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선&바투무용단 창단 25주년, 30번째 춤판 인시(因時)로 전통과 창작을 잇다
이지선&바투무용단이 창단 25주년을 맞아 오는 9월 30일(화) 오후 7시, 한국문화의집 KOUS에서 제30회 춤판 〈인시[因時] : 시절 인연을 따라 춤으로 피어나다〉를 올린다. 이번 무대는 지난 25년간 전통을 지켜온 여정과 앞으로의 새로운 예술적 인연을 잇는 기념비적 공연으로, 여섯 작품을 통해 한국 춤의 심미적 가치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여섯 작품으로 구성된다. 먼저 〈아박 십字구십步〉는 아박 소리에 맞춰 구십보 크기의 십자 형태 동선 안에서 절제된 움직임을 보여주는 창작무다. 각진 호흡과 직선화된 동선이 특징으로,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형식미를 담아낸다.
이어지는 신작 〈건곤지작화(乾坤之作花)〉는 하늘과 땅의 기운이 만나 꽃을 피워내는 순간을 춤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인간과 자연의 조화, 그리고 삶 속의 희망을 담는다. 전통적 기운과 현대적 해석이 공존하며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서울교방의 전통을 잇는 〈구음검무〉는 권번춤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고제(古制) 검기무를 변용한 춤으로, 현란한 칼춤과 맨손춤, 우아한 한삼춤이 어우러진다. 이번 무대에서는 2인 대무 형식으로 편성되어, 두 인물이 만남과 호감을 나누는 장면을 담아낸다.
국가무형유산 제97호 〈살풀이춤〉은 이지선의 재구성을 통해 갈등과 화해의 미학을 드러낸다. 수건춤 특유의 맺고 푸는 동작이 한과 신명을 교차시키며, 동작의 강약과 흐름 속에서 깊은 인간적 서정을 풀어낸다.
또 다른 창작작품인 〈향진무〉는 미인도의 여인을 모티프로 하여 여인의 발걸음과 내면의 정서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달빛 아래 내비치는 그리움과 아쉬움, 다시 꿈꾸는 외출의 마음을 절제와 우아함 속에서 드러내며, 인간적 유대를 춤으로 형상화한다.
〈교방굿거리춤〉은 진주 교방에서 전승된 굿거리춤에 소고춤이 더해져 형성된 작품으로, 풍류와 해학이 공존하는 춤이다. 즉흥성이 뛰어나며, 신명의 흐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장면을 풀어낸다.
마지막으로 무대를 장식할 작품은 국가무형유산 제27호 〈승무(완판)〉다. 불교적 색채가 강한 독무로, 정중동·동중정의 미학이 잘 드러나는 한국춤의 정수다. 장삼의 화려한 선과 북가락이 어우러져 보는 이의 가슴을 울리며, 결실의 의미로 무대를 맺는다.
이지선 예술감독은 이번 무대를 통해 “춤은 스승과 제자, 관객과 무용수,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인연 속에서 무형의 기운이 예술로 피어나는 과정”이라며, “이번 춤판이 새로운 길을 내딛는 다짐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창단 25주년의 의미를 넘어, 이번 공연은 한국 춤이 지닌 심층적 미학을 다시금 환기하며 관객과 함께 인연의 꽃을 피우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