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국악관현악단과 KBS국악관현악단이 국악관현악의 구조적 정비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두 단체는 12월 10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합동 포럼 최종 발표회를 열고, ‘악기·악보·편성’을 핵심 키워드로 한 연구 결과를 공개한다. 올해 처음 지정·시행된 ‘국악의 날’을 계기로 지난 7월 사전 토론회를 진행한 데 이어, 이번 발표회에서는 당시 제기된 현장 의견을 종합한 실질적인 제안들이 제시될 예정이다.
국립중앙극장 전속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겸 단장 채치성)과 KBS국악관현악단(상임지휘자 박상후)은 각각 창단 30주년, 40주년을 맞은 대표 국공립 국악관현악단이다. 두 단체는 레퍼토리 확충과 창작음악 위촉, 해외무대 진출 등에서 꾸준히 역할을 수행해 왔지만, 동시에 국악관현악 장르의 체계 정립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해 왔다. 기존 논의가 ‘국악관현악의 정체성’ 등 거시적 담론에 머물렀다면, 이번 포럼은 현장의 실무자들이 곧장 적용할 수 있는 세부 항목을 중심으로 설계된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악기 분야에서는 개량악기인 대피리·저피리를 중심에 놓고 논의가 전개된다. 이미 수년 전부터 다양한 작품에서 사용되며 음역과 음량, 앙상블 내 기능에 대한 가능성을 입증해 왔지만, 제도적 지원과 표준화된 운용 원칙은 아직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포럼에서는 개량악기의 개발·활용 현황과 더불어, 각 악단 편성 내 배치, 파트 구성, 단원 충원 및 교육 등과 관련된 제도적 방안을 제안한다. 이는 개량악기가 일시적 유행이 아닌, 국악관현악의 구조 안에 안정적으로 편입되기 위한 선결과제다.
악보 주제는 지휘자와 실연자의 연주 환경 개선을 전면에 내세운다. 국악관현악 총보는 악단과 작곡가, 출판사에 따라 기보 형식과 표기 관행이 크게 달라, 초연·재연 과정에서 혼선을 빚거나 연습 효율을 떨어뜨리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국악관현악 총보의 표준 기보 체계를 마련해, 악기명 표기, 조표·박자 표기, 파트 배열, 전통 기법 표기 등에서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더불어 디지털 악보 플랫폼과 연계한 보존·유통 방식도 함께 검토해, 장기적인 자료 관리 체계 구축까지 염두에 둔다.
편성 분야에서는 전통 국악기 중심 편성에서 개량악기와 서양악기가 혼합된 현대 국악관현악 편성에 이르기까지, 국내 주요 악단들의 편성 변화를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장르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작곡가에게 충분한 사운드 팔레트를 제공할 수 있는 미래 편성 방향을 모색한다. 현행 편성에서 자주 문제로 지적되는 음역의 공백, 특정 악기군의 과도한 비대, 관·현·타악의 밸런스 문제 등도 함께 짚을 예정이다.
이번 합동 포럼에는 국립국악원과 ARKO한국창작음악제추진단이 협력 기관으로 참여해 무게를 더한다. 포럼을 통해 제시되는 연구 결과는 자료집으로 정리되어 국악관현악단, 작곡가, 연주자 등 현장 관계자들에게 배포될 예정이며, 향후 작품 위촉 및 연주, 교육 과정에서 참조 기준으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 악단의 예술감독과 상임지휘자는 이번 포럼이 국악관현악의 내부 구조를 점검하고, 나아가 한국음악 전체의 확장 가능성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종 발표회 참관 신청은 12월 7일까지 국립국악관현악단 인스타그램(@ntok_nok) 프로필 상단 링크트리에서 진행한다. 행사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며, 참가비는 없다. 국악관현악 현장의 실무자와 연구자, 그리고 국악의 앞으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번 포럼은 향후 몇 년간의 방향성을 점검하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