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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북녘의 숨결, 서도삼현육각을 울리다. 김호석 교수, 전통의 복원과 미래를 잇는 국악인의 길

 

북녘의 숨결, 서도삼현육각을 울리다
김호석 교수, 전통의 복원과 미래를 잇는 국악인의 길

 

2025년 7월 24일 오후, 서울 강남 이디야커피랩. 국악타임즈 송혜근 대표는 김호석 서도삼현육각보존회 회장(경기대학교 명예교수)과 만났다.

 

오랜 군 복무를 거쳐 교수로 재직하며 국악의 외연을 넓혀온 그는 이제 북녘의 전통음악 '서도삼현육각'을 복원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는 미리 전달된 질문지를 바탕으로 김 교수가 직접 서면으로 정리해 온 깊이 있는 답변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며, 그의 삶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김호석, 군인·교육자·연주자·기획자·선교자로 살아온 국악의 여정

 

김호석 교수는 지금도 쉼 없이 국악을 향해 달린다. 군 생활 속에서 국악대를 창설하고, 대학에서 한류문화대학원을 만들고, 이제는 북녘의 잊힌 음악 ‘서도삼현육각’을 복원해 세상에 다시 울리고 있다.

 

그의 이력은 군인, 교육자, 연주자, 기획자, 선교자로서의 정체성이 융합된 보기 드문 국악인의 길이다. 이 다면적 정체성은 그가 단지 전통을 보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확장하고 시대에 맞게 구현하려는 의지를 뒷받침하고 있다.

 

 

김 교수는 서도삼현육각을 “북녘 무형유산의 뿌리 음악”이라고 설명한다. 피리, 대금, 해금, 장구, 북으로 구성된 이 악기 편성은 평안도와 황해도 지역의 검무, 화관무, 수건춤, 탈춤, 무속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연희의 음악적 기반이다. 그는 이 음악이 단순한 반주를 넘어, 실향민과 북녘동포의 상처를 위로하고 문화 정체성을 회복하는 열쇠라고 말한다.

 

서도대풍류로 전통의 확장, 서도삼현육각을 무대 위의 독립 장르로

 

2000년대 초 ‘서도풍류’를 구성했던 김 교수는, 보존회 창립 후 ‘서도대풍류’로 곡을 확장해 연주하였다. 그는 “전통은 보존도 중요하지만 활용하지 않으면 소멸된다”며, 전통 음악의 ‘확장성’과 ‘활용성’을 강조한다.

 

‘서도대풍류’는 기존의 염불도드리, 타령시나위, 타령, 굿거리에 더해 길군악, 반염불, 자진타령을 추가한 7곡 구성이다. 이는 검무·화관무의 장단과 템포에 맞춘 재구성으로, 전통의 원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공연 예술로의 활용성을 높인 사례다.

 


김 교수는 삼현육각을 단순한 탈춤 반주음악이 아닌 독립된 연주 장르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삼현육각, 전라삼현육각처럼 서도삼현육각 역시 공연 예술로서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음원이나 동영상만을 보고 잘못 연주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며, 제대로 된 전승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를 위해 그는 ‘서도삼현육각보존회’를 결성하고, 연주자들이 정통한 연주 기법을 익힐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2024년 8월 보존회를 창립하고 12월, 2025년 3월 두 차례 발표회를 열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연습 공간의 부재였다. 대전, 평택, 춘천 등지에서 모인 단원들이 밤늦게까지 연습에 매진하며 무대를 완성했다. 김 교수는 “서도삼현육각의 에너지가 폭발할 때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봉산탈춤과의 인연, 그리고 통일을 대비한 음악연구의 사명

 

서도삼현육각과의 인연은 50년 전 ‘강령탈춤 반주음악’을 연주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대학 시절 봉산탈춤보존회에 입회해 연주자로 활동했고, ROTC 장교로 복무하면서도 전승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1977년에 녹음한 박동신의 연주곡 '타령시나위'를 1980년부터 봉산탈춤에 적용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고, 박동신 선생의 황해도피리가락을 오선보로 채보한 작업은 오늘날 서도삼현육각 복원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제29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김호석과 박동신

 

이후 대학 교수로 임용된 그는 봉산탈춤, 강령탈춤, 은율탈춤, 양주별산대놀이, 진주오광대 등의 반주음악과 연행가요를 체계적으로 연구하였고, 2013년에는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교수시절 서울문화재단과 경기대학교로부터 지원을 받아 첫 저서인 『봉산탈춤음악본』을 간행했을 때, 그리고 보존회 창립 연주회에서 ‘서도대풍류’를 완주했을 때 가장 큰 감동을 느꼈다고 전한다. 

 

이북5도위원회와의 협력, 그리고 정책적 제언

 

김 교수는 “북한 주민들에게 전통음악은 문화적 생명줄”이라며, 서도삼현육각의 복원이 단순한 예술적 작업이 아닌 민족 정체성 회복의 일환임을 강조한다. 앞으로는 학계와 협력하여 보존회 단원들과 함께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통일 이후 북녘 무형유산의 체계적 복원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북5도위원회의 무형유산 위원으로서 그는 황해도와 평안도의 연희 종목들이 연주음악 없이 지정된 현실을 아쉽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를 기회로 삼아 보존회의 활동을 넓혀가고 있으며, ‘서도삼현육각’의 무형유산 지정 추진도 현실화 단계에 들어섰다.

 

 

그는 무엇보다 국가 차원의 전승 지원금 확대를 강하게 주문한다. “무형유산 전승은 사명감만으로 지속될 수 없다. 정책과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두 가지 비전을 밝힌다.

“첫째, 서도삼현육각이 국악과 필수 교과목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둘째, 서도삼현육각이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안정적 전승 기반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언젠가는 해주와 평양의 무대에서 당당히 이 음악을 연주할 날이 오기를 소망합니다.”

 

이북5도 무형유산이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전승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이 조속히 마련되고, 전승자 개인에 대한 제도적 지원 또한 병행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교육자이자 연주자, 기획자로서의 역량을 두루 갖춘 보기 드문 인물인 김호석 교수가, 자신의 이력을 더욱 넓고 적절한 영역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그의 활동에 마땅한 쓰임을 찾아주기를 국악타임즈도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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