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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축제] 제66회 한국민속예술제, 전통과 혁신의 공존, 울산쇠부리소리·강릉 농사풀이 농악 대통령상… AI와 아카이브 타워로 새 시대 열다

대통령상, 울산쇠부리소리와 강릉 농사풀이 농악
우인기 감독의 시도, “65년 역사를 현재로 소환하다”

 

제66회 한국민속예술제, 전통과 혁신의 공존, 울산쇠부리소리·강릉 농사풀이 농악 대통령상… AI와 아카이브 타워로 새 시대 열다

 

올해로 66회를 맞은 한국민속예술제가 충북 영동군에서 9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펼쳐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충청북도, 영동군이 주최하고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과 영동군이 주관한 이번 축제는 국내 최장수 민속 경연이자, 한국 민속예술의 현주소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준 자리였다.

 

1958년 첫 회를 시작으로 이어져 온 한국민속예술제는 각 지역의 고유한 민속예술을 보존·전승·활용해온 산 증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무대는 전통의 무게감 위에 현대의 감각을 입혀 새로운 대중과 소통하려는 “혁신의 실험장”으로 변모했다.

 

경연의 정점인 대통령상은 일반부에서 울산쇠부리소리보존회의 울산쇠부리소리, 청소년부에서 강릉농악보존회의 강릉 농사풀이 농악이 차지했다.

 

울산쇠부리소리보존회의 울산쇠부리소리

 

청소년부 강릉농악보존회의 강릉 농사풀이 농악

 

일반부에서는 김천농악단의 김천지신밟기(국무총리상), 보은장안농요·여수 삼동 매구 마당밟기·계족산 무제(문체부 장관상), 의왕두레농악(충북도지사상), 학촌농요(국가유산청장상)가 수상했다. 청소년부에서는 대평중학교의 날뫼북춤(교육부 장관상), 전통예술원 고타야의 하회별신굿탈놀이(문체부 장관상), 은율탈춤(충북도지사상), 강호항공고 농악(국가유산청장상)이 각각 영예를 안았다.

 

울산쇠부리소리보존회의 울산쇠부리소리 공연 장면

 

올해 축제는 무엇보다 우인기 감독의 연출적 시도가 돋보였다. 그는 축제 현장에 ‘아카이브 타워’를 세워 한국민속예술제 65년의 역사를 영상으로 순환 상영하며, 관람객이 한자리에서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더 나아가 AI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세종 시대 악성(樂聖) 박연 선생이 초상화 속에서 나와 대금을 연주하고, 후학들에게 메시지를 전한 뒤 다시 초상화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연출했다. 전통의 상징적 인물을 첨단 기술로 소환한 이 장면은, 관객들에게 “전통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오늘의 감각으로 살아 숨 쉬는 문화”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

 

우 감독은 “민속예술제가 수십 년간 고정된 틀에만 갇혀 있었다.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고자 새로운 시도를 했다”며, “대기실, 휴식 공간, 체험존까지 모두 경연장 안으로 집중시켜 관람객이 압축된 공간 속에서 편안히 전통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취재를 하는 국악타임즈 송혜근 대표와 우인기 감독

 

올해 한국민속예술제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축제의 모델을 보여주었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배영호 이사장은 “참여와 관람에 함께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민속예술과 한국민속예술제가 국민의 관심 속에 한층 더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유튜브를 통해 이번 경연 영상이 공개될 예정이며, 관련 정보는 한국민속예술제 누리집(www.kfaf.or.kr/2025/)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한국민속예술제는 “지속된 전통”이라는 궤도를 넘어 “변화하는 전통”을 선언했다. 아카이브 타워와 AI 연출은 그 자체로 파격적 실험이었지만, 동시에 전통예술의 보편화와 대중화 가능성을 열어 보인 상징적 사건이었다.

 

민속예술의 생명은 과거를 충실히 이어가는 데 있을 뿐 아니라, 오늘의 감각과 만나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 데 있다. 이번 축제가 보여준 시도와 성과는 한국 민속예술이 젊은 세대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는지, 미래의 문화 담론 속에서 어떤 자리매김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