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파가야금합주단 제28회 정기연주회... 가야금과 농죽동음의 울림, 전통과 창작을 잇는 현의 축제
부산·영남 지역 최초의 가야금 전문 연주단체인 일파가야금합주단(단장 장혜숙)이 오는 11월 26일(수) 오후 7시 30분,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에서 제28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한다.
올해의 주제는 ‘가야금과 농죽동음(弄竹同音)’, 즉 줄과 바람, 현과 대(竹)가 어우러지는 전통음악의 깊은 호흡을 무대 위에 펼쳐내는 데에 있다. 이번 공연에는 정대석(거문고), 정은경(해금), 왕웨이(고쟁), 곽재영(편곡), 장명화(단소), 홍종선(피리), 홍종진(대금), 이기설(해금), 김성준(생황), 장명화(단소·해설) 등 국내외 명인들이 대거 참여하여 정악, 창작, 합주, 재해석 작품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음악적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공연은 국가무형문화재 구례향제줄풍류 중 ‘염불도드리·타령’으로 문을 연다. 줄풍류 특유의 깊은 농현과 장단의 결은 가야금·거문고·단소·피리·양금·장고 편성 속에서 한층 생생하게 살아난다.
뒤이어 거문고 명인 정대석의 독주 ‘무영탑’과 왕웨이의 고쟁 독주 ‘추야사’가 이어지며, 장르와 지역을 넘나드는 현악의 고유한 음색이 무대에 깊이를 더한다. 정대석의 ‘무영탑’은 아사달·아사녀 설화를 배경으로 한 4악장 구성의 대작으로, 거문고의 타악적 주법과 장중한 울림을 극대화한 작품이며, 왕웨이의 ‘추야사’는 중국 진강 전통음악의 정서를 현대 기교와 융합해 가을밤의 정취를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이어지는 세악 모음곡 ‘천년만세’에서는 피리, 대금, 해금, 생황, 가야금, 단소 등이 고르게 조화를 이루며 계면·양청·우조도드리의 정악적 미감을 선명히 드러낸다.
다음은 김영재 작곡, 곽재영 위촉편곡의 해금과 플룻·가야금을 위한 ‘적념’이다. 해금 독주곡으로 작곡된 이 작품은 이번 무대를 위해 해금·플룻·가야금 합주곡으로 새롭게 편곡되었으며, 부산교육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이자 해금 연주자로 참여한 정은경 교수는 이번 무대에서 곡이 지닌 사유적 정서를 이끌 예정이다. 해금과 플룻이 주고받는 선율은 작품의 서정을 한층 풍성하게 확장하고, 특히 중모리–굿거리–단모리로 이어지는 장단 변화 속에서 정은경 교수의 해금 솔로는 감정의 진폭을 크게 확장시키며 작품의 핵심 서사를 이끌 주요 장면으로 꼽힌다.
한편, ‘Hava Nagila’는 라틴 리듬과 민속적 선율을 가야금 합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일파가야금합주단의 대중성과 활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연주되는 이준호 작곡의 ‘그리움’은 18현 가야금·25현 가야금·고쟁이 어우러져 오래된 기억과 시간의 흐름을 하나의 서정적 곡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산조적 어법과 현대적 리듬이 결합된 구조 속에서 장혜숙 단장의 음악적 해석력과 합주의 균형감이 더욱 빛난다.
1996년 창단한 일파가야금합주단은 부산·영남 지역 최초의 가야금 전문 연주단체로, 지난 29년간 전통·창작·퓨전국악을 아우르며 지역 가야금 문화의 중심에서 활동해왔다. 미국·중국·일본 등 해외 초청 공연, 170여 회의 무대를 통해 대중성과 예술성을 함께 확장해왔고, 지역 정체성과 역사성을 담은 레퍼토리 개발에도 꾸준히 힘써왔다. 이번 제28회 정기연주회는 명인과 젊은 연주자들이 한 무대에 서며 전통의 계승과 새로운 소리의 창조라는 합주단의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무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공연은 오는 11월 26일(수)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에서 개최되며, 예매와 문의는 010-9898-6360을 통해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