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란류 권번춤 예맥: 반월(弁月) - 전통의 숨결로 치유와 회복을 노래하다
서울교방(대표 김경란)이 전통춤의 정수와 현대적 감성을 잇는 새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오는 11월 15일(토) 오후 4시,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김경란류 권번춤 예맥: 반월(弁月)〉은 오랜 시간 이어온 전통의 형식 속에 인간의 회복과 치유의 의미를 담은 무대로, 전통예술이 지닌 따뜻한 생명력을 일깨운다.
이번 공연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하고,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과 서울교방이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다.
‘반월(弁月)’은 “반쯤 찬 달처럼 고요하지만 진실한 빛으로 가득한 상태”를 뜻한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 시기 사회적 예술운동에 참여하며 예술의 공공적 역할을 체험한 김경란은, 이후 ‘춤을 통한 회복과 치유’를 예술적 화두로 삼았다.
그에게 춤은 단순히 미적 표현이 아니라, 상처 입은 마음을 어루만지고 다시 일어서는 인간의 회복력(리질리언스)을 구현하는 행위이다. 이번 무대에서 김경란은 전통춤의 미학을 바탕으로, 개인의 내면과 공동체의 상처를 함께 치유하는 예술의 힘을 보여준다. 그는 “춤은 세대를 잇고 사람을 연결하며, 마음을 회복시키는 살아 있는 예술”이라며 이번 작품의 의미를 밝혔다.
서울교방 대표이자 예술감독인 김경란은 경남무형유산 〈진주교방굿거리춤〉 이수자로, 한국 전통춤의 정통성과 현대적 감각을 동시에 지닌 무용가이다. 1991년부터 김수악 명인의 문하에서 춤을 배우며 본격적인 예술의 길에 들어섰고, 조갑녀와 장금도 명인에게서 <민살풀이>를 익혔다. 2002년에는 경남무형유산 〈진주교방굿거리춤〉 이수자로 활동을 시작하여 권번춤의 예맥 복원과 재창작에 헌신해왔다.
그녀는 2010년, 전통춤의 동인단체 ‘서울교방’을 창립하고 약 70명의 무용인과 함께 권번춤의 전승과 재창조에 힘쓰고 있다. 김경란의 예술세계는 시대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깊은 통찰에서 출발한다. ‘춤49재’, ‘논개별곡’, ‘초무’ 등 대표작들은 여성의 내면과 시대적 상처, 공동체의 기억을 춤으로 엮어내며 관객에게 ‘예술의 회복력’을 체험하게 한다.
서울교방은 조선시대 예능인 교육기관이었던 ‘교방청(敎坊廳)’의 정신을 계승한 전통예술 단체로, 2010년 김경란을 중심으로 창립되었다. 서울교방의 무용인들은 교방춤과 권번춤, 민살풀이, 굿거리춤 등 전통춤의 원형을 보존하면서도, 이를 현대 무대예술과 결합해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김경란 대표는 “교방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도시와 여성의 정서를 담은 예술의 장(場)”이라 말하며, 전통춤의 현대적 변용을 통해 세대 간의 소통을 시도한다. 서울교방은 그동안 〈초무〉, 〈구음검무〉, 〈논개별곡〉, 〈춤49재〉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권번춤의 예술성과 미학을 체계적으로 복원·발전시켜왔다. 또한 차세대 무용인들에게 창의적 교육을 이어가며, 전통춤이 시대를 넘어 세계로 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통의 형식미와 인간의 정서가 교차한다.
초무(Chomu) — 여무(女舞)의 단아함을 사계절의 흐름으로 표현하며, 한 폭의 화조도처럼 전통의 아름다움을 열어가는 개막무.

구음검무(Gueum Geommu) — 권번춤 중 가장 오래된 고제(古制) 검무의 재해석으로, 맨손춤의 유연함과 검무의 기개가 어우러진 2인무.
논개별곡(Nongae Beolgok) — 의기 논개의 생애를 상징적으로 풀어낸 5인무로, 여성의 절개와 고결함을 시나위의 선율로 담아낸다.

교방굿거리춤(Gyogang Gutgeori-chum) — 김수악제 진주교방춤을 김경란의 해석으로 재창작한 작품으로, 민속춤의 신명과 해학이 자연스럽게 발현된다.
춤49재: 잠들지 못하는 영혼들에게(Chum 49 Jae) — 시대의 희생자들에게 바치는 진혼무(鎭魂舞). 김경란의 독무 〈승무〉를 여섯 명의 무용수가 이어받아, 회심의 춤으로 승화시킨다.

동편제 & 서편제 민살풀이춤(Dongpyeon-je & Seopheon-je Minsalpuri-chum) — 판소리의 두 유파가 교차하는 슬픔의 미학으로, 무념과 정화의 순간을 완성한다.

김경란과 서울교방은 이번 무대를 통해 전통춤이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고, 세대와 세대, 개인과 공동체를 잇는 회복의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의 춤은 느리고 단단하며, 조용하지만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