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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완창 판소리 박애리의 심청가(강산제)

 

완창 판소리 박애리의 심청가(강산제)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심봉사가 점심을 얻어먹을 요량으로 찧던 방아소리가 아직도 귓전을 맴돈다. 박애리의 중중모리에서 자진모리로 이어진 방아소리, 발림, 손동작에 관객이 따라 부른 떼창의 열기가 귀가 후에도 식지 않는다. 오후 3시에 시작하여 저녁 8시까지 약 5시간의 완창이었지만, 희열 속에 빨려들어 시간의 흐름을 잊은 채 심청가 완창이 끝을 맺으니 지나간 시간이었다.

 

2026년 3월 7일 오후3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완창 판소리 박애리의 심청가(강산제)는 아픔과 슬픔이 있었고 해학과 기쁨이 넘쳐났으며, 관객의 만족과 행복으로 가득 찼다. 박애리의 소리는 맑고 깨끗했으며 맛있게 익었다. 아홉 살에 판소리에 입문하여 오십을 맞은 소리가 심청가의 흐름 따라 편안하게 오르내리며 흘렀고, 지치지 않고 쏟아내는 음률은 한결같은 폭포수였다. 소리와 같이 춤추는 발림은 소리에 입체감을 불러일으켰고 생동감을 보여주는 춤이었다.

 

‘강산제’는 판소리 중 섬진강 서쪽 지방인 광주·나주·보성 등의 곱고 애절한 소리인 서편제 창시자 박유전이 말년에 전남 보성군 웅치면 강산리(江山里)에서 살면서, 서편제에 맑고 씩씩한 우조(羽調) 맛을 입힌 소리가 정재근-정응민-성우향에게 전해지며 서편제의 한 갈래가 되었다. 비장한 대목이 많고 예술성이 뛰어난 ‘심청가’가 대표적이다. 이 심청가가 섬세한 감성과 깊이 있는 성음의 박애리 소리로 거대한 파도가 되어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627석 전체를 덮어버렸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는 1984년 시작하여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100명 이상의 명창이 무대에서 고수의 북장단 하나에 소리를 실어 판소리 한바탕을 완창하며, 판소리의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숨결의 현장으로 이 자체가 판소리의 역사이다. 이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판소리꾼의 자존심이며 영광이다. 박애리의 심청가는 이 무대를 뛰어난 음악적 형식미와 절제된 방식의 아정한 감정 표현으로 청아하게 밀고 들어와, 관객의 마음을 훔치고 또 하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세파의 흐름에 젖어 기교가 넘쳐나는 소리가 아닌, 몸 전체로 부르는 소리가 국가무형유산 판소리고법 예능보유자(인간문화재)김청만·국립창극단 기악부 전계열·전주 전국고수대회 대통령상 수상 이태백, 세 고수 각각의 ‘소리를 이끌고가는 장단, 소리를 따라가는 장단, 소리의 흥에 겨운 장단’ 박자 위에서 아름답고 화려하게 너울거리며 관객의 숨소리를 멈추게 했고, 뜨거운 박수는 끊이지 않았으며 “얼씨구·좋다·잘한다” 추임새는 때를 놓칠까 쉼 없이 쏟아졌다.

 

국립창극단 배우로 갈고닦은 연극적 표현력과 순간순간에 보여준 해학과 위트는 관객의 귀를 파고드는 소리의 아름다움에 눈으로 보는 즐거움을 더해, 살아있는 소리에 생생한 현장감을 살려내며 더욱더 풍요로운 ‘심청가’ 한 폭의 그림을 펼쳐보는 ‘심청가’로 행복 가득한 심연으로 빨아들였다.

 

공연 한 달 전 좌석이 마감되어 백방으로 노력하여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소중한 자리가 이렇게 값진 시간이 되어, 감정 표현을 넘치게 하여도 부족한 감동의 ‘박애리 심청가 완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