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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서울잡가 이수자 이은희, 제7회 정기발표회… 서울 잡가의 깊이와 품격을 펼친 무대

서울잡가 1호 이수자가 선보인 서울잡가의 뿌리와 품격을 한 무대에 담다
해학이 살아 있는 잡잡가부터 축원의 비나리까지, 다채로운 서울잡가의 흐름

 

서울잡가 이수자 이은희, 제7회 정기발표회… 서울 잡가의 깊이와 품격을 펼친 무대

 

서울잡가 이수자 이은희가 제7회 정기발표회를 통해 서울 소리의 정수(精髓)를 무대 위에 온전히 펼쳐냈다. 경기 12잡가를 중심으로 휘몰이잡가, 잡잡가, 선소리 산타령, 비나리까지 폭넓은 소리를 아우른 이번 공연은 서울잡가가 간직한 장르적 스펙트럼과 깊이를 다시금 확인하게 한 자리였다.

 

서울잡가는 서울 12잡가, 선소리 산타령, 휘몰이잡가, 잡잡가 등 서울 지역 소리꾼들이 불러왔던 노래들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서울시는 이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며 명칭을 정비했다. 이 가운데 서울잡가 최초 1호 이수자가 바로 이은희 이수자다.

 

국가무형문화재가 12곡 혹은 5곡 정도의 지정곡을 익히는 것과 달리, 서울잡가는 36곡 이상의 방대한 레퍼토리를 완창할 수 있어야 하는 고난도의 전승 분야로, 이은희 이수자의 꾸준한 노력과 성취는 많은 동학(同學) 예술인들의 응원을 받아왔다. 동료 예술인들은 무대에서 이은희의 노고에 깊은 찬사를 보냈다.

 

 

이날 공연은 경기 12잡가의 세밀한 발성과 장대한 사설로 문을 열고, 빠른 말맛과 장단을 살려낸 ‘만학천봉’ 등 휘몰이잡가로 흐름을 이어 갔다. 이어서 등장한 ‘범벅타령’은 이날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잡잡가 특유의 해학에 약간의 연기와 능청스러운 퍼포먼스를 더해 본신랑과 새신랑 사이를 오가는 조선 시대 ‘스캔들’을 코믹하게 풀어내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가창과 퍼포먼스를 결합한 신선한 구성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한 출연진들의 참여도 돋보였다. 국가무형유산 선소리산타령 전승교육사 최숙희, 휘모리잡가 이수자 노경미, 선소리산타령 우수 이수자 조효녀가 함께해 무대를 채웠으며, 각자의 전승 장단, 창법을 살린 소리는 공연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또한 이날 특별공연으로 펼쳐진 이향숙의 검무(劍舞)는 단아하고 강직한 아름다움으로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당상관 이상만이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는 고급 공연 예술이 오늘의 무대로 되살아나며, 검무 특유의 절제된 움직임과 강렬한 응축미가 무대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노수환 명인의 설장구는 풍부한 볼거리와 절도 있는 장단으로 강렬한 무대를 선보였고, 성수현 한국풀피리협회 대표는 화분을 무대에 올려놓고 즉석에서 이파리를 따 풀피리를 연주하며 관객의 놀라움과 환호를 이끌어냈다. 풀 한 장에 깃든 맑은 음색은 공연장을 밝히며 이날 무대의 가장 특별한 순간 중 하나를 만들었다.

 

성수현 한국풀피리협회 대표, 이향숙의 검무, 노수환 명인의 설장구

 

후반부를 장식한 비나리에서는 이은희 이수자가 관객들을 향한 축원의 마음을 담아 가락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사회자 유대용 교수는 “좋게 보면 꽃 아닌 것이 없고, 나쁘게 보면 잡초 아닌 것이 없다”는 말로 관객의 삶을 응원하며, “아이돌 공연이 아닌 전통공연을 보러 이 시간에 와주신 여러분은 평소보다 열 살은 더 젊게 사는 분들”이라고 따뜻한 격려를 전했다. 이어 “이 비나리를 들은 만큼 오늘 로또 한 장씩 사시라”는 유쾌한 농담도 덧붙여 공연장은 웃음으로 물들었다.

 

서울잡가 이수자 이은희의 제7회 정기발표회는 전통과 현대의 감각을 넘나들며 서울잡가의 폭넓은 매력을 보여준 시간이자, 전승자로서의 묵직한 책임감과 예술적 성취가 고스란히 드러난 무대였다. 서울잡가가 품은 풍성한 문화적 가치와 이은희 이수자의 진정성이 어우러진 이날 공연은, 서울잡가가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과 호흡하게 될 가능성을 기대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