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춤길 30년, 이은솔의 ‘춤은소리’… 전통의 결 위에 새 시간을 흔들어 깨우다
무용가 이은솔이 오는 12월 23일(화) 오후 7시 30분,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세 번째 발표회 〈춤은소리〉를 선보인다. 올해 공연은 그의 춤 인생 3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로, 어린 시절 시작된 작은 발걸음이 어떻게 예술가의 내면과 몸을 결로 쌓아 올렸는지 되짚는 의미 깊은 무대가 될 전망이다.
그는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흔들리고 젖고 데이고 다시 일어서며 쌓인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이루는 나이테가 되었다”며 자신의 여정을 고백했다. 이은솔의 몸이 새겨온 결은 이제 춤과 소리의 흐름으로 확장돼 무대 위에서 다른 시간들과 만나게 된다.
공연은 서로 다른 질감의 네 작품으로 구성되지만, ‘전통의 뿌리 위에 오늘의 감각을 더한다’는 하나의 중심 철학을 공유한다. 궁중정재 무산향을 현대적 화성과 리듬, 밴드 사운드로 재해석한 〈무산향〉은 고요한 정서 속의 미세한 떨림이 새로운 결을 만나 확장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이음(二音)〉에서는 김동언류 설장구의 장단과 재즈 피아노의 즉흥성이 충돌하고 교차하며, 전통과 현대가 서로의 결을 자극하며 공존하는 낯선 아름다움을 만든다. 특히 재즈로 다시 그려낸 ‘한강수타령’은 익숙한 전통 속에 숨겨진 감정의 결을 새롭게 드러낸다.
이은솔의 자전적 작품 〈나이테〉는 몸이 기억하는 30년의 시간을 춤이라는 언어로 풀어낸다. 동해안 장구 특유의 역동성과 핸드팬 음색이 겹쳐지며, 깊고 은은한 시간의 울림이 무대 전체를 감싸는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스승 최종실의 전승 정신을 이어가는 〈최종실류 소고춤〉에서는 전통 소고춤의 원형을 바탕으로 장구·꽹과리 중심의 새로운 편성을 적용해 생동감과 절도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펼쳐 보인다. 이를 통해 전통의 핵심은 보존하되 시대와 호흡하는 새로운 방식의 전승을 시도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이번 공연에는 월드뮤직 밴드 VANDI와 전통창작음악그룹 거꾸로프로젝트, 피아니스트 원영조, 꽹과리에 김현수, 장구 전보현 등이 함께하며, 춤과 음악이 서로의 결을 확장하도록 돕는다. 장단과 리듬, 음색의 조합은 각 작품이 지닌 철학과 정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춤은소리〉의 연출을 맡은 학교법인 국악학원 이사장 최종실은 격려사에서 “이은솔 박사는 전통의 가치를 이해하고 도전하는 타고난 춤꾼이며, 오늘 무대는 그동안 쌓아온 예술적 성과를 응축해 펼쳐 보이는 자리”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전통의 창조적 계승이라는 사명을 잊지 않고 한국 무용계를 지켜나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의 메시지는 오랜 시간 이은솔을 지켜봐 온 스승의 시선이 담긴 깊은 신뢰이자, 다음 여정을 향한 조용한 당부로 읽힌다.
(사)강선영춤전승원 양성옥 이사장 역시 축사를 통해 이은솔의 예술적 성장과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전통의 결을 존중하면서도 오늘의 감성을 담아내려는 그의 노력은 더욱 단단하고 깊은 세계로 확장되었다”며, 이번 공연을 “그 여정이 응축된 작품”으로 정의했다. 또한 “이은솔의 춤이 오래도록 많은 이들에게 울림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덧붙이며 예술가로서의 미래를 기대했다.
대통령상 수상, 서울예술단 정단원 활동, 다양한 극장과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독자적 예술 세계를 구축해온 이은솔의 30년은 몸과 시간, 전통과 감성, 스승과 제자 관계가 함께 쌓아온 입체적 여정이라 할 수 있다.
〈춤은소리〉는 결국 ‘춤과 소리는 하나’라는 이은솔의 신념을 가장 온전히 드러내는 무대다. 전통의 근원에서 출발해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숨을 불어넣는 그의 작업은, 앞으로의 30년을 향해 또 다른 결을 새겨 나갈 출발점이 될 것이다.





















