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로 웃음과 즐거움이 가득한 돈지논배미 축제
“돈지논배미축제”, 돈지(墩地)는 전라남도 진도군 의신면 돈지리 마을 이름이다. 평지보다 높은 평평한 땅에 세워진 보루(堡壘)라는 뜻으로 돈대가 있어 생긴 지명을 가진 농촌 마을이다. 논배미는 논두렁으로 둘러싸인 논의 하나하나의 구역을 말한다. 매년 11월 첫째 주 토요일 저녁 전야제를 시작으로 다음 날 일요일까지 37회 이어온 마을 잔치이다.
농촌의 한 마을에서 가을걷이를 끝낸 후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고 타향에서 고향을 찾아온 향우들과 온 마을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마을의 화합과 안녕을 빌며 한 해 농사의 풍요를 즐기는 농경문화 축제이다, 이름부터 “돈지논배미축제”로 ‘논배미‘라는 단어가 들어가 서정적 감미로움과 농촌의 풍요가 담겨 있는 것 같아 흥미를 유발한다. 축제 규모와 내용은 그냥 마을 잔치가 아니라 전국에 소문난 그 어떤 축제 못지않다.
대한민국은 매년 10월의 시작과 함께 11월 초까지 발길 닿는 곳, 눈빛 비추는 곳, 손이 스치는 곳, 어느 한 곳 빠지는 곳 없이 온 나라가 축제이다. 하지만 요란한 홍보나 화려한 조형물과 시설에 비해 별다른 특색이 없고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는 비슷비슷하고 준비한 사람과 즐기러 간 사람이 주인과 손님 같은 느낌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에 비해 “돈지논배미축제”는 새로운 발견으로 감동과 희열이 넘쳐난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진도군 내에서도 별로 알려지지 않았을까? 농촌의 소박함과 넘치는 과함을 자중하는 미덕의 아름다움일까? 의문이 일어났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 조금만 더 힘들이면 전국 규모의 축제로 발전할 수도 있고, 프랑스 아비뇽 축제처럼 마을 축제로 대한민국을 알리는 엄청난 관광 상품도 될 수 있는 다양한 소재와 꼭지들이 넘쳐난다. 꼭지 하나하나가 오락성과 흥이 넘쳐나고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과 향수로 가득 차 있다.

“돈지논배미축제”는 1980년대 중반, 어린 시절 논배미에서 즐겁게 놀았던 놀이들을 그대로 재현해 보자고 제의함으로써 시작되었다. 말 그대로 가을걷이를 끝낸 후 논에서 즐기는 신명 나는 놀이가 중심이 되어 진도에 내려오는 전통 민속예술도 보여주고 축제에 참여한 누구나 함께 놀이를 즐기고 체험하며 무대에 올라 노래자랑도 할 수 있다. 여기에 마을 아낙네들이 손수 준비한 맛있는 음식까지 대접하는 주인과 손님이 구별되지 않는 독특한 형태 화합의 축제이다.
신명 나는 놀이로 추수가 끝난 논에서 짚으로 만든 공으로 공차기하는 짚공차기 / 수확한 벼 가마를 지고 달리는 벼 가마 지고 달리기 / 상수도가 보급되기 전까지 아낙네들이 우물물을 길어 물동이에 담아 머리에 이고 집까지 날랐던 추억이 담긴 물동이 이고 나르기 / 일종의 자치기로 땅에 박아 놓은 말뚝을 먼저 넘어뜨리는 사람이 이기는, 경기가 끝나면 말뚝을 땔감으로 사용하여 음식도 만들고 모닥불로도 이용한다는 말뚝박기 / 논 미꾸라지 파기 / 새끼꼬기 / 마람엮기 / 호박이고 달리기 / 도롱태 굴리기 / 나무 수레 타기 / 들독들기 등 근현대까지 어르신들이 즐겼고 우리가 어린 시절에 놀았던 토속적인 놀이와 체험이 웃음과 즐거움을 선물한다.

풍물패가 “돈지논배미축제”를 알리는 풍악으로 온 동네를 휘감으며 축제 분위기를 띄우고, 마을 청년과 향우들이 전통 민속놀이로 만장을 앞세운 꽃상여를 메고 마을을 돌며 전라남도 무형유산 조도닻배노래 조오환 보유자의 만가(挽歌)가 애달프게 허공을 가르는 진도상여놀이를 시작으로, 전라남도 무형유산 박관용류 진도북놀이 박강열 보유자와 20여 명의 문하생이 북을 장구처럼 어깨에 비스듬하게 메고 양손에 북채를 들고 마치 장구 치듯이 두들기면서 춤추며 가락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진도북놀이가 백구공원 잔디 마당에서 펼쳐진다.
무대에서는 살풀이∙한량무 등 우리 전통춤이 눈을 황홀하게 하며 숨소리마저 멈추게 하고, 근래에만 해도 진도 아짐씨들이 밤이면 동네 어느 집 행랑방에 모여 뽑아내던 육자배기∙남도의 정서가 가득 묻어있는 남도민요와 판소리가 관람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며 추임새가 넘쳐나고 진도아리랑이 떼창으로 울려 퍼진다. 여기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노래자랑까지 축제의 열기는 포만감으로 가득하다.
“돈지논배미축제”는 일 년 농사를 끝내고 날을 잡아 마을 주민들이 모여 마을 앞 냇가에서 잡은 붕어와 물고기로 큰솥에 매운탕을 끓이고 돼지를 잡아 집에서 담근 막걸리와 함께 나누어 먹으며 한 해의 피로를 풀고 결속을 다지던 돈지에 내려오는 전통을 계승하여, 마을 아낙네들이 손수 재배한 농산물로 떡을 빚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술과 함께 논배미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대접하며 주민과 손님이 함께 하는 화합의 축제이다. 한편 돈지마을 사람들은 돈지에서 대전으로 팔려 갔던 진도개 돌아온 백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데 그 백구의 2·3대 후손들을 전시하는 행사도 있다.
“돈지논배미축제”는 마을에 내려오는 오래된 놀이를 마을 스스로 치르는 자생적인 축제로 만들어 공동체 의식을 높이고 마을 사람들 서로에 대한 단합을 다지게 하며 고향을 떠난 향우들에게는 고향의 의미를 알게 하고 애향심을 갖게 한다. 우리의 전통 놀이를 보존하여 그 가치를 높이고 많은 사람에게 힐링(healing)과 행복을 채워주는 대단한 축제이다.
거대한 지자체들이 꾸리는 축제보다도 더 다양하고 큰 의미를 담은 축제를 진도군 의신면 한 마을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40여 년 가까이 지속하여 오고 있는 돈지마을 주민들과 이를 후원하는 분들에게 경이감(驚異感)이 솟는다. 돈지마을 이장으로 “돈지논배미축제” 추진 위원장을 맡아 10년 넘는 세월 동안 자랑스러운 축제를 완성시키는 박병연님의 혜안과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