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관현악단, ‘어쿠스틱’으로 국악관현악의 본질적 울림을 묻다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전속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겸 단장 채치성)이 오는 8월 23일(토)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관현악시리즈Ⅰ <어쿠스틱>을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확성 장비를 배제한 순수 어쿠스틱 방식으로 국악관현악의 본질적 울림과 소리의 깊이를 실험하는 자리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서양 오케스트라 형식의 단순한 모방을 넘어, 국악기 고유의 울림과 음향적 구조를 고려한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악기와 연주자의 배치, 소리의 방향성 등을 새롭게 구성해 국악관현악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이번 공연은, 국악기 본연의 음색과 여백의 미를 온전히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 공연장 환경에서는 국악기의 섬세한 소리가 완벽히 전달되지 못하는 한계로 인해, 음향 확성 장비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확성이 국악기의 고유한 감성과 미세한 진동을 평면화시킨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올해 초부터 음향 전문가, 작곡가, 지휘자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구성, 수차례 음향 실험을 통해 국악관현악 특유의 깊이를 극대화할 방법을 모색해왔다.
이번 <어쿠스틱> 공연은 동일한 두 연주곡을 1부와 2부에서 악기 배치와 반사판 위치를 바꿔가며 연주함으로써, 같은 곡이 공간과 배치에 따라 어떻게 다른 울림을 만드는지를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특히 공연 중 30분간의 인터미션 동안 관객들은 QR코드를 통해 공연 리뷰 전용 웹페이지에 접속해 좌석에서 들은 소리에 대한 감상을 남기고, 이는 실시간으로 LED 패널을 통해 공유되는 이색적인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공연에서 연주될 곡은 최지혜 작곡의 메나리토리에 의한 국악관현악 ‘감정의 집’과 박명훈 작곡가의 위촉 신작 ‘시선(視線)’이다. ‘감정의 집’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국악기의 전통적 음색과 동시대적 감수성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작품이다. 반면, ‘시선(視線)’은 ‘시선’을 인식과 감정, 반응이 얽힌 감각으로 해석하여, 국악기의 울림이 공간을 따라 이동하고 반사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신작이다.
지휘는 국립국악관현악단과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최수열이 맡아, 국악관현악의 음향적 특성과 공간 구조에 대한 깊은 고민을 무대 위에서 풀어낸다. 위촉 작곡가 박명훈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상주작곡가로 활동하며 자연 현상과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은 섬세한 작곡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번 작품에서도 해오름극장의 공간 구조를 적극 활용한 입체적 소리의 움직임을 구현할 예정이다.
관현악의 원형적 울림을 찾기 위한 이번 공연은 국악관현악의 미래적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실험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매 및 문의는 국립극장 홈페이지(www.ntok.go.kr) 또는 전화(02-2280-4114)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