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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서의 문화예술교육 한마디] 국악 교육 축소 논란에서 드러난 문제점, 근본적으로 국악전공 음악교사 임용 비율 높여 해소해야

“교육과정서 국악 대폭 축소”…‘국악 홀대’ 논란     출처 : KBS 뉴스 (2022.04.23.)

 

 

국악 교육 축소 논란에서 드러난 문제점,

근본적으로 국악전공 음악교사 임용 비율 높여 해소해야

 

한성여중 교사 최은서

 

 

필자는 올해 자원하여 상치 교과목인 음악 수업을 맡고 있다. 음악 선생님과 서로의 전문성에 따라 단원을 나누었고, 국악 단원은 내가 담당하기로 하였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음악 교과서 속 국악 관련 내용을 축소하는 정책이 차분히 재검토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본래 자격증에 표시된 나의 교과목은 과학(생물)이다. 과학 교과는 대학에서 학과에 따라 생물, 물리, 지구과학, 화학 네 분야를 전공한 교사들이 가르치고 있다. 과학이란 교과명으로 통합된 교과서를 가르칠 때도 전공과 유관한 단원을 서로 나누어 가르치곤 한다. 그렇게 수업을 나누면, 교사들이 비교적 번거롭고 힘들어하는 실험 수업을 학생들이 더 자주 경험하게 될 수 있고, 수업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자신이 전공한 내용을 더 자신 있게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악을 전공한 음악 교사는 5% 정도에 불과, 교과서 내용은 40%에 육박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국악 교육 내용의 축소 논란은, 서양음악을 전공한 음악 교사들이 국악을 가르치는 데 부담을 느낀다는 현실에서 비롯되었다. 교과서에는 국악 관련 내용이 전체의 약 40%에 이를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실제 수업에서는 이를 생략하거나 간단히 다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은 성실성과 책임감이 몸에 밴 교사 집단의 특성을 고려할 때, 많은 교사들에게 심리적인 불편함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전국의 음악 교사 중 국악 전공자의 비율은 5% 이내로 추정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음악 교사는 임용시험 과정에서 국악을 공부하고, 교직에 진출한 이후에도 각종 연수를 통해 역량을 개발하려 노력하지만, 학생들에게 국악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흥미롭게 가르칠 만큼의 전문성을 갖추기란 쉽지 않다.

 

한편, 음악 교과서에서 국악의 비중은 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점차 확대되어 왔다. 1955년 제1차 교육과정 당시에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달아 달아 밝은 달아》와 《쾌지나칭칭나네》 단 두 곡만 수록되었지만, 2002년 7차 교육과정 전면 시행 시기에는 26곡으로 늘어났다. 2007 개정 이후 검정교과서 체제가 도입되면서 초등 3·4학년에는 13곡, 5·6학년에는 34곡, 2009 개정에서는 총 91곡,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국악의 비중이 약 37%까지 확대된다.

 

중학교의 경우도 2차 교육과정에서는 국악 비중이 7.0%에 불과했지만, 이후 6차에서 21.2%, 7차에서 32.4%, 2007 개정에서 36.6%로 증가하였고, 2009 개정에서는 46.6%로 최고치를 기록하고, 2015 개정에서는 40.1%로 다소 줄었고, 논란을 겪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악계의 집단적 반발을 불러온 내용은 이렇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시안에서 문제가 되었던 핵심은 국악의 위상이 약화되었다는 점이다. 기존 교육과정에서는 국악이 독립된 학습 요소로 명확히 제시되었으나, 시안에서는 ‘전통 음악 감상’을 ‘다양한 음악 감상’으로 통합하거나, 국악기, 장단, 악곡명 등 구체적인 내용의 제시가 줄어들어 있었다. 또한, 국악의 구체적인 성취기준이 삭제되고, 일반적인 음악 활동 안에서 선택적으로 다루는 방식으로 변경되어 있었다. 결국 이를 도입하면 국악의 학습 영역과 교육 비중이 실질적으로도 감소하게 되고, 음악 교사가 국악 내용을 가르치지 않아도 책임 의식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이 공개되었을 때, 국악계는 깊은 충격과 우려를 드러냈다. 국악이 교과서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존재감이 흐려진 내용이었다. 시안에서는 국악이 성취기준에서 빠지고, 단지 해설 속 부수적인 예시로 언급되었을 뿐이었다. 이는 국악을 실제 수업에서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되는 선택사항처럼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했고, 교육의 정체성과 문화적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였다.

 

이러한 우려는 곧 국악계와 교육 현장의 반발로 이어졌다. 국악 단체들과 음악 교사들, 그리고 교육 연구자들은 목소리를 모아 거리로 나섰다. 청계광장에서 문화제가 열리고, 국회에서는 공청회가 이어졌으며, 여러 매체에 성명서가 발표되었다. 그 움직임 속에서 나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내가 지도하던 국악 수업과 학생들의 반응을 KBS 뉴스 측에 자료화면으로 긴급 제공했고, 그것이 보도에 반영되었다. 작은 일이었지만, 국악 교육을 지키기 위한 그 움직임에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지금도 가슴 속에 뿌듯하게 남아 있다.

 

논란은 결국 교육부가 한발 물러서면서 일단락되었다. 국악의 성취기준은 다시 살아났고, 2015 개정 교육과정 수준의 내용을 유지하는 선에서 조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국악 교육이 그저 교과서에 ‘존재하는 것’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교육활동으로 실천되고 있는가’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크게 느끼게 되었다.

 

12년 교육과정 중 적어도 한 번은 국악 교과서로 가르쳐야 하며,
국악 전공자의 음악 교사 임용 비율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불거진 국악 축소 논란은 단지 교과서 분량 문제를 넘어, 국악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교과서에서 국악의 비중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수업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고, 음악 교사들에게는 부담만 가중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결국 전통 음악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교사만이 국악을 자연스럽게 수업으로 녹여낼 수 있고,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하는 수업을 만들 수 있는 것임을 드러낸 것이다.

 

모든 음악 교사가 국악 수업을 회피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많은 교사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분명 존재했고, 그 무게가 컸기에 교육과정 시안에서 국악을 축소하려는 시도가 필연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언어와 문자가 국어이고, 우리의 역사가 국사이듯, 우리 음악은 국악이다. 국어를 배우고 영어를 배우듯이, 국사를 배우고 세계사를 배우듯이, 국악을 배우고 세계음악과 현대음악을 배워야 한다. 우리 민족은 오랜 시간 우리만의 음악 세계를 발전시켜 왔고, 그 독창성과 예술성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을 정도로 우수하다. 국악 교육은 단지 전통을 계승하는 차원을 넘어, 학생들에게 민족적 자긍심과 문화적 정체성을 심어주는 중요한 교육 과정이다.

 

그렇기에 12년의 공교육 과정 중, 최소한 한 권의 국악 교과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교사가 자신의 전공이나 선호에 따라 국악 단원을 건너뛰는 일이 줄어들고, 국악이 실제 수업 안에서 제대로 다뤄질 수 있다. 한 권의 국악 교과서는 단순한 교재를 넘어, 서양음악을 전공한 교사들이 국악 교육을 준비하는 연수에 참여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 가르쳐야 하니 배우게 되고 그 과정에서 교사도 성장하고 수업도 변화하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음악 교사 선발 구조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과학 교사를 선발할 때 생물, 지구과학, 물리, 화학 등의 전공 비율을 맞추어 뽑는 것처럼, 음악 교과도 국악과 서양음악 전공자를 구분해 선발해야 한다. 지금처럼 서양음악 중심으로 선발이 이루어지는 구조에서는 국악 전공자가 설 자리가 좁을 수밖에 없다.

 

실례로, 지난해 임용시험에 응시한 필자의 지인은 독일에서 첼로로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친 실력자였지만, 최종 피아노 실기시험에서 실수를 해서 탈락했다고 한다. 그러니, 국악 전공자가 이 시험을 통과한다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인 것이다. 지금의 기울어진 음악 교사 선발 구조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국악 교육을 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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