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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동동 촉촉Ⅱ - 김승혜 명무, 스승의 춤길을 잇다... 이명자·임이조·권명화·한혜경 선생께 바치는 춤의 헌정무대

스승에게 바치는 춤의 예(禮), ‘동동 촉촉’으로 피어나다
전통의 맥을 잇는 춤, 스승에서 제자로 이어진 무대
권명화류 소고춤, 국경을 넘어선 흥과 감동의 울림

 

동동 촉촉Ⅱ - 김승혜 명무, 스승의 춤길을 잇다... 이명자·임이조·권명화·한혜경 선생께 바치는 춤의 헌정무대

 

가을 햇살이 한강에 반짝이던 어느 오후, 무용가 김승혜가 두 번째 시리즈 공연 〈동동 촉촉Ⅱ〉로 관객을 맞이했다. 이번 공연은 ‘스승에게 드리는 춤의 예(禮)’라는 주제로, 김승혜가 걸어온 춤 인생의 뿌리를 이루는 네 명의 스승, 고(故) 이명자, 임이조, 권명화, 한혜경 선생에게 바치는 헌정의 무대였다.

 

무대에 오른 김승혜는 먼저 ‘동동 촉촉’이라는 제목에 담긴 뜻을 관객에게 전했다. “사랑하는 가운데 공경하는 마음이 담긴 말입니다. 저에게 춤의 길을 열어주신 네 분의 스승님께 그 마음을 담아 이 무대를 올립니다.”


그는 첫 개인전에 이어 두 번째로 이어진 이번 공연을 “스승에 대한 감사와 제자로서의 예(禮)를 담은 시리즈”라며 “전통춤을 통해 마음의 온기를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공연은 권명화 선생의 대표작 〈고푸리춤〉으로 시작했다. 이어 미국에서 오랜 시간 활동하며 신관철류 수건춤의 맥을 이어온 이영남 선생이 〈산조춤〉을 선보였다. 대구살풀이춤 이수자들의 〈입춤〉, 서울교방 김혜윤의 〈김경란류 구음검무〉, 그리고 김승혜의 〈소고춤〉이 차례로 이어지며 전통의 결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마지막으로 신근철 선생의 〈설장고춤〉이 폭발적인 리듬감으로 공연을 마무리하며 객석을 열광의 도가니로 이끌었다.

 

김승애 명무의 <태평무>

 

이영남 선생의 〈산조춤〉

 

김혜윤의 〈김경란류 구음검무〉


각 무대는 스승에서 제자로, 다시 후배 예인으로 이어지는 한국 전통춤의 계보를 한눈에 보여주는 장이었다. 김승혜는 “한 땀 한 땀 걸어온 춤의 길 위에 늘 스승의 사랑이 있었다”며 “그분들께서 남겨주신 춤의 숨결을 제 몸으로 이어가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승혜 명무의 권명화류 소고춤은 날아갈 듯 경쾌하고도 가벼웠다. 엇박의 절묘한 조화가 객석을 들썩이게 하며 관객들의 어깨에 자연스레 흥이 묻어났다.
기자는 공연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이 무대가 만약 유럽의 한 극장에서 펼쳐진다면, 외국 관객들도 같은 감동을 느끼지 않을까.” 그만큼 김승혜의 춤은 언어를 초월한 보편적 울림을 지니고 있었다.

 

김승혜 명무의 권명화류 소고춤


모처럼 소극장에서 호흡을 함께한 공연을 뒤로하며 돌아서는 길, 기자의 어깨 또한 여전히 리듬에 맞춰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동동 촉촉Ⅱ〉는 김승혜 명무의 스승의 예맥을 ‘존경과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승화시키며, 전통춤이 지닌 정신적 깊이와 현대적 감수성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앞으로도 동동 촉촉 시리즈가 한국 전통무용의 정수를 세계에 알리는 대표적 무대로 성장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