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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국립무용단 ‘거장의 숨결’, 한국무용의 맥을 잇는 장인의 춤사위

조흥동·배정혜·김현자·국수호, 한국무용의 정신과 호흡을 무대에

 

국립무용단 ‘거장의 숨결’, 한국무용의 맥을 잇는 장인의 춤사위

 

한국무용의 정수와 맥을 한 자리에 모은 무대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펼쳐진다. 국립무용단이 선보이는 ‘거장의 숨결’은 한국무용계를 지탱해 온 거장 안무가 네 명의 작품을 더블빌 형식으로 재구성하여, 우리 춤이 지닌 깊은 정신성과 미학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다. 이 공연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우리 춤의 근간을 구성한 사유와 리듬, 몸의 철학을 오늘의 무대언어로 되살리는 작업이다.

 

먼저 <거장의 숨결 I>에서는 배정혜의 ‘Soul, 해바라기’와 국수호의 ‘티벳의 하늘’이 펼쳐진다. ‘Soul, 해바라기’는 전통살풀이의 정서를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작품으로, 한국 춤이 지닌 정념과 해원의 미학을 몸짓으로 구현한다. 깊은 장단의 호흡, 상하·좌우로 흐르는 선의 유연함, 한 번의 회오리로 응축되는 정서의 폭발이 인상적이다.

 

이어지는 ‘티벳의 하늘’은 국수호 특유의 동양적 사유가 담긴 작품으로, 몸의 움직임을 통해 탄생·죽음·환생이라는 순환적 세계관을 제시한다. 절제된 군무와 강약의 대비는 한국무용의 치밀한 구조와 장단의 논리를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한다.

 

<거장의 숨결 Ⅱ>에서는 김현자의 ‘매화를 바라보다’와 조흥동의 신작 ‘바람의 시간’이 무대에 오른다. ‘매화를 바라보다’는 여백의 미를 살린 무대와 가야금산조의 깊은 음색이 어우러져, 한국무용의 고유한 정중동의 미학을 극대화한다. 무용수의 호흡은 마치 수묵화의 농담처럼 무대 전체에 퍼지며, 매화의 고결한 정신을 몸으로 형상화한다.

 

조흥동의 ‘바람의 시간’은 한국 남성춤의 장단과 기품을 현대적 해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절제와 기개, 그리고 내면의 단단함을 몸의 중심축을 따라 뚜렷하게 드러내며, 전통과 현대가 맞닿는 새로운 문법을 제시한다.

 

국립무용단은 이번 공연과 함께 오픈리허설, 심포지엄을 마련하여 한국무용의 정체성과 미래 방향을 관객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거장의 숨결’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한국무용의 근본 사유와 역사적 흐름을 다시 읽어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