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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공연] 잇다, 이어 받아 전해주다 - 살풀이춤 보유자 故 수당 정명숙의 춤향기 - 안정욱의 춤, 열다섯 번째 이야기 <헌정공연>

10월 13일, 20일, 27일 / 11월 3일 오후 5시, 7시30분
대학로 성균소극장

 

잇다, 이어 받아 전해주다 - 살풀이춤 보유자 故 수당 정명숙의 춤향기 - 안정욱의 춤, 열다섯 번째 이야기 <헌정공연>

 

살풀이춤 보유자 故 수당 정명숙 선생의 춤을 기리는 헌정무대가 오는 10월과 11월, 대학로 성균소극장에서 열린다. 안정욱아리랑예술단이 주최하고 구슬주머니가 주관하는 이번 공연은 ‘잇다...이어 받아 전해주다’라는 주제 아래, 스승이 남긴 예술의 향기와 생의 숨결을 제자들의 몸짓으로 되살리는 의미 깊은 시간이다.

 

안정욱의 춤 여정 가운데 열다섯 번째 이야기로 마련된 이번 헌정공연은 ‘전승의 미학’을 담은 무대다.

 

“춤은 움직임이 아니라 기억이다” - 스승에게 바치는 헌화의 춤

 

“저는 생명을 주신 아버지와 몸을 주신 어머니, 그리고 춤을 주신 어머니… 이렇게 한 아버지와 두 어머니를 품은 아주 행복한 사람입니다.” 안정욱은 이번 무대에 부여된 마음의 빚을 이렇게 고백한다.

 

故 수당 정명숙 선생과 안정욱 명무

 

그에게 춤은 단순한 기술이나 형식이 아닌, 삶의 근원과 이어진 기억의 행위다. 그 기억은 스승의 숨결 속에서 피어나고, 제자의 몸을 통해 다시 생명을 얻는다.

 

“춤은 움직임이 아니라 기억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손끝과 발끝에서 시작된 숨결이 부디 제 몸에 이어지길 간절히 원합니다. 춤이 기억이 되고, 그 기억이 다시 춤으로 이어지는… 저는 그렇게 춤에 빚을 지며,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그의 이 말은 이번 공연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처럼 들린다. ‘잇다’라는 주제는 단지 무형의 전승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이 또 다른 생의 세계와 맞닿는 진심의 다리이기도 하다.

 

수당 정명숙, 예인의 향기로 남은 이름

 

1935년 전남에서 태어난 정명숙(秀堂 鄭明淑) 선생은 한국 전통무용계의 대표적 예인이자, 국가무형유산 살풀이춤 보유자로 평생을 전통의 맥을 지켜온 인물이다. 그녀의 춤은 남도의 무속적 정서와 교방춤의 품격, 그리고 승무의 절제를 동시에 품은 것이 특징이었다.

 

선생은 “춤이란 춤을 추는 이에 따라 각기 다른 향기를 낸다”고 말하곤 했다. 그 향기는 그녀의 제자들에게 오롯이 스며들어, 각자의 무대에서 다시 피어나고 있다.

 

故 수당 정명숙 선생

 

그녀의 살풀이춤은 흰 수건 끝에 생의 희로애락을 실어 보내는 기도의 춤이었고, 승무에서는 불교적 엄숙함 속에 인간의 구도적 내면을 표현했다. 교방무와 장고춤에서는 여성적 우아함과 절제된 품격이 공존했으며, 무당춤과 산조춤에서는 생의 원형적 에너지와 신명을 해석하는 예술로 승화되었다.

 

정명숙의 춤은 늘 ‘삶을 품은 예술’이었다. 그녀의 손끝과 시선, 그리고 무대에 머무는 정적의 순간은 단지 안무의 완성이 아닌 한 인간이 예술로써 존재의 진심을 고백하는 언어였다.

 

“단화몽, 꿈속의 붉은 꽃으로 피다” - 제자들의 헌정무대

 

‘夢中花(몽중화)’, 즉 ‘꿈속의 붉은 꽃’이라는 부제 아래 진행되는 이번 무대는 스승의 삶과 예술혼을 기리기 위한 제자들의 헌정이다.

 

안정욱을 비롯한 제자들과 교육생들은 각자의 기억 속에 남은 스승의 춤을 되새기며, 살풀이춤·승무·입춤·교방무·무당춤·장고춤·산조춤 등 일곱 갈래의 무대로 스승이 전한 향기와 기운을 오늘의 몸짓으로 피워낸다.

 

공연은 10월 13일을 시작으로 11월 3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열린다. 한국전통춤협회 수석부이사장인 양종승 박사와 김지연 이상댄스 대표가 사회를 맡으며, 우한웅, 은혜량 살풀이춤 이수자와 김순정, 김지연, 박지혜, 배정운, 신유나, 안정욱, 양인주, 유주희, 정현정, 한금례, 한나연, 홍성진 살풀이춤 전수자들과 교육생들이 함께 한다.

 

특히 마지막 회차는 후학 무용수들의 헌무(獻舞)로 마무리되며, 스승에게 바치는 ‘춤의 헌화’로써 진정한 전승의 의미를 새긴다.

 

“잇다” - 기억을 이어 미래로

 

이번 공연은 전통이 오늘의 몸을 거쳐 내일로 이어지는 ‘살아 있는 전승’의 현장이다. 살풀이의 절제된 선에서부터 교방무의 품격, 승무의 기도, 무당춤의 신명에 이르기까지, 각 무대는 스승이 남긴 ‘춤의 언어’를 새로운 세대의 감성과 해석으로 잇는 시도다.

 

丹花 안정욱은 국가무형유산 살풀이춤 전수자이자 안정욱아리랑예술단 대표로, 전통춤의 전승과 교육에 헌신해온 무용가이다. 성균관대학교 체육학 박사 출신으로, 여러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제33회 땅끝해남전국국악경연대회 대통령상, 제8회 인천전국국악대제전 국회의장상 등 주요 대회에서 수상했다.

 

안정욱은 공연을 준비하며 이렇게 고백한다.

 

“춤이 기억이 되고, 그 기억이 다시 춤으로 이어지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저만의 향기를 바르게 잘 만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많은 제자들이 한곳에 모여 선생님의 춤을 춥니다.
이 많은 제자들의 여러 향기에 선생님께서 한껏 예쁘게 웃으셨음 좋겠습니다.”

 

그의 말처럼 이번 무대는 스승의 숨결을 품은 제자들의 삶이자, 기억이 전통이 되는 순간의 기록이다. 그 향기로운 춤의 여운은, 오래도록 한국무용의 가슴속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