 사이에 중앙 집권 체제가 탄생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권력과 결탁할 수 있는 힘도 만들 수 없고, 지역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작은 종교 형태일 뿐 미신은 아니다.

 

무교는 이 땅의 시원적 종교다. 무교가 미신으로 무속이 된 것은 동양 가르침 중 가장 배타적인 면이 강한 주자학이 고려 말 안향(安珦)에 의해 이 땅에 들어와 새 왕조 조선의 국시(國是)가 되자, 사대부 등 기득권 세력들이 무교를 폄하하여 저속하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또한 현대에 와서는 자칭 고등종교인 거대한 기성 종교가 편향된 자기들 시각에서 무교는 공동체에 대한 배려가 없으며 역사의식도 없고 단지 개인을 위한 구복적인 요소 밖에 없다는 이유로 재단(裁斷)하는 종교제국주의적인 산물로 미신이 되었다. 더하여 과거 제국주의자들이 피식민지국가들을 마음대로 유린하듯 큰 종교가 작은 종교를 저급 종교로 몰고 있는 결과인 종교제국주의적인 시각에 함몰된 우리들이 자신들의 근본 신앙인 무교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신론적 종교 기본구조를 보면 종교는 신∙사제(신과 신도 연결 자)∙신자라는 세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이 요소들은 의례에 의해서 만나게 된다. 기독교는 여호아∙신부나 목사∙신자, 무교는 신령∙무당∙신도, 의례는 그리스도교에서는 ‘예배’, 무교는 ‘굿(㖌)’이다. 이와 같이 우리가 어떤 신앙을 갖든지 그 숭배하는 대상이 명목상 다를 뿐 실제의 신앙 기본구조는 똑같고, 내용 역시 주술적인 기복신앙 이다.

 

그러므로 무교를 미신이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다 같은 종교로 하등의 무시와 천대를 받을 이유가 없다. 우리의 문화적인 뿌리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미신이라 부정하고 우리의 시원적인 종교 무교를 무속이라 칭하며 저급 종교로 무시하면 결코 안 된다.

 

※ 무당 - 무교의 민간 사제로 무당 후보자 중 내림굿(그리스도교의 사제 서품식, 혹은 목사 안수식과 같은 절차)을 받아 굿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은 자이다. 신과 인간 사이를 연결해 주는 일을 직업적으로 맡아 신령을 섬겨, 길흉을 점치고 굿을 주관하는 사람을 통틀어 말한다. 일반적으로 무당이라 하면 무녀(巫女), 즉 가무(歌巫)로서 강신녀을 말한다. 천주교에서 신부만이 천주교 의례인 미사를 집전할 수 있듯이 무교에서 굿은 무당만이 할 수 있다.

 

‣ 강신무당 : 신들린 무당, 신 내린 무당으로 굿이라는 무속의례를 학습한 무당이다. 여자가 많고 굿을 하고 점을 치며, 남자 강신무를 박수무당이라 한다.(무속의례학습 없이 점만 치면 점쟁이)

‣ 단골 : 강신무당 중 큰무당을 말하며 미숙한 무당을 선무당이라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한 무당을 자주 단골로 부른다 하여 단골무당 "단골" 이라한다 .

‣ 세습무당 : 신들린 현상 없이 조상 대대로 무업을 이어 받아 형성된 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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