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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후의 49일, 무용으로 만나는 내세의 여정

국립무용단 ‘사자의 서’ 재공연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 위, 커다란 흰 공간이 분절되고 회전하며 시공간의 문을 연다. 무용수들이 죽음을 애도하는 군무로 무대를 채우자, 관객석은 금세 제의의 현장으로 빨려 들어간다. 국립무용단이 오는 9월 17일부터 20일까지 선보이는 ‘사자의 서’는 죽음 이후 망자가 겪는 49일간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2024년 초연 당시 매진을 기록한 이 작품은 관객들의 재공연 요청에 힘입어 한층 압축된 구성으로 돌아왔다. 초연에서 2명의 남성 무용수가 맡았던 망자 역할은 이번 무대에서 성별을 초월해 5명의 주역 무용수들이 나눠 맡는다. 장현수, 조용진, 김미애, 박소영, 이태웅은 각기 다른 신체 언어와 감정으로 망자를 해석하며 관객들에게 다층적 감각을 던진다.

 

1장 ‘의식의 바다’에서 죽음은 애도의 춤으로 맞이되고, 2장 ‘상념의 바다’에서는 삶의 파편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마지막 3장 ‘고요의 바다’는 삶과 죽음의 순환을 반복적 움직임으로 전하며, 끝내 위로와 성찰로 나아간다. 무대는 흰색 벽과 바닥이 장면에 따라 갈라지고 회전하며 초현실적 풍경을 구현한다.

 

음악은 무용수의 호흡과 긴밀하게 맞물린다. 거문고의 울림과 전자음이 교차하고, 북소리는 저승의 강을 건너는 망자의 발걸음을 묘사한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사운드는 관객에게 현실을 넘어선 감각을 열어준다.

 

무대 밖에서도 관객과의 만남은 이어진다. 국립무용단은 오픈 클래스와 리허설을 통해 작품의 일부를 체험할 기회를 마련했다. 공연 전부터 이어지는 참여형 프로그램은 ‘사자의 서’를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하나의 체험으로 확장한다.

 

죽음 이후의 세계를 춤으로 마주하는 시간, 관객은 저마다의 삶을 되돌아보며 극장을 나서게 된다. ‘사자의 서’는 단순한 공연이 아닌, 죽음과 삶을 묻는 철학적 여정의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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