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녘의 탈춤과 음악, 서도삼현육각의 맥을 잇다. 서도삼현육각보존회, 제3회 정기 발표회 성료… 김호석 교수 “전승은 세대 간 공감의 예술”
서도삼현육각보존회(회장 김호석)는 11월 4일 서울 전통공연창작마루 광무대에서 제3회 정기 발표회를 개최했다.
‘북녘의 탈춤 그리고 음악’을 주제로 열린 이번 무대는 황해도와 평안도 일대의 전통 연주음악과 탈춤 반주에 뿌리를 둔 서도삼현육각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전승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되새기는 자리였다.
서도삼현육각의 역사는 조선 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가 평안도 감찰사 부임을 축하하는 부벽루 연회도에 그린 악사들의 모습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국보 제180호로 지정된 이 작품은 당시 연행된 삼현육각의 음악적 풍모를 생생히 보여준다. 또한 혜원 신윤복의 쌍검대무도에 등장하는 악사들 역시 삼현육각의 반주 장면으로 추정되며, 18세기 영정조 시기부터 이 음악이 활발히 연주되었음을 보여준다.
이후 서도삼현육각은 1930년대 황해도와 평안도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성행하며, 오늘날까지 그 맥이 이어지고 있다.
서도삼현육각의 현대적 전승은 강령탈춤 예능보유자 고(故) 박동신 선생으로부터 시작된다. 박동신 선생은 1960년대 봉산탈춤의 반주악사, 1970년대 이후 강령탈춤 반주악사로 활동하며 황해도 지역의 삼현육각 악곡을 완성했다.
그의 제자인 김호석 교수는 1975년부터 박동신 선생에게 사사받으며 서도 피리의 전통을 이어왔다. 1995년에는 미국 워싱턴 주립대학교에서 열린 광복 50주년 기념 초청공연에서 ‘염불도드리’, ‘타령 시나위’, ‘타령', '굿거리’ 등 황해도 피리가락 독주곡을 선보이며 해외에 서도 음악의 미학을 알렸다.
김 교수는 이후 경기대학교와 한예종 전통예술원에서 강의하며 전통음악 전공자들에게 서도풍류를 전승해왔으며, 지난해로 피리 인생 50주년을 맞이했다. “무형유산의 전승은 단순한 보존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 세대가 그 가치를 공감하고 함께 발전시켜 가는 과정”이라는 그의 신념은 이번 무대를 통해 더욱 깊이 전해졌다.
서도삼현육각보존회는 2024년 12월 이북5도청 통일대강당에서 첫 정기 발표회를 시작으로, 2025년 3월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두 번째 발표회를 열었으며, 이번 공연으로 세 번째 정기 무대를 이어갔다.
이번 공연에서는 김호석 교수의 서도대풍류 피리독주를 비롯해 봉산탈춤, 강령탈춤, 은율탈춤이 차례로 선보여졌다. 황해도의 탈춤과 서도삼현육각의 반주가 어우러진 무대는 관객들에게 북녘의 혼과 전통의 생명력을 고스란히 전하며 큰 박수를 받았다.
김호석 교수는 정년 이후에도 서도 삼현육각의 보존과 전승에 앞장서며, 제자들과 함께 이 음악의 본류를 지키는 데 헌신하고 있다.
그는 “전승이란 단순히 옛것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의 생명과 감동을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일”이라며 “앞으로도 후학들과 함께 서도음악의 전통을 새로운 시대의 언어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호석 교수의 피리독주와 서도대풍류 합주는 기자로 하여금 시간이 순식간에 지날 정도의 몰입감을 선사했다. 전승 환경이 결코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오직 전통의 명맥을 잇겠다는 열정 하나로 묵묵히 걸어가는 그의 길은 진정한 예인의 길이었다.
김호석 교수의 쉼 없는 노력과 헌신에 깊은 응원의 마음을 전하며, 그가 이어가는 전승의 길에 더 많은 빛이 함께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