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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절창 Ⅵ

 

절창 Ⅵ

 

절창(絶唱)은 노래를 뛰어나게 잘 부른다는 뜻이다. 2021년 국립창극단에서 우리 소리의 미래를 짊어질 20~40대 최고의 젊은 소리꾼을 발탁하여 판소리와 창극의 묘미를 함께 즐기며 행복을 나누는 새로운 형태의 공연 ‘절창’을 탄생시켰다. 전통 판소리에다 현대적 감각과 참신한 구성을 바탕으로 무대를 꾸미고 소리꾼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며 관객과 더 가까이 다가가 함께 호흡하고 즐기며 행복을 누리는 공연이다.

 

2021년 < 절창Ⅰ> 국립창극단 김준수·유태평양/ 2022년 < 절창Ⅱ> 국립창극단 민은경·이소연/ 2023년 < 절창Ⅲ > 이날치 국악밴드 소리꾼 안이호·국립창극단 이광복/ 2024년 <절창 IV> 국립창극단 조유아·김수인/ 2025년 <절창Ⅴ> 국립창극단 왕윤정·국악그룹 우리소리 바라지 소리꾼 김율희/ 매년 한 작품을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 올렸다.

 

2026년 4월 24일(금) 저녁 7시 30분과 25일(토) 오후 3시, 두 차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오른 국립창극단 남창 최호성과 여창 김우정의 < 절창Ⅵ >은 지극한 효심의 심청가를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모든 인간의 혼을 달래는 상징으로 재해석했다.

 

판소리는 일 고수, 이 소리꾼, 두 사람이 소리꾼의 소리로 관객을 감동하게 하는 우리 전통 판굿이다. 절창은 이 판소리를 현대 감각에 맞게 실내무대에 올려 미술·음악·영상·빛·조명·음향·의상·분장 등과 어우러져 표현한 종합예술이었다.

 

1막 도화동과 심청의 집, 2막 심청의 인당수 여정으로 나누어 내용을 듬성듬성 추려 100여 분으로 압축 각색하였다. 심청가의 다양한 캐릭터를 최호성의 강한 개성과 존재감, 김우정의 내면 연기와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관객의 마음속 깊이 희열과 행복을 가득 채워주었다,

 

전계열(고수), 최영훈(거문고), 임이환(첼로), 생황·피리·태평소 등 관악기(오초롱), 철현금·운라· 바라·큰북 등 타악(한솔잎)의 악기 연주는 소리와 하나 되어 소리가 악기의 선율에서 춤을 추고, 악기의 울음을 소리가 감싸며 절묘한 화음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배뱅이굿 인간문화재 박정욱이 디자인한 최호성의 파란 바지저고리에 고동색 두루마기, 김우정의 노랑 치마에 녹색 두루마기는 현대감각의 독특한 한복 의상으로 바다·나무·꽃을 연상하게 하였다. 소리와 몸짓 따라 날갯짓하듯 춤추며 극의 흐름과 감각을 살려 무대를 돋보이게 하였다.

 

어둠이 깔린 무대 뒷면에 커다란 스크린이 펼쳐있고 중앙에 지름 10여 미터 크기의 둥근 반사경 거울이 자리 잡고 테두리는 다양한 색깔의 조명이 들어오는 선이 둘려있다. 위쪽에 타원을 그리며 거문고·첼로·관악기·타악기·북과 장구가 자리 잡았다. 무대 구성만으로도 기대와 관심을 끌어 올리며 설레게 했다.

 

어둠 속에서 첼로의 부드럽고 감정적인 웅장함이 조용히 무대를 감싸고 김우정의 구음이 관객의 마음을 흡입하며 신비로운 무대가 열렸다. “꽃들도 많고 많다. 팔월 피는 군자연, 가을마당의 홍련화” 심청가에서 황후를 잃은 황제가 슬픔을 달래며 화초를 감상하는 장면의 ‘화초타령’을 최호성과 김우정이 주고받는 소리로 목을 풀어내며 “화초타령 – 심청탄생 – 곽씨죽음 - 화주승 – 남경장사 – 뺑덕 – 행선 길 – 인당수” 일곱 대목 구성 심청가 속으로 관객을 끌어당겼다.

 

소리를 환희와 희열 속에 담아 판소리 창극인지, 국악 풍 희극 뮤지컬인지, 혼돈과 열기로 뒤덮고 즉흥성과 재치가 넘치는 소리 놀이로 객석을 웃음과 즐거움으로 가득 채운 ‘심청 탄생부터 뺑덕까지’의 도화동과 심청의 집 1막이 이어졌다. 젊은 소리꾼의 최고의 소리를 기대하며 찾아온 관객에게는 ‘판소리의 시대 흐름의 변화인가?’ 하고 궁금증마저 자아내게 했다. ‘행선 길과 인당수 여정’의 2막은 궁금증을 자아내던 관객마저 “ 얼씨구·좋다· 잘한다 ” 감탄과 흥분의 추임새를 터트리게 하며 판소리 참 맛을 선물했다.

 

따뜻하면서도 깨끗하며 살짝 덜 익은 듯한 싱그러움이 넘치는 김우정의 아기자기한 성음의 변화를 더한 풍부한 감정표현은 관객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기쁨과 환희로 가득 채워주었다. 쇳소리처럼 차갑고 칼칼하며 우렁차고 묵직한 최호성의 소리는 한편의 연극무대 주인공의 카리스마처럼 무대를 이끌고 생동감이 살아 움직이며 신선한 감동을 전해 주었다.

 

혼성 듀오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소리도, 아니리도, 발림도, 척척 호흡을 맞춰가며 능청스러운 몸짓을 섞어 각자의 재간을 뽐내면서 공연 내내 관객을 사로잡아버린 최호성과 김우정은 판소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찬란한 보석이었다.

 

‘직접 대본을 쓰고 구성을 한 남인우’ 연출가는 대단한 천재였다. 누가 연출하는가에 따라 작품의 가치가 얼마나 상승하는가를 실감 나게 보여주었다. 많을 때는 매주 1회 이상 국악 무대를 찾은 수십 년 동안 ‘고맙다’ 표현할 수 있는 연출가 중 한 분으로 커다란 기쁨과 행복의 감동을 주었다.

 

판소리가 소리판이 아닌 현대 무대에 오르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무대를 꾸미고, 음악을 배치하고, 빛과 조명과 하나가 되어야 하는지, 음향·미술 활용의 중요성이 무엇인지, 이 속에서 소리꾼의 세밀한 움직임까지도 놓치지 않아 놀라움과 감탄사가 절로 터졌다. 이러한 연결 고리를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으로 이어낸 ‘이향하’ 판소리터그(pansori-turg)의 솜씨에 감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